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은 전복이다.
‘스스로 유쾌해져야 진짜 진보다’

전복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는 우리의 전략을 삼아야 한다. 왜 전복인가?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기 때문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듯이 작은 것으로 능히 큰 것을 제압한다.

과학은 언제라도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긴다. 반면 미학은 작더라도 완전한 것이 불완전한 것을 이긴다. 과학은 덩치가 커서 불완전하기 쉽고, 미학은 몸집이 작아서 완전성에 도달하기 쉽다.

완전한 보석은 작고 불완전한 돌은 크다. 보석처럼 작고 빛나는 하나가 필요하다. 하나의 완성이 불빛이 되어 외부와 통한다. 완전하면 통하고 통하면 뭉친다. 눈덩이처럼 뭉쳐서 파도처럼 커진다.

미학은 언제라도 변신한다. 작게 움츠려 있다가 완전성의 스위치가 켜질 때 순간적으로 몸집을 키워서 위대한 전복을 이끌어낸다. 우리 과학의 완력에 겁먹지 말고 차분하게 맞서며 이겨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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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세계의 부 중에서 8할은 중국에 있었다. 차와 비단, 도자기를 팔아 스페인이 아메리카에서 털어온 은을 스펀지처럼 빨았다. 그러나 작은 영국에 졌다. 왜 졌는가? 몸집만 키웠기 때문이다.

영국은 문명의 핵심적 요소들이 하나의 센터에 모임에 따라 저절로 구색이 맞추어져서 완전성에 이르렀다. 덩치만 키운 중국은 밸런스를 잃어서 패배했다.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막연하게 노력할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힘만 기를 것이 아니라, 짜임새와 구색을 갖추어야 한다. 있을 것은 다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느 한 지점에 극적으로 모아질 때 스위치 켜지고 불 들어온다.

패턴이 수집되고, 포지션이 갖추어지고, 밸런스가 회복되고, 스위치가 켜질 때, 위대한 낳음의 빛이 사방으로 뻗어간다. 증폭이 일어난다. 공명이 일어난다. 울림과 떨림이 전파된다.

하나가 변하면 이윽고 모두가 변한다. 일제히 연동된다. 그것이 미학이다. 자연은 150억년 전부터 그 방법을 썼다. 과학은 인간이 만들어낸 방법이다. 뉴튼 이래 고작 300년 밖에 안된 덜 숙성된 방법이다.

자연에는 과학이 없다. 자연의 변화는 구름과 비와 바람과 불에 의해 일어난다. 구름은 순식간에 모여들어 맑고 파란 하늘을 뒤집어 엎어 버린다. 날씨를 전복시킨다. 비는 억수같이 내려서 대지를 덮어 버린다.

바람은 거세게 몰아쳐 거목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불은 건기를 만나 들불로 번져서 넓은 초원을 단번에 태워버린다. 자연에서 전복은 일상적이다. 왜 자연을 본받지 않는가? 왜 자연의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가?

깨달음에 대해서, 발상의 전환에 대해서 그동안 무수히 이야기해 왔지만 어떤 벽의 존재가 느껴진다. 전체를 한 줄에 꿰어내는 관점을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미학을 과학의 방법으로 학습한다면 허무하다.

미학은 미학의 관점에서 감응해야 한다. 과학의 전략이 계몽과 학습이면 미학의 전략은 완성과 소통, 감응이다. 내 안의 목마름에서 그대 안의 목마름으로 바로 통해야 한다. 전율함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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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미학의 완전성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일은 없다. 어떤 핵심적 하나에서 일어난 질적변화가 증폭되어 모두를 변하게 한다.

작더라도 하나의 완벽한 이상향, 완벽한 성공사례, 완전한 민주주의, 완전한 공동체, 완전한 깨달음, 완전한 자유지대를 성사시켜야 한다. 진보진영 안에 그 성공모델이 없는데 대중을 향하여 진보를 권한다면 우습다.

지구촌 인류전체를 다 바꾸기 전에, 먼저 작은 대한민국을 바꾸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다 바꾸기 전에, 작더라도 우리 안에서 먼저 바꾸어 보여야 한다. 진보세력 특유의 우거지상 떨쳐버리고 유쾌해져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유쾌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향해 말할 자격 있나? 완전한다면 먼저 우리 얼굴에 그것이 나타난다. 우리가 유쾌한 표정을 지을 때 구태여 말 안해도 대중은 우리와 절로 감응된다.

말이 필요없다. 우리는 아직 실패하고 있다. 우리 안에서 먼저 실패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것, 스스로 유쾌하지 않다는 것, 인상 쓰고 다닌다는 것이 그 증거다. 네 안에 얻은게 있다면 그 얼굴부터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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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란 무엇인가? 하는 본질로 쳐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인 맞섬이다. 내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쳤다. 맨발로 당당하게 맞섰다. 바로 그 자세, 그 포지션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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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자연인간-≫ 관계(맞섬)
존재론인식론-≫ 관점(시야)
형이상학형이하학-≫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설계도와 제작)
미학과학-≫ 비선형사고와 선형사고(흑백논리, 이항대립, 교착)
개인적 실천집단의 협력-≫ 완전성과 불완전성
짝짓기통제하기-≫ 가치와 에너지(입력과 출력)
방정식함수-≫ 등호와 미지수,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 그림을 뇌 안에 세팅해두어야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달라지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며 자신감을 가진다. 어떤 상황에서 어디에 어떤 방법으로 얼만큼 개입해야 할지 그림이 머리에 들어온다.

어디에 둑을 쌓아야 할지 언제 물꼬를 터야 할지 답이 나와준다. 미학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조형적 밑그림의 구축이다. 과학의 학습은 평면적 전개다. 미학의 조형은 입체적 구축이다.

머리와 가슴과 배와 팔다리와 피부가 입체적으로 갖추어졌는가? 피부는 접촉에서 패턴, 팔다리는 움직임에서 포지션, 배는 단전에서 밸런스, 가슴은 열정에서 스위치, 머리는 소통에서 증폭을 얻어야 한다.

학문에 있어서도 그러한 조형적 구축이 이루어져야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다. 미학이란 인문학과 자연학의 여러분야를 조형적으로 구축하여 거기서 하나의 몸통을 끌어내고 숨을 불어넣는 것이다.

(참고로 인체의 밸런스는 단전이 아니라 회음부다. 아랫배 힘주고 태권도 주춤서기 자세로 섰다가는 자빠진다. 중심은 고정된 무게중심이 아니라 운동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팽이의 뾰족한 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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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09-10-0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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