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말한 위 그림의 ‘완성된 패턴에 바람을 집어넣어 부풀린다’는 표현을 보충하여 설명하면.. 어떤 성공사례를 만들면, 그 패턴을 다른 분야에 전파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사례가 있으면 타 분야에 전파된다.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성공하면 그 성공원인이 분석되어 기업경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식이다. 구조론은 복제, 증폭, 공명, 소통 이런 단어를 쓰는데 모두 같은 말이다.

개화시기에 아시아는 약했지만 일본은 강했고, 일본은 약했지만 대정봉환을 주도한 일본의 몇몇 지역(조슈와 사쯔마)는 강했고, 그 조슈와 사쯔마도 실제로는 약했지만 그 지역 안에서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한 몇 명의 선각자는 강했고, 결국 아시아 전체에서 한 두명이 똑똑했을 뿐인데, 지금 아시아는 다시 일어났고, 또 일본 전체에서 한 두명이 똑똑했을 뿐인데 일본은 서구를 금방 따라잡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나, 인도나, 남미나 이런 곳에서는 그런 선각자가 있어도 안 된다는 거다. 그곳이라고 어찌 선각자가 없었겠느냐 말이다.

필리핀과 인도와 이디오피아는 300년 전부터 개화를 했어도 그모양이다.

중국 광동성의 화교들은 일찍이 해외로 진출하여 막대한 부를 이루었으며 명나라 말기부터 이런 서구식 건물을 지었을 정도로 개화되어 있었지만 그 뒷소식이 없다. 산서상인은 청나라 중기에 이미 파리와 런던에 객점을 열었지만 또한 뒷소식이 없다. 일본보다 백년 먼저 서구로 진출하고도 배워온 것이 전혀 없다.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있는데 상부구조가 높은 레벨에 도달해 있을 때는 하부구조의 성공이 금새 전체로 파급된다. 반대로 상부구조가 제대로 건설되어 있지 않을 때는 부분의 성공이 전체에 파급되지 않는다.

‘바람을 넣어 부풀린다’는 말은 부분의 성공모델을 전체에 파급시킨다는 말이며 이는 상부구조가 높은 레벨에 도달해 있을 때(성주미선진이 갖추어져 있을 때)가능하다. 일본은 명치시대 한국의 퇴계유교를 받아들여 합리주의로 나아간 결과 상부구조가 정밀하게 세팅되어, 개화에 성공했고 반면 중국은 청나라 오랑캐와 한족 상인들 간에 불신이 쌓여 서로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용주의로 나아간 결과 일찍 파리와 런던에 진출하여 막대한 부를 일구었으며 서구식 건물을 지어놓고 프랑스인보다 더 잘 살았으면서도 한 것이 없다. 청나라는 열강에 북경을 점령당했을 때 무려 9억냥의 배상금을 뜯겼는데 이 전쟁배상금은 서구열강이 청나라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하여 도저히 갚지 못할 액수를 부른 것이지만 서태후는 단숨에 9억냥을 갚아버리고 이화원에서 뱃놀이를 즐겼을 정도로 막강했다. 근데 역시 뒷소식이 없다.

구조적으로 안 되는 데는 절대로 안 된다.

예컨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현대회화의 경향과 한국의 민화나 혹은 아프리카의 전통이 정서적으로 통하는 데가 있지만, 서구가 한국의 민화나 아프리카의 토속화에서 아이디어를 약탈하는 일은 있어도, 한국의 민화가 서구의 아이디어를 약탈할 수는 없다. 모방하고 복제할 수 있지만 그 경우 하부구조로 편입되고 만다.

비가역성이 적용된다. 서구는 성주미선진으로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민화에서 아이디어를 훔칠 수 있지만, 한국의 민화는 성주미선이 없고 진만 있기 때문에 서구의 아이디어를 훔치기가 불능이다. 이 경우 부분의 성공이 전체에 파급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스티브 잡스는 아이디어 약탈의 귀신이다. 에디슨과 빌 게이츠를 비롯하여 좀 한다는 자들 중에 도둑놈 아닌 놈이 없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한국의 아이디어를 훔칠 수 있어도 한국의 삼성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훔칠 수 없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불능이다. 물론 모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 도둑질은 한국이나 중국의 저급한 모방과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한국의 민화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데이터의 집합임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여의주를 물고 등용문에 올라 과거에 급제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그림의 암시효과가 실제로 유생의 과거시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 일종의 그림으로 된 부적이다. 복을 빈다든가 불로장수를 기원한다든가, 귀신을 막는다든가 등의 정보가 숨어 있다. 그림의 형식이지만 내용은 정보전달 위주이므로 진(眞)에 해당한다. 예컨대 울주 반구대 암각화는 온갖 고래그림을 그려서 정보를 전하고 있다. 민화에서 박쥐는 복과 발음이 통하므로 복을 주고, 물고기는 밤에도 눈을 뜨고 있으므로 도둑을 감시하고 등등 모두 메시지가 정해져 있다.

아주 뛰어난 민화의 대가가 있어서 그 진 위주의 민화 안에 작은 성주미선진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민화의 걸작) 그 성공이 전체에 파급되지 않으며 따라서 바람을 집어넣기는 실패다.

어떤 성공모델이 있어도 그게 파급되는 경우가 있고 파급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노무현의 성공은 제 2의 노무현으로 파급되지만 이명박의 성공은 제 2의 이명박으로 파급되지 않는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한국인의 위대한 걸작이지만 그게 미국회화의 하부구조로 편입될 뿐 한국회화의 주류로 정착되지 않는다. 한국인은 백남준을 모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백남준의 성공은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능이었으며 미국이라는 예술의 자궁에서 나온 것이므로 그 전통이 한국 안에서 계승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백남준을 잇는 흐름은 탄생하지 않는다. 한국과 상관없이 돌아간다.

‘바람을 집어넣는다’는 표현에 집착할 이유는 없고, 계에 밀도가 걸려 있으면 그 압력차에 의해 센세이션이 일어나 자연히 전체에 전파된다. 이는 구조의 밸런스 원리에 의해 저절로 일어난다.

이렇게 이중구조로 중첩되어 있는데, 바깥 5층이 없으면 안 5층 중에 1층 곧 진만 있을 때

그 진 안에 다시 성주미선진이 갖추어 있다 하더라도, 즉 민화의 대가가 출현하여 걸작의 민화를 그려서 어떤 경지에 올랐어도, 그게 전체에 파급되지 않아 아무 의미가 없다. 이 경우 5층으로 부풀려지지 않고 계속 요 상태로 머물러 있다.

청나라의 경우 광동성 화교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나 산서상인의 해외진출 성공사례가 중앙으로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인은 계속 장사만 했고 조정의 선비들은 해외에 눈을 감았다. 만족 지배집단과 한족 상인 사이에 소통구조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항상 성주미선진이지만, 실제로는 진선미주성으로 가는듯이 보이는 것은 바깥에서 자궁 역할을 하는 큰 성주미선진(상부구조)을 보지 못한 결과이므로 착각이고, 실제로는 상부구조의 작용에 의해 자궁 안 태아의 진 안의 작은 성주미선진이 전체에 파급되었으므로, 역시 성주미선진이라는 순서는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진 안의 작은 성주미선진이 비약하고 증폭하는 것은, 안쪽의 작은 성주미선진이 자가발전하여 갑자기 뻥튀기로 크게 부풀어 오른 것이 아니라, 바깥 성주미선진의 복제된 결과다. 모든 조직의 성장은 이 패턴을 사용한다.

양질전환이 구조적으로 불능인 원리에 따라 부분의 성공이 전체의 성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산서상인의 유럽진출 성공은 중국자본의 해외진출 성공이 아니라, 유럽자본의 해외자본 영입성공으로 된다. 산서상인의 자본은 유럽자본의 하부구조로 기능하고 중국자본의 진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양질전환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쪼그라든 상태를 유지한다. 반드시 바깥의 상부구조가 자궁 역할을해주어야만 부분의성공이 전체에 파급되어 마르크스가 양질전환으로 착각한 증폭과 비약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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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0-08-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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