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이기는 축구?

원균은 수륙병진 작전으로 왜를 물리칠 수 있다며 선조임금에게 육군 30만 지원을 요청했다가 권율장군에게 곤장 50대를 맞고 별수없이 수군 단독으로 출전하여 거제도에서 패전하고 전사했다.

원균 말이 아주 틀린건 아니다. 육군 30만 밀어주면 왜를 물리칠 수 있다. 월드컵 우승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메시와 호날두를 귀화시키는 거다. 원균이 왜 육군 30만을 지원하지 않느냐고 호통을 친 것과 유사하다. 육군 30만은 원균의 통제권 바깥에 있다. 바깥에 기대면 이미 지고들어가는 것이다. 최강희는 자기가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내파에서 답을 찾았다. 여기에 해외파 가세는 차후의 보너스다. 숨은 플러스 알파다. 이게 맞는 공식이다.

조광래가 밀려난 것은 시합에 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통제권 바깥에 기대는 즉 대안부재로 불안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남의 시소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해외파로 안 되면 어떡하지? 다음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 해외파 중심으로 하겠다. -> 해외파 부상입거나 컨디션 안 좋으면?

◎ 젊은 피 키우겠다. -> 젊은 피가 경험부족으로 제대로 못하면?

젊은 피나 해외파는 장기과제이며 플러스 알파다. 자산이 아니라 부채다. 사업계획서에서 중요한 것은 자본조달 방법이다. 은행에서 100억 대출받겠다? 은행이 대출 안 해주면 어쩌고? 이런 사람과 동업 못한다.

허정무가 일정한 성적을 낸 것은 박지성, 이영표 등을 본인이 직접 키웠기 때문이다. 본질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통제권 안에 있었다. 조광래는? 확실히 장악하고 있는 자기 애들이 없었다.

이청룡 등은 조광래가 키우지 않았다. 해외파는 조광래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해외파 차출이 입맛대로 쉬운게 아니다. 언제든지 외부에서 틀어버리면 위태로워진다. 조광래는 남의 시소에 올라타고 있었다.

최강희가 믿음직한 것은 이기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시소의 균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오뚝이처럼 복원력이 작동하여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것이다. 둘은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어져 버리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 경기든 그렇다. 실력차가 있어도 승부의 추는 여간해서 잘 기울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확 기울어 버린다. 이는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법칙이 있다. 확 기울어 버리는 법칙과 확 기울지 않는 법칙이다.

5.5 대 4.5로 한쪽이 우세할 때 승부의 추는 기울지 않는다. 한쪽이 우세하지만 우세할 뿐 득점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7 대 3이 되면? 갑자기 여러 골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그러므로 5.5 대 4.5의 우세를 여러차례 기록하는 것 보다 7 대 3의 우세를 한번 기록하는 것이 낫다. 쿠웨이트는 시종 5.5 대 4.5의 우세를 기록했지만 18번 슈팅을 해서 한골 밖에 못 넣은 토트넘 꼴이 났다.

최강희호는 전반적으로 밀렸지만 승부처에 집중하여 순간적인 7 대 3의 우세를 만드는 방법으로 2골을 얻었다. 맨유가 단 6차례 슈팅으로 3점을 얻은 것과 같다. 경기의 맥을 읽은 거다.

쿠웨이트의 비효율적인 축구=토트넘의 비효율적인 축구=옛날 한국팀의 비효율적인 축구=슛만 많이 쏘고 골은 나지 않는다.

경기의 맥은 경기장 안에서 찾아야 한다. 90분 안에 저울추가 있고 시소가 있다. 그 시소를 움직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조광래는 그것을 모르고 최강희는 그것을 안다.

안철수가 갑자기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인권문제 중요하다. 그런데 왜 그것을 북한에 가서 말하지 않고 여기서 떠들지? 가까운 정봉주 인권은 놔두고 왜 멀리 있는 북한 인권을 찾지?

이건 네티즌이 유소년축구 떠들고 축협개혁 떠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허한 거다. 허무하다. 유소년축구 육성 말은 맞고 북한인권 개선 말은 맞다. 근데 허무하다. 그거 장기과제다. 비현실적이다.

북한인권을 개선하려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교류를 늘려야 한다. 햇볕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안에서 실천으로 하지 않고 밖에서 입으로 떠드는 그런 입정치는 나도 할 수 있다.

구한말 내노라 하는 정치인들은 모두 친러, 친일, 친미, 친중, 친영, 친독에 붙어서 외부의 힘으로 어쩌려 했다. 전부 남의 시소에 올라탄 것이다. 자기 내부를 개혁할 생각은 않고 해외파 의존하는 조광래짓 했다.

해외파는 자기 호주머니 소유물이 아니다. 남의 돈 빌려서 사업하겠다는 사람 못 믿는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해외파도 도움을 줘야 한다. 월드컵 진출하면 박지성도 국대에 복귀해서 뛰어줘야 한다.

그러나 가운데 보병은 완벽히 통제되는 국내파가 답이다. 해외파는 기병과 같아서 좌우에 날개로 붙이는 것이며 자율권을 주고 간섭하지 않는 거다. 조광래가 이청룡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보고 미쳤구나 했다.

해외파는 플러스 알파이며 비장의 무기다. 그런데 그 해외파를 기본으로 삼겠다면 애초에 넌센스다. 정치도 그렇다. 안철수와 같은 외부자원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조금 도움받는 거다. 기본은 정치권 내부다.

사람이 쫄면 갑자기 비현실적인 장기과제를 앞세우고 원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 안철수 행보를 보고 다수 유권자는 저 양반 지지율 떨어지니 쫄았구나 하고 본심을 읽어버린다는게 문제다. 애들 유행어로 멘붕이다.

손수조를 공천한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고 갑자기 원대한 계획을 발표한 거다. 유권자들은 본능적으로 ‘쫄았구나’ 하고 눈치 채 버린다. 참신한 신인 좋지. 말은 맞는데 쫄았어. 멘붕이 온 거야.

최근에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 왜? 안철수가 망했기 때문이다. 해외파인 안철수에 의존하다가 거품 꺼진게 조광래골 난 거다. 그동안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던 것은 진보당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진보당 저넘들이 초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민주당에 지지를 몰아줬는데 몰아주고 보니 아뿔싸! 통제권이 없다. 민주당은 박원순, 김두관 영입하고 기고만장해서 제멋대로 놀아난다. 통제 안 된다.

처음 한국인들은 해외파가 완벽하게 통제될줄 알았다. 그래서 조광래 밀어주었다. 근데 뜻대로 안되더라. 그래서 최강희로 돌아선 것이다. 민주당이 완벽하게 통제될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사실을 안 거다.

지금 안철수도 통제되지 않는다. 그 실망감이 민주당지지 하락으로 나타난다. 민주당은 지지율 올리려면 통제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권자들도 통제 안 되는 안철수에 헛된 기대 품다 개털되지 말고 그나마 약간 통제가 되는 민주당과 진보당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새로 오픈한 달마지 사이트에도 올라갑니다.

달마지는 상단 메뉴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gujoron.com

drkim's profile image

drkim

2012-03-05 16:23

Read more posts by thi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