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면 당당해진다. 폼난다. 자세 나온다.
총선의 의미는 시대의 미션을 수행하는데 있다. 미션은 무엇인가?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2012년의 미션은 팀플레이다.
구조론으로는 첫째 방향판단, 둘째 위치선정, 셋째 팀의 편성이다. 그 다음으로 싸움걸기, 전파하기가 있다.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 세팅은 세 번째 팀플레이 단계에 와 있다.
방향판단은 자본주의로 갈 것인가 공산주의로 갈 것인가, 내륙국가로 갈 것인가 해양국가로 갈 것인가, 수출입국으로 갈 것인가 내수대국으로 갈 것인가 등의 큰 틀거리를 정하는 것이다.
방향은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정해졌다. 이승만, 박정희가 정한 것이 아니고 그 시대가 정한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 많다. 그것은 아시아 민주국가의 성공모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미는 대한민국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주국가로 갈 것인가 종속국가로 갈 것인가를 정한데 있다. 소련, 중국에 붙으면 죽고 미국, 일본에 붙어야 산다는 생각은 과거가 우리가 힘이 없던 시절의 트라우마다.
강소국 타령 하는 사람들 가끔 있는데 산수가 안 되는 밥통들이다. 인구로 보나 경제규모로 보나 한국은 강대국이다. 초강대국인 미, 중 빼고 제 발등이 급한 러, 브, 인 빼면 남는 나라가 일본, 독일, 한국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은 7대강국 혹은 못해도 10대열강에 드는 나라다. 열강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른생각 가지지 않으면 평생 어른 못 된다.
두 번째 위치선정은 포지션 싸움이다. 10대강국에 포지셔닝 한다는게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중심국가론이다. 위치선정, 곧 포지셔닝은 한 마디로 주도권 잡기다. 갑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이미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인터넷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잡았다. 한류도 가세하고 있다. 민주주의도 아시아에서는 앞서 있다. 문화적 역량을 더 가미한다면 서울이 아시아의 파리가 된다. 동경은 끝났다. 신주꾸도 끝났다. 명동이 대세다.
첫 번째는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는가를 알아야 한다. 바람이 자본으로 부는가 공산으로 부는가? 내륙으로 부는가 해양으로 부는가? 수출로 부는가 내수로 부는가? 성장으로 부는가 복지로 부는가다?
그것이 방향판단이며 일의 우선순위 중 첫 번째다. 바람의 결을 읽고 바람을 타야 성공할 수 있다. 바람을 읽은 다음에는 위치선정-포지셔닝이다. 무엇보다 탑이 되어야 한다. 갑이 되어야 한다.
요지에 깃발 꽂고 알박기 해야 한다. 장소는 네거리가 적당하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의 탑포지션이 되어 있다. 아시아의 갑이 되어 있다. 일본은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왜인가? 중국의 급부상 때문이다.
표준의 문제가 중요하다. 중국은 스스로 표준을 정하지 못한다. 상해가 정하면 북경이 틀고, 북경이 정하면 상해가 튼다. 왜? 트래픽 과잉 때문이다. 깃발은 배후지를 봐가며 넓고 우뚝한 곳에 꽂는다.
인구밀집지역에 깃발 꽂아놓으면 파묻혀서 안 보인다. 가시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기수는 중간에 안 서고 맨 앞에 선다. 한국이 아시아의 기수다. 중간에 파묻히지 않고 맨 앞에 있다. 일본은 탈아입구를 선언하더니 스스로 유럽의 막내가 되었다.
중국이 동남아를 바라보고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면 반드시 한국을 거쳐야 한다. 이는 한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중국은 세계 레벨의 문화적 코드를 생성할 수 없다. 도교주의 전통에 찌든 중국은 그게 원래 안 된다.
방향판단과 위치선정 다음에는 팀의 편성이다. 태조의 방향판단, 태종의 위치선정 다음에 세종의 팀플레이였다. 태조는 불교국가인가 유교국가인가? 중국예속인가 자주독립인가? 등에서 방향판단을 했다.(태조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인 기승전결 전개에서 그러한 시대의 미션이 주어졌다는 의미다.)
태종은 위치선정 했다. 정도전의 선비중심인가 이방원의 왕권중심인가? 사병중심인가 중앙집권인가? 등에서 왕권중심, 사병혁파로 응답한 것이다. 태조가 외부를 바라보고 방향판단 했다면, 태종은 내부를 바라보고 위치선정 한 것이다.
국가의 중심이 되는 센터가 분명하게 정해졌다. (역시 이방원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구조론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거다. 정도전은 선비중심 국가를 제창했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왕족들이 저마다 사병을 거느리고 고려말의 무신정권 분위기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종은 태조와 태종이 닦아놓은 방향판단-위치선정의 기반 위에 최고의 팀을 꾸렸다. 진보적인 소장학자와 보수적인 황희정승 그리고 무인 김종서 등 색깔이 다른 인재들을 모아 최고의 팀을 꾸린 것이다.
세종이 진보-보수-안보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세종은 당시에 급진적인 투표제도까지 도입한 인물이다. 세제개편을 앞두고 5개월간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가부를 물었다. 17만명이 참여하여 9만8657명이 찬성했고 7만 4148명이 반대했다. 소통의 정치를 실험한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는 독재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방향판단은 둘 중 하나를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로 방향을 정하면 공산주의 깃발은 내려야 한다. 공존은 불가다. 어느 하나는 반드시 꺾여져야 하므로 이 단계에서 독재자가 출현하기 쉽다. 어느 나라든 한번씩 난리통을 치르고 넘어간다.
노무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반대세력과 마찰해야만 했었다. 위치선정에 있어서 주도권 잡으려면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하면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미 대강의 방향과 위치는 정해졌다. 초기세팅은 끝났고 이제 필요한건 팀워크다. 팀플레이는 공격과 수비로 역할을 분담하는 거다. 성장과 복지, 자주와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다.
이제는 다름이 경쟁력이고 공존이 경쟁력이다. 그것이 사회의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깃발 중 하나도 꺾을 이유가 없다. 세종은 안보와 내치 중에 하나도 소홀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뚝심을 과시하는 카리스마적인 사람보다는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잘 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구태여 말 안해도 국민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느낀다.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방향은 이승만(자본주의 방향)-박정희(수출산업 방향)-김대중(평화통일 방향) 때 정해졌지만, 작게 보면 한국형 민주주의 모델의 방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정했다.
노무현 모델은 한 마디로 자주다. 전시작전권 환수부터 주한미군철수에 대양해군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다. 서구모델도 아니고 일본모델도 아니고 미국모델도 아니고 한국모델로 간다. 이 모델로 이겨서 아시아에 수출하는 거다.
흔히 인물타령 하는데 실제로는 방향이다. 그 방향은 한 방향이다. 둘이면 헷갈리기 때문에 로마가 공화정을 해도 위기 때는 독재관을 선출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독재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세팅은 끝났고 이제는 팀플레이 잘 하는 사람이 당선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찍은 이유는 노무현 정책을 상당히 계승하여 팀플레이 할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계승하는게 이득인데 왜 안 계승해?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운하? 사대강? 삽질할수록 손해인데 그걸 왜 해? 미쳤어? 말로만 그래놓고 당선되면 안할거야. 남북관계 꼬이면 득될거 없는데 이명박이 햇볕계승 안하고 배겨? 이명박은 노무현 기조로 가되 경제분야만 가속할 것이여.’
시대의 미션은 다섯입니다.
첫째 방향판단, 둘째 위치선정, 셋째 팀의편성, 넷째 싸움걸기, 다섯째 전파하기.
우리는 지금 세번째 미션을 수행하는 중입니다.
기승전결 각 단계의 과업이 있습니다.
그것을 알면 일은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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