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옥주현 죽이기

영심사인지 어떤 점쟁인지 하는 양반이 옥주현 탈락을 하루 전에 예언했다지만 필자는 일주일 전부터 그의 탈락을 예견했다. 최근 일주일간 옥주현 언플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옥주현으로 도배를 하다가 딱 멈추면 냄새가 난다. 옥주현은 처음 등장때부터 과도한 편집배려를 받았고, 나갈 때도 거물처럼 화려하게 전송받았고, 탈락이 예정된 일주일간 조용하더니, 나가고 난 뒤에도 지나치게 언론을 탄다. 이 정도면 눈살이 찌푸려질만하다.

다음 포털은 아예 옥주현 포털처럼 보인다. 왜 대놓고 이러시는가? 이것이 옥주현 죽이기가 된다는 사실을 언론들은 정녕 모르는가? 지금 언론들이 생사람 하나 잡고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라서 이러는가?

언론들은 옥주현 안티의 이유를 진짜로 모르는가? 아니면 뒤로 짜고 모르는 척 의뭉을 떠는가? 정면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언론사나, 기자나, 칼럼니스트는 대한민국에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문제.

늘 그렇듯이 이건 정치문제다. 황우석, 심형래, 천안함, 광우병촛불, 타블로 이 모든 사태에는 ‘대중의 권력의지’라는 정치적 본질이 숨어 있다. 왜 옥주현을 살벌한 정치판에 끌어들이는가 말이다.

정치 아니라고? 단지 예능일 뿐이라고?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미친 거다. 타블로는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배후에 대중의 정치적 의도가 있기 때문에 안티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타겟이 있으니까.

타블로가 아무리 결백하다 해도 대한민국이 지난 50년간 전혀 공정하지 않게 작동했다는 사실은 불변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노림수가 있고 반향이 나와주는 타겟이 있으면 무조건 찔러보는 사람 있다.

황우석, 심형래, 천안함, 광우병촛불, 타블로들은 국회에서 일어난 정치사건이 아니지만 명백히 대중의 정치적 지렛대로 작동한다. 이는 대중의 권력행사 방식이다. 누가 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겠는가?

이 시대 정치판의 화두는 ‘진정성,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사회’다. 옥주현은 진정성 대신 마당발(측근이 붙여준 옥주발이라는 별명이 단적인 예)이며, 정의가 아니라 불의, 공정하지 않다는 정치적 상징이다.

김건모의 재도전 역시 불공정 때문에 말썽이 났다. 불공정이 큰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시점에 하필 진작에 불공정의 상징으로 떠올라 안티가 많았던 옥주현을 끌어들인 것이 방송사의 잘못이었다.

립씽크는 불공정한 것이며, 립씽크 하는 댄스가수는 전체적으로 불공정한 특권 집단이며, 댄스음악 위주의 아이돌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불공정하게 특혜받은 귀족집단으로 인식되어 있었던 거다.

아이돌 가수들이 황금시간대에 배치될 때 임재범은 예수님 같았던 긴 머리 잘리고(로커로서는 최악의 수모, 거의 인격살인) 다들 잠든 심야에 수요예술무대에 서야 했다. 이렇게 공정하지 않았다.

옥주현은 성형수술 하고 다이어트 해서 예뻐졌다. 방송 나와서 요가 하며 ‘뚱뚱한건 게으런 거다’는 식으로 말한다. 고액과외 해서 서울대 합격한 사람이 ‘과외공부 안 하는건 게으런 거다’하고 면박주는 것과 같다.

이게 공정해? 이게 정의야? 이게 진정성이야? 이제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모아서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가? 이거 굉장한 스트레스다. 옥주현은 모든 한국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모든 학생들은 고액과외를 해야한다면, 설사 그래서 성적이 10점 올라갔다손 치더라도 그게 과연 대한민국에 플러스가 되는 일인가? 왜 이러한 본질을 아무도, 단 한명도, 그 누구도 말하지 않을까?

성형수술 했으면 조용히 다녀야 한다. 다이어트 자랑도 좋지 않다. 그거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방송에서 요가를 선보인 것이 가장 나빴다. 고액과외 해서 서울대 합격했으면 적어도 과외학원 홍보로 나대지는 말아야 한다.

서울대 수석합격자의 공통된 발언이 있다. 인터뷰에서 ‘교과서만 봤다’고 거짓말 하는 거다. 왜 그들은 한결같이 거짓말 할까? 자칫 고액과외의 진실을 말했다가는 돌 맞을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옥주현을 잊어주는 것이 돕는 것이다. 언론은 위험한 불장난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계속 이런 식이면 기어코 탈이 나고야 만다. 왜? 이건 명백히 대중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아픈 데를 찌른 것이다. 고의는 아니었을지언정 옥주현은 부지불식간에 대중에게 모욕을 준 것이다. 그게 전부 다 옥주현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걸 편집하지 못한 언론은 분명히 잘못했다.

대중이 원하는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숨은 천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대중은 언론이 퍼뜨리는 성공지상주의를 싫어한다. 제발 성공타령 하지 마라.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치어, 운명에 치어 빛을 보지 못하는 임재범, 백청강, 최성봉, 김태원과 같은 숨은 천재를 발굴하여 기회를 주는 것이 정의다. 그럴 때 대중은 열광하고 지지를 보낸다.

자가발전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열심히 요가하고, 열심히 디어어트 하고, 열심히 성형하고, 열심히 화장하고, 열심히 인맥쌓고, 얼굴 두껍게도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오빠!’ 하고 전화하고, 열심히 자기 세일즈 하는 자는 되도록 배제하는 것이 맞다. 대중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대중은 신데렐라를 좋아한다. 신데렐라는 전혀 노력하지 않고도 단번에 왕자의 옆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다. 그냥 요술공주 마법을 써서 단번에 변신하는게 대중이 원하는 거다.

대중이 원하는건 노력하는게 아니라 최선의 포지션 조합을 맞추어, 최고의 화음을 끌어내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여 이것저것 다 잘하는.. 타블로같은 엄친아, 만능인, 팔방미인, 범생이가 아니라 단지 한 가지 재주를 가졌을 뿐이지만 어떤 운명적인 찬스에 그 재주를 살려서 사회 전체에 플러스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소라가 그랬던 것처럼 98프로 갖춰진 팀에 부족한 2를 채워줄 히로인이 되어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100의 능력을 갖추었더라도 80만 보여주는 것이 맞다. 80을 가진 사람이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열심히 노력하여 100이나 120을 해내면 대중은 그걸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다.

세상의 좋은 일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포지션의 조합을 잘 맞추고, 팀을 잘 편성하고, 만나야 할 사람을 서로 만나게 해서 증폭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공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북이 북채를 만나서 소리를 내듯이, 산사의 범종이 당목을 만나 제 소리를 내듯이 숨은 인재를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대중이 원하는 거다. 그럴 때라야 대중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은 개인의 사사로운 인맥 위주로 가서 자기 사람 심고, 원래 별 것 아닌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여 겨우 흉내나 내면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해놓고 잘났다고 으시대는 것이다.

◎ 능력이 있음에도 부산출마로 물러선 사람 – 노무현

◎ 열심히 노력하여 마침내 대통령 된 사람 - 이명박

노무현 대통령은 인맥을 쌓지 않았다. 세력을 모으지 않았다. 천정배 한 사람이 지지했을 뿐이다. 그래놓고 나중 배신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종로 지역구 놔두고 부산 내려갔다. 죽을 곳으로 간 것이다.

이명박은? 양지만 살살 찾아다녔다. 이명박은 딱 한 번 만나본 부하직원 얼굴과 이름도 기억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맥의 달인이었다. 소망교회, 고려대, 영남인맥 잘도 활용했다.

모델 장윤주가 인기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성형을 할만한데도 성형을 하지 않고 화장도 덜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발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 성형하고, 화장하고, 공부하고, 스펙쌓고, 인맥쌓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부담을 주지 말라.

사회가 너무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대중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액과외도 해야하고, 강남으로 이사도 가야 하고, 조기유학도 해야 하고, 외고입학도 해야하고, 부동산투기도 해야하고, 성형수술도 해야하고, 치과 보정기도 끼워야 하고, 소망교회 인맥도 쌓아야 하고, 스펙도 쌓아야 하고, 고액등록금에 알바도 뛰어야 하고, 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남들은 다 한다는데 나만 소외된 느낌이다. 그런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다.

최성봉은 열심히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엉뚱하게 노가다판에서 막일이나 했다. 예고 다니면서도 밤새 옥천의 택배회사에서 일하느라 공부 못했다. 주변에서 도와주겠다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거절했다. 워낙 독립적으로 자랐기 때문에 대인관계가 서툴러 타인과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그러고도 떴다.

임재범은 열심히 앨범 홍보해도 부족할 판에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김태원은 열심히 노력하기는 커녕 동료를 잃은 슬픔에 빠져, 술이나 마시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런게 진짜다. 그런 세상의 게으럼뱅이들, 엉뚱이들, 괴짜들도 최고의 리더를 만나, 최고의 팀만 꾸려지면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낸다.

북이 소리를 내려면 최소화 되어야 한다. 가득 채워져 있어서는 소리를 낼 수 없다. 이 세상의 가치있는 것들이 제 빛을 내려면 더 비워져야 한다. 그러나 이 사회는 너무 채우려고만 든다.

성형하고, 보정하고, 과외받고, 언플하고, 인맥쓰고, 노력하고, 스펙쌓고, 그게 너무 심하여, 챙긴 것이 너무 많아서 다들 갑옷입은 무사처럼 뒤뚱거리고 있다. 우리는 더 비우고 가벼워져야 한다. 음악 외에 아는 것이라곤 없는 무식가 김태원처럼 머리 속도 텅텅 비워두어야 한다.

다이아몬드가 빛이 나는 이유는 주변의 불순물들을 최대한 잘라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최고의 조합, 최고의 포지션, 최고의 팀, 최고의 화음, 최적의 밸런스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워야 한다. 왜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가?

PS..

한국이 축구를 잘 해서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고 치자.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물었다. ‘한국 선수들은 얼마나 열심히 축구를 하길래 그렇게 잘 하지?’ 이때 한국인의 대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1) 열심히 하긴 뭘. 한국 선수들은 원래 잘해. 대충 했는데도 어쩌다보니 결승까지 왔더라구. 슬금슬금 하다보니 우승이더라고. 이 정도 가지고 뭘 낯간지럽게 칭찬을 다 하고 그래. 이 정도야 보통이지. 사실은 실력의 반도 못보여준 것임. 대수로운 거 아녀.

2) 한국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선배들에게 구타당하며, 수업 빼먹고 밤늦게까지 연습하지. 학부모들은 감독에게 거액을 바쳤기 때문에 본전 뽑으려고 죽도록 연습시키지. 축구에 인생을 바친 거지. 외국에서 최고의 감독 모셔왔지. 협회에서 거액을 투자했지. 심판들 다 구워삶았지. 정말 한국은 최선을 다했다구. 할 수 있는건 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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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1-07-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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