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도님의 반복되는 질문을 보니 제가 쉽게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쉽게 접수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진보는 시스템의 교체 형태로 일어나며 그 시스템은 교육시스템, 산업시스템, 미디어 시스템 따위가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이 보급될 때마다 혁신이 일어나며 그 이후는 점점 쇠퇴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왕조든 초창기에 좀 잘 나가다가 점점 쇠퇴하게 되는데 그건 임금들이 멍청해서 그런게 아니고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 그 과정은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막연하게 임금탓 하는건 답이 아니다.

예컨대 인터넷이 등장하면 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변하고 그에 따라서 사회시스템이 재편되기 마련인데 문제는 천장을 뚫는 문제다. 인터넷이 5프로, 10프로, 30프로, 50프로, 70프로 보급되었을 때 각각 다른 이슈가 등장한다. 5프로의 전략과 10프로의 전략이 다른 것이다.

5프로 보급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엘리트는 다 거기 모여있고 따라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일어나며, 나머지 95프로와 수준차가 크기 때문에 95프로가 5프로를 지지한다. 이 경우 신속하게 사회를 바꿀 수 있지만 겉보기만 화장할 뿐 중요한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다. 이때가 밀월시대인데 대중은 엘리트를 좋아하고 엘리트 역시 대중을 좋아하며, 서로간에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돌아가지만, 껍데기만 바꾸고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한다. 문제는 꼴통 좌파들이 이 좋은 시절의 환상에 빠져있다는 거다.

인터넷이 점점 보급되어 30프로 보급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대중과 엘리트의 갈등은 극적으로 첨예해진다. 인터넷을 선점한 엘리트는 뒤늦게 뛰어드는 대중을 상대로 텃세를 부리고, 대중은 완력으로 소수 엘리트를 제압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질서의 혼돈에 빠져버린다.

중요한건 이 구간을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앞에서 말한 천장을 뚫는 문제다. 여기서 뭉기적대면 죽도밥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져서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인터넷을 예로 들어 말한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고 우리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 유럽의 문명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30프로는 대략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나머지 70프로는 여전히 중세 봉건시대를 살고 있다. 유럽이라도 덴마크나 네덜란드쯤 되어야 그 나라의 51프로 정도가 21세기를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왜 노무현인가 하면 이 구간을 신속하게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함이 방향을 전환하여 천장을 뚫으려면 힘을 결집해서 단숨에 치고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과정에서 어떤 전략모델을 만드는가다.

문제는 대중화다. 인터넷이 30퍼센트 50퍼센트 70퍼센트 보급됨에 따라 점점 물이 흐려집니다. 처음 하나의 그룹에 모여있던 엘리트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대중들을 자기 휘하에 거느리고 대중속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이 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물이 나빠진다. 원래의 장점인 신속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해지고 죽도밥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대중화를 거부하고 엘리트들이 자기네들끼라만 모여 놀아도 역시 진보는 불가능해진다.

그림의 중국, 러시아모델은 큰 대륙이 고립된 섬처럼 행세하는 현상인데 중국이나 러시아는 귀족이 너무 많아서 귀족만 모아도 국가 하나를 세울만 하다. 이 경우 사회변혁의 핵심인 민중의 신분상승욕구가 결집되지 못한다. 중국은 엘리트만 모아도 몇 천만이 되므로 엘리트 안에서 피라밋형 서열구조가 생겨나 대중과의 접점을 잃어버린다. 하층민들도 귀족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는 커녕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역시 하층민 출신이면서 자기 머리 꼭지 위에 군림하는 마름이나 세리를 미워할 뿐이다. 대중과 엘리트는 딴 세계에 살며 마주치지 않으므로 사회의 모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림의 일본모델은 엘리트가 대중속으로 침투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파편화되어 구심력을 잃어버린 형태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따위의 수장이 되어 궁벽한 곳에 자기만의 성을 장만하고 성주놀이로 우쭐대며 힘을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 딴나라 세력에게 각개격파 된다. 이는 일본과 같은 섬나라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국섬만 봐도 월드컵에서 죽을 쑤는 이유는 잉글랜드성, 웨일즈성, 스코틀랜드성, 에이레성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모델은 엘리트와 대중이 융합하였으면서도 엘리트 간의 연대가 이루어져 강력한 구심점이 만들어져 있다. 이는 유럽이 대륙도 아니고 섬도 아닌 중간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우리가 민주당 노선을 따르면 중국, 러시아 모델이 되어서 대중은 대중끼리 노닥거리고 엘리트는 엘리트끼리 노닥거려서, 대중의 상승욕구를 끌어내지 못하므로 진보는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반면 꼴통 좌파노선을 따라도 일본처럼 산골의 작은 성에 고립되어 울산성, 창원성에서 성주놀이나 하며 혼자 우쭐하는 형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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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0-07-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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