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전운에 대한 소회”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봤으면서 왜들 그러셔?’
필자가 지난번에 말한 것이 있다. 이제는 남과 북의 현실적인 격차를 반영해서 논해야 한다고. 우리가 공연히 쫄아서 한 수 밑지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호구짓 할 필요 없다고.
인구로는 남이 북의 두 배를 넘고, 경제력은 북의 열 배를 넘고, 대중국무역액은 70배를 넘고, 군사력이나 국제적 지위 등등 어느 것을 비교해도.. 도무지 비교가 안 된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는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남과 북을 50 대 50으로 대등하게 비교하는 착각을 하지 않느냐고.
이건 아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어떨까? 북한 내부에 남과 북을 50 대 50으로 대등하게 비교하는 얼간이는 없다. 그들에게도 어리광이 있다. 우리가 다섯 대를 쥐어박고 북이 한 대를 맞받아쳤다면 대략 비긴 걸로 쳐야 한다. 형님이 두어 방 쥐어박은 것과 아우가 한 방을 치받은 것이 같을 수는 없는 거다. 겉으로는 큰소리 치지만 북한 주민은 자기네가 아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것도 한참 밑지는 아우.
말하자면 겉으로는 북이 한방 때리고 남도 한방 때려서 엇비슷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쫄은건 북이다. 우리가 열배백배로 갚아줘야 대략 비긴거고.. 대등하다면 북의 큰 승리다. 북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명박 저 호구를 살살 구슬러서 이 정도로 수습했다면 다행이라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미국이 베트남을 백 방 때리고 베트남이 겨우 한 방을 반격했어도 베트남이 이긴 걸로 친다는 거다. 베트남이 약하니까.
북의 허장성세에 속을 이유는 없다. 북한은 실제로 강하지 않다. 환상은 버려야 한다. 누누이 말했다시피 독재는 언제나 약하다. 수구꼴통들의 북한 군사력 과장도 마찬가지다. 어느 장군이 말했다던가.. 남의 일개 군단만으로 북한을 통째로 접수할 수 있다고.. 이 말 나온게 아마 10년 전이었을테고.. 또 북한 대포는 625때 쓰던 고물이라 8할이 고장나 있고, 사격훈련 때는 늘 사용하는 몇 대만 반복하여 사용하며, 대포알은 ‘구리스’에 담가놨는데 구리스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서그거 벗기는데 한 시간이나 걸린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었다.
아무리 약한 군대라도 최정예를 동원하면 한 번 기습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연평도 기습공격이 북한 전력의 전부일 수 있다. 더 이상은 없는 거다. 우리가 쫄아서 소극적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지나치게 겁내고 대책없이 평화를 외친다면 바보짓이 될 수 있다. 물론 일반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평화를 강조해야 하지만, 한 명이 희생되어도 평화를 잃으면 우리가 손해니까. 정치인은 다르다. 예컨대 유시민이라면 어떨까? 대책없이 평화타령을 하는 것 보다는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과단성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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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대략 필자의 예측대로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북을 과대평가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미국 항공모함을 끌어들인 지난번 서해훈련과 이번의 연평도 사격훈련은 북한이 선제타격을 실행하는 시점에 기계적으로 결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측의 당연한 자위행동이고, 한편으로는 모두 북이 자초한 일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이번에 재차 도발하여 새로 2라운드를 실행한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도 없을 때 몰래 가서 슬쩍 한 방을 쥐어박고 오는 것과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태연히 도발을 저지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 북에 그럴 능력은 없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북한은 지난번에 도발하여 이미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미 큰 성과를 얻었는데 그 성과를 무효화시킬 위험이 있는 재차도발을 감행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북한이 지금 포를 쏜다면 이명박의 자극에 대한 대응이 아니고, 새로운 형태의 도발이다. 그간 있었던 각국의 중재노력을 개무시하는. 중국의 체면을 묵사발 만드는. 무엇인가? 왜 우리쪽에 불리한 포지션에서 판단하느냐 말이다. 우리가 갑이고 저쪽이 을인데도? 지금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데? 누가 형님이고 아우인데? 이거 잘 판단해야 한다.
안보문제에 관한 한 백 퍼센트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도박은 안 된다. 더욱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은 도박은 용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도박은 북이 먼저 자행한 것이다.(설사 남측이 구실을 주었다 하더라도) 북한은 도박하여 이미 이것저것 챙긴 것이 있다. 이미 챙겼는데 또다시 무식한 도박을 하겠는가? (이번에 필자는 북한이 바다에라면 몰라도 연평도 땅에 사격을 할 가능성은 0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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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김정은의 권력승계고 하나는 이명박의 호전성이다. 권력을 승계하려면 크게 인심을 써야 한다. 곳간을 열어야 한다. 쌀배급 늘려줘야 한다. 곳간이 텅 비게 된다. 어디서 쌀을 구해 빈 곳간을 채우지? 지금은 중국 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을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한 통속이 되어 댜오위다오에서 사고를 쳤다. 중국은 고립되고 있다. 뻔한 거다.
미국이 중국에 압력을 넣으면, 중국이 북한과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을 잠그게 되어 있고, 북한은 중국에 굴복하게 되어 있다. 이번에도 파이프 잠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사격훈련을 앞두고 필자가 말한건 이렇다. 만약 사격훈련을 실제로 한다면 두 가지로 봐야 한다고. 하나는 중국, 러시아에 압력을 넣어서 중재하게 만드는 것, 즉 바로 훈련하지 않고 날씨 핑계로 며칠 시간을 끈 것은 중국, 러시아에 시간을 준 거고,(명박이 웃겼어. 쏘려면 그냥 쏘지 무슨 날씨 타령이람? 전쟁을 날씨 봐가며 하나?) 그 기간동안 막후에서 조정이 들어갔고, 오늘 사격을 실제로 한다면 막후에서 협상이 진전되었다는 증거라고. 그 경우 북한은 대응사격을 않거나 만약 하더라도 육지에는 절대 쏘지 않을거라고 필자는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아침에 북한이 핵사찰 허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간에 막후에서 조정된 거다. 뻔한거 아닌가? 물주는 중국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쏘면 미국이 항공모함을 태안반도 이북으로 끌고오고, 그 경우 중국은 잠수함 기지가 전부 노출되고(이미 노출되었지만 이것이 공식화 되는건 다른 문제.) 그 경우 중국은 대략 100조원(숫자는 필자의 추정)을 들여서 대대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고 모든 작전과 군사시설을 교체해야 한다.
말하자면 중국과 미국이 과거 구소련과 미국의 냉전시절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중국이 대략 100조원의 국방예산을 갑자기 증액하겠는가? 아니면 그냥 파이프라인을 잠가서 김정일을 주저앉히겠는가?
과거 쿠바위기 때도 실은 막후에서 조정이 있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쿠바위기는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었고, 케네디의 배짱이 먹힌게 전혀 아니고, 호르시초프의 농간에 넘어가서 미국이 실제로는 뒤로 엄청난 양보를 한 거라고. 소련이 미국의 핵군비 증강과 다양한 군사정탐을 견디다 못해 쿠바를 이용해 큰 장사 한거라고. 이번에도 아마 비슷할 거다.
그때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가 싶어 전 세계가 다 쫄았는데 알고보니 세계적인 사기극. 미소가 뒤로 입장조율 다 해놓고 생쇼하고 난리친 것임. ‘쿠바봉쇄’ 운운 .. 이름은 그럴듯 하게 잘 지어.
북한은 쌀이 필요했고, 그러므로 중국을 위해 대리전을 하려 했고, 이것이 도를 넘을 경우 도리어 중국을 곤란하게 할 위험이 있고, 중국은 북한을 주저앉혀 중재자의 체면을 세운 거고, 이 과정에 명박이 국익을 뒷구멍으로 팔아먹었는지는 조사해봐야 아는 거고, 중국은 북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해야 했던거고, 북한은 적절히 미국을 테이블로 끌어들였고, 아마 중국으로부터 뒤로 쌀지원을 약속받았을테고, 각국이 적절히 이득을 챙긴 것이며, 오바마는 역시나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이 양반 물바마. 난 애초에 기대 안했음.), 명박은 뒤로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케네디도 실은 미국인을 속인 것. 뒤로 소련에 엄청난 양보를 했다. 그래놓고 언론에 나와 소련을 물먹이고 이긴 척 자랑했다.)
중요한건 평화냐 전쟁이냐 노선싸움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느냐다. 우리쪽에서 아마추어같은 말 자꾸 나오면 곤란하다. 몰라도 다 아는척 해야지.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뭐 다 알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동안 국제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경험칙이 있는데 뻔한거 아닌가 하는 거. 막전과 막후는 다르다. 쫄아서 허둥댈 필요없다. 의연한 표정 지어야 한다.
북한이 실제로 포를 쏘면, 중국이 북한을 관리할 수 없다는 비밀이 들통나는데 이는 중국 입장에서 엄청난 전략적 손실. 지난번에 북이 쐈을 때 중국이 북한을 두둔하는 척 한 것도 그렇다. 김정일이 이뻐서 두둔한 것만은 아니다.(이쁘긴 이쁘지. 대리전 해주는데. 이번에 중국 입지 올라갔음.) 김정일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밀이 새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마치 중국이 배후에서 김정일을 조종하여 연평도를 타격한 것처럼 포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험 헛기침 하고.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 김정일 지시없이 쐈더라도 김정일은 자기가 지시한 것처럼 해야 뒷수습이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체제의 허술함이 노출되어 안에서 붕괴된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알면 북한이 도발을 해도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종기인지 속으로 숨은 암종인지 구분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종기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그에 따라 위기징후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이번 훈련과 관련한 다자간 막후협상으로 전쟁위험이 더 낮아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번에 말했다. 겉으로 떠드는 넘은 진짜 일벌일 넘 아니라고. 이명박이 훈련으로 쇼를 한 것은 진짜 북한을 타격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이번에 대대적인 군인사로 장군들과의 라인이 바뀌었는데 새로 호흡 맞추는데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이명박은 6개월 안에 큰 일 못 벌인다. 6개월 가기 전에 레임덕이다. 그리고 이번에 국민의 전쟁스트레스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걸로 이명박이 얻을 정치적 이득은 없다. 미국과 달리 이명박은 단임이니. 이게 단임제의 장점이라면 장점. 참!
너무 불안해 하지 말고,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노련한 고수의 표정을 짓고 있자는 말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는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리더는 단호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리더는 어떤 경우에도 외통수로 몰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명박과 김정일 양쪽을 다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악재도 역이용 하고, 호재는 더 크게 이용해야 한다. 호재 만나면 방방 뛰다가 악재 만나면 쑤그리고 그런 속보이는 단세포로는 곤란하다. 과연 우리가 정권을 되찾아올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한민국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가?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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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부질없는 북한 자극 -> 자극 빌미로 북한의 중국 위한 용병장사 -> 중국은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입지향상 -> 미국은 류사오보 노벨평화상과 댜오위다오사건에서 일본편 들은거 미안해 하며 막후에서 중국에 양보 -> 러시아는 공연히 뜯어먹을거 없나 집적. -> 미국은 북한의 핵사찰 양보 얻어내 이익. -> 북한은 뒤로 중국에 쌀받아 내 이익.
각국이 모두 이익을 얻었는데 한국은? 개털? 한국 빼고 모두 이익을 봤으니 북한은 이런 사건을 반복. 북한은 이걸로 재미들렸어? 한국만 민방위 대피훈련하며 조뺑이를 쳐? 이건 뭐 똥개훈련도 아니고. 다들 뒷구멍으로 이익을 챙기고 한국만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서 이 무슨 개고생?
국민과 야당은 공연히 쫄아서명박에게 속고, 명박은 김정일, 오바마, 중국의 3단콤보에 속고.. 이런 구조가 반복되고?
이 사악한 배후의 연환계를 드러내야 한다. 장막을 걷고 막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폭로하고 심판해야 한다. 장사 한 두 번 해보나? 누구를 호구로 아나? 다 알면서 왜들 이러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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