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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오일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1272.html

보훈처가 518기념식때 방아타령을 틀기로 했다고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따라부를 수 없게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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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민요’라는 것은 원래 없다고 한다.(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민요’는 왜정때 왜인들이 지어낸 개념이라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쓸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전승음악으로 노동요, 의례요, 유희요가 있는데 ‘소리’라 한다. 아리랑이 대표적이다. 아리랑의 ‘아리’가 강원도 방언으로 ‘소리’, 즉 노래를 의미한다고 한다. (메아리의 메는 산, 아리는 소리.)

아리랑은 강원도지방의 노동요였는데 경복궁 중건때 강원도 벌목꾼들이 한강을 통해 재목을 운반하면서 전국에 유행시켰다고 한다. 흥선대원군이 부역에 끌려온 팔도 민중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축제를 열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아리랑이 전국에 유행했다고도 한다.

그 외에 김매기소리, 베짜는 소리, 상여소리, 고사소리, 지신밟기소리, 쾌지나칭칭나네, 강강술래 따위 노동요, 의례요, 유희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기민요, 남도민요라는 것은 대개 창가다. 창가는 기생들이 한량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인데 대부분 음란한 비유로 되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새타령이 대표적이다. 조(鳥)가 남자의 성기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고 말하는 것이다. 온갖 잡놈이 기생을 찾는다는 뜻.

방아타령의 방아는 물론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군밤타령의 생률밤은 포경을 의미한다. 군밤은 포경이 아닌 것이다. 조기철이 되어 연평 앞바다에 조기 파시가 서면 조기를 팔아 떼돈을 번 어부들이 성매매를 한다. 연평 앞바다에 돈바람이 부는데 뜬금없이 군밤과 생률밤이 등장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도라지타령도 그렇다. 도라지를 한 두 뿌리만 캤는데 대바구니가 철철 넘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도라지는 남성을 의미하고 대바구니는 여성을 의미한다.

더구나 다수가 구한말 혹은 일제강점기 전후로 창작된 노래다. 진정한 전통민요가 아니라는 말이다. 민요로 알려진 창가의 다수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연평 앞바다에 조기파시가 서고 돈바람이 분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닐 터이다.

필자가 어느 책에서 이 내용을 본 것이 25년 전 쯤의 일이다. 아무리 무식한 한나라당이라지만 공부 좀 하기 바란다.

이 비가 그저 오는 비는 아닐 것이다. 정신없는 것들에 대한 심판의 비일 것이다. 이 비 그치면 묵은 것이 휩쓸려가고 새것이 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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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팔을 단순히 한국사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슬프다. 세계사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다.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김영삼, 김일성 등 정치인물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궁중사극, 아줌마 시청자를 겨냥한 안방드라마 수준이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 수준 좀 높이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 1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있었다. 찌르르하게 전해져 오는 느낌이 있었다. 김대중은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김영삼은 한동안 이름을 ‘김형삼’으로 잘못 알고 있었을만큼 정치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박정희 죽은 날 815처럼 만세가 일어날까 해서 경주시를 자전거로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만세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우는 사람은 있었다.

혼자 뒷산에서 만세를 불렀다. 저장된 인증샷은 없지만 축적된 자부심은 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이렇다. 대한민국 사천만 인구 중에 오늘 만세 부른 사람은 열 사람 이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대한민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 아닌가. 그것은 소년다운 긍지다.

정치를 알아서도 아니고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신과 자연과 우주와 진리와 역사 앞에서 내 포지셔닝이다. 그때 그 시절 나는 그 지점에 서 있었고 그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며, 그럴 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전률하는 느낌이 있었다. 수천만년 역사로부터 전해져오는 찌르르 하는 느낌이 있었다. 역사의 호통소리가 들렸다. 선선한 한기를 느꼈다. 엄숙해졌다.

프랑스 혁명기 파리의 시민과 미국 독립혁명기 버지니아주 어느 교회에 모였던 군중과 3.1만세때 장터를 메웠던 민중과 하나된 느낌. 온 세상과, 온 우주와, 그 우주의 절절한 마음과 하나가 된 느낌 말이다.

그 느낌을 이미 얻은 사람과 아직 얻지 못한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진 사람과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는 길이 다르다. 긍지가 없는 사람은 긍지를 가진 사람과 친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긍지를 가진 사람은 긍지를 가지지 않은 사람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긍지가 격이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격을 얻었고 그 격이 내 인생의 나침반으로 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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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시민혁명의 불꽃이 타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에 메이지라는 것이 있으나 군사정변에 불과하다. 중국이 혁명을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를 끌어들인 특정 군벌의 성공에 불과하다.

필리핀과 태국에 유사한 것이 있으나 씨족적 전통이 강조되었을 뿐 넥타이 부대가 주도한 것은 아니다.(노이노이의 예를 보더라도 가문을 중심으로 세력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1과 4.19 그리고 5.18과 6.10에 의해 한국의 격은 높아졌다. 한국인이 스스로 노예에서 주인으로 격을 상향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한국에서 특별히시민의식이 성숙한 것은 유교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유교주의가 아시아 각국에 전해졌으나 그 중핵인 선비문화는 청나라 오랑캐와 대립했던 조선에서 완성되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의유교는 종교에 불과하다. 조선의 선비집단이 한국인의 격을 상향시킨 것이며, 그 정신이 3월과 4월, 5월과 6월, 촛불로 이어간 것이다. 한번 당겨진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는다. 시민의 정치는 계속된다.

518의 본질은 긍지다. 긍지를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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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0-05-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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