이회창 후보와 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빠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될 것이다. 이회창-정몽준-노무현의 2강-1약 구도가 고착화된 다음 민주당의 후단협이 정몽준에게 흘러들어가서 민주당이 반쪽이 나 노무현이 대권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이 1차적으로 예상하는 시나리오였을 텐데 1차 시나리오부터 어긋나버렸으니 이제 대선 전략을 다시 짜야하는 처지로 몰린 것이다. 1차 시나리오에서 노무현이 경쟁밖으로 밀려나고 이회창-정몽준의 2강 구도가 굳어진다면, 대선을 1~2주일 앞두고 정몽준을 격침시키고 안전하게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으리가 판단했을 것인다.
‘이미지 정치’로 정의되는 정몽준 후보의 대권 행보는 기실, 그 ‘이미지 정치’의 한계때문에 오래갈 수 없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이미지’로 얻는 인지도와 지지율로 대선출마를 감행했으나 그 ‘이미지’가 한계가 이르고 이제 지지율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암중모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국민경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떠난 버스인 것을. 그는 ‘정치’란 ‘장사’이기도 하지만, ‘장사’ 이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듯 하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의 실책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빠져나갈 때, 그 지지자의 일부나마 이회창 후보에게 흘러들었어야 하는 데 그러지 않고 부동표로 머물러 있다가 다시 정몽준에게로 가버린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자신을 ‘비토’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껴안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어야 했지만, 가까스로 회복한 30% 초반대의 지지율을 방어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 것이다.
그는 이제 두 가지 악재와 싸워야 한다. 하나는 답보상태에 놓인 지지율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의하면, 그의 지지율 최대치는 32%선이다. 그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을 때에도 40%를 겨우 넘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현재 지지율로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란 녹녹한 일이 결코 아니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 후보의 맹렬한 추격이다. 지난 봄부터 제기된 분석이지만, 노무현 후보가 그에게 위협적인 가장 큰 이유는 그와 노선의 차이가 너무 선명하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시작되면 국민들은 이 차이를 훨씬 더 명백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 인식의 범위가 커질 수록 지역적 지지 편향을 줄어들 것이다.
반복되는 지적을 굳이 하나 더 하자면, 지난 봄 노무현에게 머무르다가 월드컵이 끝난 직후 정몽준에게로 이동해 간 지지층이 이회창과 별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지지층은 ‘노무현 => 부동층 => 정몽준 => 부동표 =>?’로 움직일 뿐이지 이회창에게는 결코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목이 이회창 후보로서는 매우 아픈 부분일 것이다. 이 지지층은 좁게 말하면 이회창 비토층일 수도 있고, 넓게 보자면 정치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반면 노무현 후보는 상대적으로 처지가 느긋할 것이다. ‘이미지 정치’의 한계로 지지율이 꺽여버린 정몽준 후보는 이 생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그는 바닥을 치고 오르막 길에 접어든 지지율을 추이를 지켜보면서 마음껏 대선전략을 펼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4자연대가 불발로 끝난 후 민주당 내 반노, 혹은 비노 세력의 움직임도 달라지기 시작했고, 정치적인 생존을 제 1의 목표로 삼고 있는 당내 반노파 의원들은 탈당해서 한나라당으로 가지 않는 이상 죽기살기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목표로 싸워야만 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아직도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려면 한달 가까이 남아 있다. 10월 말을 고비로 그의 지지율이 정몽준 후보를 앞지른다면 이회창 후보와의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에 맘편히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많은 기회는 아니지만 TV토론이 시작되면 고졸출신 대통령 후보인 그가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회창 후보에 비해 어떤 점에서 훨씬 나은 대안인지를 국민에게 인식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비록 지지율 1등을 달리고 있지만, 뛰는 속도에 이미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그로서는 2~3위로 따라붙는 노무현 후보가 ‘다크호스’처럼 두렵게 여겨질 것이다. 대체적으로 2~3위보다는 앞서가는 1위의 똥줄이 타는 것은 당연지사. 이회창 후보의 분발을 기대한다.
^^
시민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