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수비의 약점이다. 스위스전이 부담스럽고 팀 내부의 밸런스가 깨진 프랑스팀이 오히려 만만하다. 일단 프랑스전에 올인하고 스위스-토고전의 결과를 보고 스위스전에 대비해야 한다.
프랑스는 월드컵 4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프랑스팀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 결론은 감독의 무능이다. 그렇다면 프랑스를 잡을 수 있다.
프랑스는 교과서적인 축구를 한다. 시원한 중거리슛도 없고 코너킥이라든가 세트플레이를 통한 득점 기회도 별로 없다. 완벽한 찬스를 노리기 때문에 세트플레이를 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경기가 안풀릴 때는 중거리슛이나 기습적인 측면 침투로 상대팀의 수비를 교란해서 우연한 찬스를 얻을 확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프랑스가 그렇게 된 이유는 지단 때문이다.
패싱능력이 뛰어난 지단이 볼배급을 잘하기 때문에 우연한 득점찬스가 잘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팀의 준비된 수비에 막힌다. 프랑스가 난국을 타개하려면 우연성이 개입할 확률을 높여야 한다.
프랑스팀은 거의 흑인이고 발재간이 있는 선수들이다. 뛰어난 공격수가 많은데 비해 이 공격수들에게 볼을 배급할 미드필더들의 빠른 패스나 2선에서의 침투는 약하다. 지단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시하고 유명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감독의 전술이 먹히지 않게 된다. 프랑스는 사실상 감독없는 축구를 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병을 앓고 있는데 인기있고 유명한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팀 전체의 어떤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 일본은 주제도 모르고 개인기 자랑이나 하다가 망한 것이다.
팀의 밸런스는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특징들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의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플레이를 죽이고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교과서적인 축구를 하고서도 이길 수 있는 팀은 현재로서 브라질 뿐이다. 프랑스는 상대팀에 의해 충분히 분석되고 파악된 교과서적인 축구를 버려야 한다. 상대팀이 구조론의 밸런스 원리에 따라 상황을 교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강한 것은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인데 이는 팀의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특징들에 대응할 수 있다.
앙리 같은 완벽한 플레이를 하는 유명한 선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공격패턴을 읽히면 끝이다. 프랑스가 연속 무득점 기록을 깨고 1승을 올리려면 유명선수를 빼고 역동적인 경기를 해야한다.
● 유명선수에 의존하면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팀간의 궁합에 따른 기세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
● 기세의 흐름을 살리지 못하면 우연한 찬스를 살리지 못한다.
호주와 일본의 경우가 특히 기세의 흐름을 타고 우연한 찬스를 살린 것이다. 막판 일본의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이쪽의 기세에 상대의 실수를 일치시켜 우연한 찬스를 확실한 골로 연결시켰다.
프랑스가 교과서적인 축구 스타의존을 고집하면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기세의 흐름을 살리지 못한다. 그 경우 우연한 찬스가 오지 않으며 찬스가 오더라도 살리지 못한다.
지금과 같이 상대의 수비를 하나하나 깨나가는 정석 플레이가 아니라 기세의 흐름을 타고 파상공격을 펼치는 역동적인 확률축구를 해야 무득점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도 비슷한데 코리언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는 반드시 미치는 선수가 있다. 그 미친 선수가 뜻밖에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식 축구를 하면 미친 선수가 끝내 안미쳐서 경기주도권은 잡는데 해결사가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프랑스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아드보카트의 능력이다. 미치는 선수가 나타날 여건을 감독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역시 히딩크 만큼은 못하다. 히딩크는 미치는 선수가 나타나게 하는 밸런스의 원리를 안다.
히딩크의 결론은 압박 압박이다. 전반에 압박으로 상대팀의 진을 빼놓고 후반 보다 더한 압박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이 전술이 먹히기 위해서는 전반에는 득점 보다는 상대팀을 휘저어 진을 빼놓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반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공격수의 숫자를 늘려 다득점을 노리는 것이다. 히딩크의 손을 탄 한국과 호주가 나란히 진귀하다는 후반 역전승을 일구어 내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