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를 위한 고언을 한다면
정치는 절대적으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세력은 직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치는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51을 직속부하를 가져야 한다. 직계가 강해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다음 웹툰의 말무사를 참고할 수 있다. 테무친은 이기고 자무카는 진다. 그런데 지금 허영만 화백이 연재한 분량까지는 자무카가 월등하게 앞서있다. 잘 나가던 자무카는 왜 졌을까? 자무카는 죽기 전에 이런 독백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일찍이 부모를 잃었고 형제도 없다. 게다가 마누라는 수다쟁이였다.”
허화백의 웹툰에서 지금까지는 자무카가 유능한 인물로 나오고 테무친은 찌질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왜? 자무카의 대답은 ‘사람이 없어서’다. 지모로는 우수한데 인재가 없어서 졌다는 거다.
그렇다면 인재를 모아야 하지 않나? 왜 자무카는 인재를 모으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거 원래 안 되는 거다. 그게 되면 너도 나도 다 인재를 모아서 너도나도 다 대박을 냈지, 역사상의 허다한 영웅들이 그렇게 쓸쓸히 무너져 갔겠는가?
한니발은 뛰어났지만 인재를 모으지 못했다. 혼자 고군분투 하다가 죽어갔다. 로마는 실력이 별로였지만 워낙 인물이 많았다. 대부분 한니발에게 깨졌지만 마지막에 스키피오가 이겼다. 장기전을 하려면 인물이 많아야 한다.
왜 한니발은 인물을 모으지 않았을까? 모으려고 했는데 안 된거다. 이탈리아 남부 해안지역의 도시국가들은 그리스인들이 세운 폴리스들이다. 카르타고도 마찬가지고. 한니발은 그리스 식민도시들을 설득하여 거대한 반로마 연합전선을 구축하려고 했다. 그리스 대 로마의 대결구도다. 실패했다. 그런거 원래 잘 안 된다.
잇기는 어렵고 끊기는 쉽다. 잇는 사람은 열 곳을 다 이어야 하지만 끊는 사람은 단 한곳만 돌파해도 되기 때문이다. 한니발은 답을 몰라서 진 것이 아니라 답을 알고도 구조적인 이유로 일이 풀리지 않아 진 것이다.
포지션이 좋아야 인재를 모을 수 있다. 일을 풀어갈 수 있다. 끊어진 고리들을 이을 수 있다. 그거 원래 되는 구조가 있고 절대로 안 되는 구조가 있다.
당시 몽골의 풍속은 신라와 마찬가지로 사람차별이 심했다. 검은뼈, 흰뼈 하며 골품을 구분하는데 신라로 치면 세체 베키가 선대 카불칸의 직계로 성골, 테무친은 방계로 진골, 자무카의 자다란족은 일종의 업둥이로 6두품 쯤 된다.
초반에는 자무카가 민중의 지지를 받아 먼저 고원의 실력자로 떠올랐으나 테무친은 귀족들의 지지를 받아 오히려 자무카보다 먼저 칸에 올랐다. 테무친을 칸으로 옹립한 귀족들은 곧 땅을 치고 후회하며 테무친을 배반했다. 후에 테무친이 그들을 제거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혈통이 좋은 테무친이 이긴 거다. 만화의 공식으로는 주인공 테무친이 민초들의 지지를 받아 귀족을 제압하는 것으로 되지만 그건 만화니까 그런 거고. 허화백의 만화에서는 테무친이 서민의 영웅으로 묘사되고 자무카는 화려한 귀족의 모습으로 백마타고 나오지만 그건 만화의 설정에 불과한 거고.
실상은 어떤가? 테무친의 어머니 허엘룬은 부족에서 추방되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일생동안 귀족들이 쓰는 뾰족모자를 벗지 않았다고 한다. 테무친의 부인 보르테는 적장에게 납치되어 적장의 아들을 낳았으나 아무런 추궁을 당하지 않았다. 반면 테무친의 작은엄마인 수치겔은 납치되어 마부와 살게되었는데 아들 벨구테이가 구출하러오자 눈앞에서 자결해 버렸다.
정조는 전혀 문제되지 않지만 마부의 신분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대는 정조보다 혈통이 더 윗길이었다. 부인 보르테가 남의 자식을 낳았으나 테무친은 차별하지 않았다. 그래도 귀족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몽골족은 신라만큼이나 인간차별하는 부족이었다. 이는 우리의 상식이나 통념과 다른 것이다. 왜 테무친은 강해졌을까? 그 차별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차별이 없었던게 아니라 차별하다가 차별을 안했기 때문에 강해진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근데 세계를 정복한 다음에는 다시 차별을 자행했다. 몽골족이 제 1 신분, 색목인은 6두품쯤, 한인은 5두품쯤, 남인은 최하층 계급이 되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는 지금까지 테무친과 자무카의 대결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무카가 앞서간다. 그러나 곧 테무친이 역전시키게 된다. 그 비결은? 테무친의 직계가 강했기 때문이다. 활의 명수인 카사르, 도끼의 달인 벨구테이를 비롯해서 유명한 사준사구를 직속부하로 거느렸기 때문이다.
귀족의 지지를 받은 테무친은 차별없이 인재를 등용하여 성공했다. 그런데 민중의 지지를 받은 자무카는 왜 인재를 등용하지 못했을까? 직계가 약하면 그것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테무친도 초반에 빌빌거리다가 40살 이후에 떴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직속부하들이 나이를 먹을만큼 먹어서 한 부대를 거느릴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정치적 확장성이다. 이거 중요하다. 확장성은 그냥 되는게 아니다. 인재는 그냥 들어오는게 아니고 반드시 줄을 대고 들어온다. 일종의 다단계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지금이라도 대선후보(?) 안철수에게 줄을 대려고 한다면 그냥 쑥 들어가는게 아니고 누군가의 소개로 들어가게 되는 거고 거기서 라인이 만들어진다. 라인이 문제다.
친족이 없는 자무카는 인재를 등용하고자 해도 직계가 없으므로 많은 부하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데 이거 곤란하다. 부하들끼리 서로 싸운다. 이러한 난맥상은 삼국지의 유비그룹에서 잘 관찰된다.
원래 유비는 천애고아라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친족도 아닌 관우, 장비가 단촐하게 식구를 이루고 따라다녔을 뿐이다. 조조가 친족인 조씨와 하후씨(조씨와 같은 뿌리) 위주로 탄탄한 세력을 구축하여 친인척만으로도 막료의 절반을 채웠는데 유비 주변에는 유씨가 한 명도 없다. 유씨가 있어야 이야기가 된다.
방통이 왜 죽었겠는가? 제갈량과의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이다.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가 나가는 현상은 친족이 적을 때 흔히 나타난다. 조조는 그렇지 않다. 부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유비는 하나가 들어오면 하나가 나가는 식이어서 애를 먹었다. 유비집단의 확장성이 부족했고 그것은 직계가 약했기 때문이다.
원소의 부하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소의 부하들은 모두 원소의 아들들인 원담, 원희, 원상에게 줄을 대고 있었다. 원소가 망한 이유는 결국 세 아들들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공의 공식은 첫째 직계가 강할 것. 다음 그 직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할 것이다. 이게 안 되면 망가지고 만다.
정치는 집단의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형태로 세팅되어야 한다. 여포가 망가진 것은 역시 직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포는 장료, 고순, 양봉, 한섬 등 많은 능력있는 장수들을 거느렸지만 여씨 직계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진궁과 여포의 사이가 나빠지자 바로 붕괴되었다. 여포의 부하들이 여포말을 들을지언정 진궁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여포 동생이라도 있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여포가 성을 비울 때 동생이 책임지면 된다.
지금 박근혜나 안철수나 공통적으로 자무카의 포지션에 있다. 하층민 위주로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중간고리가 없다. 세력이 늘어나게 할 라인이 없다. 정치적 확장성이 없다. 과거 정몽준과 비슷하다. 김민석이 뛰어들었으나 김민석은 오히려 새 인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누가 김민석 밑으로 들어가고 싶겠는가? 김흥국이 웃겼다. 누가 김흥국 밑으로 고개숙이고 들어가겠는가?
정몽준은 인재를 모으지 못했고 그 이유는 아무도 그의 참모인 김민석, 김흥국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이상한 괴짜 아저씨들만 모여들어 일을 망치게 된다. 직계가 약하면 먼저 들어온 인재가 기득권 세력이 되어 새로운 인재의 유입을 막는 현상이 일어난다.
결국 확장성이 있느냐다. 만약 문재인이 뜬다면 인재들이 누구를 보고 문재인 밑으로 들어가겠는가? 이해찬 보고 들어가는 사람, 유시민 보고 들어가는 사람, 김두관 보고 들어가는 사람, 한명숙 보고 들어가는 사람, 이광재 보고 들어가는 사람, 안희정 보고 들어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중간그룹이 있는 것이다. 친노문중의 혈통이 좋다는 이야기다. 친노는 이미 확실한 직계가 만들어져 있다.
박근혜는 이명박 만큼의 확장성이 없다. 그래서 만만한 거다. 이명박 밑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이상득 보고 줄을 댄 사람도 있고, 이재오 보고 줄을 댄 사람도 있는데 박근혜는? 유승민? 서청원? 이들이 직계인가? 이들은 오히려 인재의 유입을 막을 암초들이다.
포커를 치더라도 패를 돌릴수록 뒷패가 붙을 확률이 높은 경우가 있고 처음 손에 쥔 패가 다인 경우가 있다. 갈수록 뒷패가 붙으려면 중간허리가 강해야 하고 그 중간허리의 과반을 직계가 장악해야 한다. 직계가 약하면 금방 기득권이 생겨나서 새로운 인재의 유입을 차단한다. 붕괴되고 만다.
한니발이 몰락한 것은 형님, 동생, 사촌, 아들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친인척이 많다고 되는게 아니고 그들이 뛰어난 인재여야 한다. 테무친의 동생들도 테무친만큼이나 뛰어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원소의 아들들은 다 멍청해서 망했고. 테무친은 장인어른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어머니가 속한 부족도 도움을 주었다. 애초에 세력이 있었던 것이다.
자무카는 인재를 모으고 싶었지만 신분이 낮기 때문에 귀족들이 먼저 외면했고 민초들 중에 인재가 있어도 먼저 들어간 자가 김흥국 짓을 해서 새로운 인재의 유입을 차단했기 때문에 확장성이 없었다. 만약 자무카가 높은 신분이고 형제와 사촌들이 많았다면 쉽게 테무친을 이겼을 것이다.
구슬은 넉넉히 모았는데 그 구슬을 꿰어낼 실이 없다는게 안철수의 약점이자 박근혜의 약점이다. 문재인은 실은 넉넉한데 구슬이 없고, 민주당은 구슬도 부족하고 실도 없다. 안철수, 문재인, 민주당 다 합쳐야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 민주당 - 이미 꿰어진 구슬이 있으나 적고 확장성 없다.
◎ 안철수 – 구슬이 많으나 꿰어져 있지 않고 확장성 없다.
◎ 문재인 – 확장성이 있으나 구슬이 없다.
다들 약점이 하나씩 있다. 이거 인정해야 이야기가 된다.
구지가를 생각할 수 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안철수의 지금 모습은 머리를 감춘 거북이 같다. 그 머리 내놓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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