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그렇게도 미웠습니까?’
구조로 보아야 답이 보인다. 구조로 본다는 것은 퍼즐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듯이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시켜 가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1단계 조치가 있고 2단계 조치가 있는 거다.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협상이 가능한 구조로 판을 꾸려간다는 것이다. 이런건 남북대화 과정에서 많이 보아온 거다. 대화하자고 하면 대화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무슨 조치를 하라고 북한에서 먼저 요구하고 그런거 있다. 지금 이명박도 대북쌀지원, 금강산관광재개에 앞서 천안함 발포책임자 먼저 처벌하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개혁적 노무현 세력과 보수적 호남세력이 힘을 합치려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해야하는 조치가 있다. 그 첫번째 조치가 추미애, 김민석 출당조치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만약 추미애, 김민석이 새 지도부에 들었다고 치자. 앞일이 어떻게 될지 뻔한거 아닌가. 이건 뭐 선전포고가 되는 거다. 너죽고 나죽고 한 바탕 해 보자는 거냐? 이렇게 된다. 그렇다면 손학규는? 이건 정말 짜증나는 짓이다. 솔직하게 본심을 털어놓지 않고 연막을 친 거다. 하여간 앞으로 힘들어졌다. 걸림돌이 하나 더 생겨서 첩첩산중이 되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기만 할까?
손학규의 당선이 의미하는 것은 ‘선호하는 인물 밀어주기’ 투표보다, ‘미운 인물 낙마시키기 투표행태를 보였다는 건데, 이건 최종단계인 대선에서나 하는 투표방식이다. 초장부터 이렇게 갔다면 싹수가 노란 거다. 미운인물 떨어뜨리기 투표로 가면 소수파는 애초에 설 자리가 없다. 구조가 붕괴되는 거다. 소수파 배제로 간다면 이건 지극히 소아병적 태도로서 공당의 자격이 없다.
당내에서 소수파 배제투표를 하는 비열한 자들이 어떻게 의견이 다른 여러 세력을 규합하고 거기서 어른 행세를 하겠다는 말인가? 당내에서 이런 식으로 비민주적 행태를 보이는 자들을 누가 믿고 연대를 하겠는가? 민노당이? 진보신당이? 문성근의 백만독립군이? 어느 당이, 어떤 세력이민주당과 손을 잡아도 배제투표 공격에는 남아날 수 없다. 이건 뭐 눈 뜨고 당하는 거다. 이건 제도적 모순이기도 하다. 애초에 소수파 배제형태의 투표를 못하게 룰을 정해야 한다. 이런 비민주적 투표는 하면 안 된다.
입만 열면 민주당으로 들어와라고 외치는 자들이 ‘들어오면 죽는다’ 하고 딱 보여주는 거다. ‘만약에 겁 없이 민주당에 기어들어오면 요렇게 박살을 내놓는다 알지? 특히 문성근 잘 봤지?’ 하고 만천하에 선포를 한 거다. 그렇다. 딱 이렇게 된다. 새 지도부에 친노는 씨가 말랐다. 민주당에 들어가면 죽는다. 누구라도 죽는다. 봤잖아!
손학규 당선을 순수한 대의원 개개인의 선호에 따른 판단이라고 볼 바보는 아마 여기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위에서 오더를 내렸거나, 혹은 밑에서 바람이 불어서 이심전심에 따른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다. 누군가 위에서 오더를 내렸다면 최악의 결정을 한 것이다. 앞으로 있을 합종연횡에 방해되는 거대한 암초를 하나 들여온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잘못된다면 누구 때문인지는 명백하게 된다. 그 자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결정을 한 것이다.
보나마나 뻔하다. 손학규는 스스로 ‘혁명’이라고 말했을 만큼 당내 기반이 없다. 강화도령을 픽업한 것이다. 강화도령이 선택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만만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에 토사구팽 하면 된다. 그때 전혀 부담이 없다. 손학규 하나 떨어져 나간다고 민주당이 흔들리겠나 이거다. 조선왕조가 요런 잔머리 때문에 망했다. 아마 박지원이나 혹은 그 정도의 위치의 어떤 인물이 손학규를 나무 위에 올려놓았다가 적당한 때 흔들어서 떨어뜨리고, 결정적 찬스 때 자신이 나설 요량으로 만만한 손학규를 밀어주었을 것이다. 혹은 2002년에 노무현 대통령 밀었다가 지지도 떨어지자 몽으로 갈아탄 후단협 세력이 아직도 민주당에 남아있어서 그 못된 버릇을 못 버린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손학규 강화도령이 팽 될 뿐 아니라, 그 토사구팽을 자행한 세력도 책임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같이 팽 된다. 믿을 수 없는 짓을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신뢰기반을 붕괴시킨 것이다. 이는 뭐 자기집 축대밑을 삽으로 파낸 짓이다. 민주당은 용병-손학규- 고용해서라도 악착같이소수파 찍어내는 배제투표 하는 당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 근본적으로 불신이 누적되어 앞으로 아무도 민주당과 손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하는 자들은 일단 제껴놓고 협상을 하더라도 해야 한다.
대의원들이 이심전심 뜻을 모아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했다면 역시 최악의 선택이다. 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덜 미운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대선 때는 보통 그렇게 한다. 2002년에도 노무현이 좋아서 찍은게 아니라 이회창이 싫어서 찍은 거다. 지난 지자체 선거도 민주당이 예뻐서 찍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미워서 찍은 거다. 이거 아주 위험하다. 바로 역풍 들어온다. 지난 보선에서 바로 입증되었다. 2002년 대선도 좋은 노무현 밀어주기가 아니라 미운 이회창 떨어뜨리기 투표였기 때문에 뒷탈이 나서 결국 탄핵까지 간 것이다. 후유증 백퍼센트며 이는 피해갈 수 없다. 기계적인 법칙이다. 좋아하는 인물을 찍도록 룰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대선이 아니다. 당 내부 선거다. 인물을 키워주기 선거여야 한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인물에 투표해야 한다. 배제투표는 용납될 수 없다. 이게 민주주의다. 민주당 당원들이 덜 미운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이제이 투표법을 구사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이들은 노무현 세력을 극도로 거부한다는 거다. 장차 민주당과 노무현세력이 힘을 합칠 가능성은 영영 사라졌다는 거다. 노무현이 그렇게도 미웠던가 싶다. 그렇게 노무현이 밉다는 민주당에 우리가 기대를 걸 이유는 없다. 지자체 선거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도움을 크게 받았다. 원하는 거 얻었고 이제 관계정리 수순으로 들어간 거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강화도령 손학규를 업어와서 간격을 벌린 것이다. 이이제이다. 싫은 손학규를 용병으로 부려서 더 미운 노무현을 막는다 이거다. 잔머리 잘 굴렸다.
범개혁세력이 연대를 하려면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자기의 본심을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태도는 어떤가? 노무현 세력 이야기를 하면. “뭐라고? 안희정, 이광재가 다 민주당에 있는데 무슨 소리? 노무현 세력은 이미 민주당에 다 들어와 있는데 누구와 힘을 합쳐? 유시민? 이해찬? 한명숙? 그런 사람 못 들어봤는데. 진짜 궁금해서 묻는데 유시민이 누구죠?” 이런 식으로 엿먹이려고 한다면 대화할 필요가 없는 거다. 결론적으로 본심을 감추고 연막을 친 거다.
무엇인가? 정치는 줄 것읕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건데 이건 아무 것도 안 주겠다는 심보다.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연 의석 몇이나 양보할 것인가? 여론조사로 나타난 지지율 만큼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아마 단 한 자리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참여당과 민노당, 진보신당의 씨를 말려놓아야 대선에 유리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끝이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손학규가 된다는 것은 대리인을 내세웠다는 것이고, 이건 결국 자기 카드를 감추었다는 것이고, 자기 본심을 위장한다는 거고, 이런 무례한 자들과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 끝난 거다. 판을 깨려고 하는 자들을 위한 무대는 없다.
유시민은 20대 투표율을 두 배로 올려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다. 유시민 없는 선거를 원하는 것이다. 투표율 낮으면 지는건 뻔한 거다. 하여간 답이 없는 자들이다. 필자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1단계 분위기 조성 조치(추미애, 김민석축출, 지도부에 친노인사 안배등), 2단계 총선 선거연합지지율에 맞게 배분-수도권 및 호남지역 참여당, 민노당에 양보 필수-, 3단계 대통령, 총리 및 장관자리 배분(DJP연합식으로 장관자리까지 사전에 배분해야 한다. 대통령 내는 당이 총리 양보, 장관도 민노당까지 배분.) 이 정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희망이 있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세가 나서야 한다. 손학규가 이런걸 멋대로 결정할 수 있나? 손학규가 다음 총선 때 참여당, 민노당과 연대하기 위해 공천 조정하자고 하면 이게 씨알이 먹히나? 어느 미친 지구당 위원장이 자기 기득권 내놓으려 하겠나? 기득권 양보하면 대신 장관자리나 기관장낙하산이라도알아봐 주겠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겠나? 민주당은 일이 틀어지는 방향으로 길을 잡은 거다. 깜깜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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