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순전히 구조론적인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다. 구조론이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그만 읽으셔도 좋다. 정치학 강의를 하려는건 아니고.. 말하자면 공학이 그렇다는 거다.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하는 이야기다.

게임의 법칙 상 정치판 포지셔닝 게임에서 누가 유리한 포지션을 잡았는가만 말하는 거다. 앞으로 보선과 총선이 남아있고 또 근혜당과 회창당의 이합집산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미래는 알 수 없는 거지만.. 뭐 그런건 논외로 치고,

또 이명박정권이 ‘삽질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필사즉삽’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서 앞으로도 계속 삽질한다 치고.. 이명박정권이 젊은 세대 한 세대 전체를 적으로 돌렸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젊은층의 투표율이 증가하고 젊은층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적개심이 나날이 높아간다고 치고..

결국 완장인촌이 무한도전을 강제로 폐지해서 20대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된다고 치고.. 현재스코어로 누가 가장 유리한 패를 잡았는가를 논하자는 거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이번 선거결과를 중심으로 본다면 현재로는 이해찬이 가장 유리하다. 포지션이 좋다.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유시민, 한명숙,김정길, 송영길, 강금실을 원탁에 다 불러모아 놓고 손바닥으로 탁자를 쾅 내려치며 호통칠 수 있는 사람은 이해찬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그렇다. 정치상황은 늘 변하지만.

이해찬은 본인의 건강문제라든가 권력욕이라든가 이 부분에 의문수가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건조하게 구조만 보면 그렇다. 가만 있는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이건 확실하다.

대신 이번에 가장 망한 그룹은 아끼다가 똥된 손석희, 안철수, 박원순 등 재야그룹이다. 지난번에 문국현이 약간의 재미를 봤듯이 인물난일 때는 정운찬처럼 등 학계, 관계, 재계에서 비정치인을 끌어들여 어떻게 해보려는 바람이 있고, 이명박도 실로 그렇게 들어온 외부인물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인물이 한 두명도 아니고 무더기로 탄생하는 바람에 그들은 역할이 없어졌다.

이제 외부에 아무리 깨끗하고 능력있고 참신하고 좋은 인물이 있다해도 그들이 이미 훌쩍 커버린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유시민, 한명숙, 김정길, 송영길, 강금실 등을 불러모아놓고 이놈 하고 호통을 칠 수 없기 때문에 자동배제다. 집안에 멀쩡한 자식이 여럿 있는데 외부에서 양자들일 일 있나 말이다. 하여간 손석희 안철수 등은 빼다가 똥되었다는 사실 깨닫고 늦었지만 다음 총선에라도 공천자리 알아보는게 좋을거다. 더 늦기 전에 자가발전 해야 한다. 보선이라도..

원래 이쪽은 개혁세력과 호남세력의 연대였는데 김종필로 들어왔다가 이회창으로 빠졌던 충청이 안희정으로 다시 들어왔고, 여기에 강원도와 경남이 가세해서 외곽으로 크게 확산된 형세가 되었다. 구조론으로 분석하면 변방의 생장점에서 자유도가 높을수록 중심의 센터가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지금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이 자리를 비워서 구심점이 사라진 곳에 새로 구심점을 건설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연히 결론은 이해찬이다.

인간의 행동은 포지션 원리를 따라가므로.. 보스 자리가 비면 거기에 허수아비든 말뚝이든 가케무샤든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것이나 하나 그 자리에 가져다 놓고 보려는 속성이 있다.

부산 경남은 그 자리에 허수아비, 가케무샤, 떵말뚝, 꼬다놓은 보릿자루, 전두환 만큼이나 나쁜 한국 현대사의 재앙 김영삼이 알박기로 박혀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신인이 치고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는 2002년 노무현 대선후보시절 ‘지금 김영삼을 밟아놓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가서 YS시계소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PK의 좌장은 여전히 김영삼으로 되고 그만큼 노무현은 대표성이 깎여서 이후 고초가 예정되었다.

그리고 이제 삼김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김대중 대통령이 떠나자 김종필, 김영삼은 없는 존재가 되었다. PK는 그 빈자리에 김두관을 올려놓았다. 김정길도 물론 유망하다. 문재인도 있고.

결론은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이 떠나니 원심력이 소멸했다는 말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하면 순혈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판소리가 명맥이 끊기려고 하면 그럴수록 더욱더 엄격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순혈주의로 가서 대중화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대중화 되고 정체성 상실하면 완전 소멸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큰 나무가 겨울이 오면 잎새를 떨어버리고 뿌리로 숨는다. 2002년은 위기였다. 김종필과 헤어지고 진보가 고립될 위기에 개혁순혈주의로 가서 노무현이 되었다. 2007년은 더욱 큰 위기였다. 개혁순혈주의가 1차저지선이면 호남순혈주의는 최후의 본진이다. 그래서 정동영이 후보가 된 것이다.

2007년 위기에 개혁세력과 호남세력 두 뿌리로 각각 회귀해서 개혁세력은 더욱 개혁정통을 주장하고 호남세력은 더욱 호남정통을 주장해서 그 간극은 점차 넓어졌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이 떠나니 원심력이 소멸했다. 실제로 영남의 중도유권자 중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 많았고 호남의 보수유권자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 많았다. 더 이상 무서워할 대상이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 당선된 40대들은 다 외곽에 진을 쳤기 때문에 굳이 견제할 이유도 없고.

결론적으로 노무현은 김영삼을 치지 못해서 고생했고 이해찬은 이회충을 치지 못해서 대권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 외에는 완벽했다. 그리고 지금 보시다시피 회충은 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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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0-06-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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