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자가 즐기고, 즐기는 자가 이긴다.
네티즌은 돌격대다. 돌격대는 군말없이 임무를 완수해내는게 중요하다. 우리가 잘못했다는 자성론에 반대한다. 우리는 할만큼 했다. 잘못한게 많지만 그걸 떠벌이는건 나약한 자세다.
우리가 윤리타령, 도덕타령이나 하며 반성쇼를 벌이면 국민은 우리를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집단으로 보는게 아니라, 단지 그것 밖에 할 말이 없는 무능한 집단으로 본다.
잘못으로 말하자면 저쪽이 더 많았다. 디도스부터 민간인 사찰까지 다 모아놓으면 백화점을 차린다. 이명박 사대강 삽질-친인척 비리-고승덕 자살골-나경원 뻘짓-오세훈 생쇼-강용석 똘짓 기타등등 읊어봤자 입만 아퍼.
김형태 : 성악행
문대성 : 논문표절
조명철 : 학력위조
이자스민 : 학력위조
김태호 : 성추문 / 돈 살포
유재중 : 성추행
이재균 : 금품살포
강기윤 : 논문표절
홍문종 수해지역에서 골프
하태경 : 노인망언 / 독도망언
정우택 : 성매매 / 논문표절 / 금품향응
김종훈 : 트윗조작 / 부정선거
우리는 잘 했다. 그래도 졌다. 더 잘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결과론이다. 답을 알고 보니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 서는 거고,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기세를 얻었을 때는 내달리는 수 밖에.
문제는 컨셉이다. 이번 선거가 이명박 심판 구도가 아닌 대선전초전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진 거고, 그건 궁지에 몰린 박근혜가 적절히 대체재를 투입했기 때문인거고. 우리가 이걸 알았어도 속수무책이다.
저쪽은 독재집단인데다 청와대의 배후조종이 있으니 그런 책략을 구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지휘부가 없는 다국적군이라서 나눠먹기로 가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민주세력의 원초적 약점이다.
공천을 더 잘 하라고? 당연히 그래야지. 미래지향적 정책대안을 내놓으라고?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그 공천을 지휘할 제왕적 총재는? 그 정책대안을 내놓을 제왕적 총재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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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하는데 저쪽은 두 골을 먹고 시작한다.(정확히는 37골이지만) 이때 수비축구로는 이길 수 없다. 심판이 휘슬을 불어 시합개시를 알릴 때 이미 2 대 0 스코어인데 무슨 수비?
무조건 공격 밖에 없다. 우리가 선제득점을 잘 지켜서 침대축구로 이기는 방법 같은건 원래 없다. 대선도 마찬가지. 이미 몇 골 내주고 시작하는 판이라 죽기살기로 공격하는 수 밖에 없다.
나꼼수가 조중동에 맹폭을 당하더라도 밀어붙이는 수 밖에 없다. 저쪽은 또 무슨 수를 써서 노인표를 다 끌고 나올 것이다. 어떻게든 젊은표를 하나라도 더 투표장 데리고 가는 수 외에 없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히고, 빌미를 주고 만다. 우리는 조심해도 당하고 조심 안 해도 당한다. 맞은 거 두 배로 때리는 방법 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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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기려면 과감한 공약을 해야 한다. 김영삼의 농기계 반값, 김대중 대통령의 농가부채 탕감,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과 7퍼센트 성장은 엄청난 공약폭탄이다. 이명박의 대운하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단점을 역으로 찌르고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새누리당이 빨간 색을 선택한 것과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중동의 진보무능프레임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7퍼센트 성장공약을 내걸었다.
자신에게 가장 약점이 되는 것을 도리어 자신의 장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클린턴의 ‘경제다 이 밥통아’(It’s the economy, stupid!)와 같다. 경제를 중시하는 공화당을 경제로 쳐버린 것이다.
지금 여당이든 야당이든 복지에 치우쳐 성장에 눈감고 있다. 이런 때 과감한 성장공약을 내걸어야 한다. 유류세 완전폐지, 영세자영업자 절반감세, 자동차값 절반 국민차 계획 같은 것을 검토할 수 있다.
핵발전 대신에 토륨발전,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농촌 관광농업운동, 신창조인 운동, 재야인재 추천 현인회의등 찾아보면 매우 많다. 현실성 어쩌구 하며 뒷다리 잡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어떤 공약이라도 이명박의 대운하보다는 현실성이 있다.
중요한건 공약이 아니라 컨셉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뉴DJ 플랜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첨단적이고 유능한 이미지(공식 사이트 이름 ‘노하우’는 유능하다는 의미.)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왜 대형 빵공약이 중요한가? 공약 자체의 효력보다는 그것이 기존의 식상한 여의도 시스템을 정면으로 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식 정치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을 들이댈 때 국민은 열광한다.
이번에 민주-진보 양당이 내세운 공약은 전형적인 식상한 여의도식 공약이었다. 이런거 들을 때 국민은 절망한다. 낙담한다.
이명박의 대운하는 그걸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탈여의도 이미지를 획득하자는 전략이었다. 박근혜의 손수조 공천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에서 눈을 떼게 해서 유권자를 헷갈리게 할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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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렬 감독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그의 장기인 지키는 야구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버릴 게임은 버리고 잡을 게임은 잡는 전략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선택해야 한다. 버릴건 버리고 잡을건 잡아야 한다. 한 방향으로 몰아가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식상한 여의도에서 눈을 떼게 하고 신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대륙을 개척해야 한다. 그 쪽으로 주의를 돌려야 한다. 우리의 단점은 다 드러나 있다. 있는 단점을 감추려고 애쓰기보다 저쪽에 신기한걸 연출해서 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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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의 가장 큰 타격은 패배주의가 퍼진 거다. 패배주의만 극복하면 이길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는 우리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지역구가 많은 총선 특성상 새누리가 이겼지만 전체로는 우리가 이겼다.
이제는 대세론으로 가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패배주의에 빠지면 정공법을 버리고 꼼수를 찾거나, 상대방의 삽질로 주워먹기를 바라거나, 상대방 따라하기로 가게 되는데 그게 망하는 지름길이다.
곧 죽어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패배주의 원인은 둘인데 하나는 민병두를 위시한 무뇌 민주당 정책팀이 새누리에 완패했으므로 대선도 정책대결로는 볼것없다는 낭패감이다. 진보당도 마찬가지다. 70년대에 나왔던 예비군 공약이나 하고. 40년 뒤처진 돌대가리들.
보안법 폐지나 미군철수 등은 당연히 추진해야하지만 이런건 공약으로 내세우면 안 된다. 옛날에 나온거 재탕이기 때문이다.
패배주의 두 번째 원인은 김어준의 기세가 꺾여서 우리와 같은 외곽세력이 찬밥신세가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외곽세력이 매우 활약을 했고 네티즌과의 소통이 활발해서 행정수도 이전 등의 공약도 외곽에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누가 되든 우리 의견을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문재인은 권력욕이 약한데다 청와대병에 걸려서 안전운전만 할 것 같고, 안철수는 속을 알 수 없다. 게다가 정치경험 없는 독불장군의 특징이 남의 말 절대 안 듣는다는 거, 문국현 보면 알 수 있다.
아예 남이 말할 기회를 안 준다. 두시간 동안 혼자 떠벌인다. 유시민도 남의 말을 잘 듣는 체질은 아니고. 정동영은 반대로 귀가 얇아서 아무나 꼬시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잘만 따라가고.
네티즌과 제대로 된 집단지성을 형성할 사람은 현재로 보이지 않는다는게 우리 패배감의 원인이다. 안철수는 아직 모르지만 이 양반도 너무 똑똑한 천재 박사라서 남의 말 들을지 의문.
우리의 문제가 분명한 이상 맞춤대책을 세우면 된다. 첫째는 문재인이든 안철수이든 나서면 독재권을 줘야 한다. 비상대권 주는 거다. 두 번째는 몸사리지 말고 공격일변도로 나가는 거다. 어차피 2 대 0으로 시작하는 판에 수비축구 안 먹힌다. 두골 먹으면 세 골 넣는 거다. 세 번째는 민주-진보 양당 정책팀 아이큐가 빠가살이 수준이라는게 들통났으므로 걔네들은 제끼고,외곽팀 위주로 대형 빵공약을 내는 거다. 네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네티즌과 소통하여 집단지성을 이루는 거다. 다섯째는 쪽수는 우리가 많으므로 죽기살기로 독려하여 젊은표를 투표장 보내는 거다.
P.S. 하여간 대형 빵공약 아이디어 있으신 분은 말해보시오. 찌질한거 말고 초대형 공약으로. 장차 한국의 먹고 살 기반은 중-러에 있으니 그 쪽을 잘 살피면 뭐가 나올 것도 같소. 과거 서해안시대-이런 구호 좋았는데.
무림비서 ‘이기는 법’으로 이긴 사람은 이미 많소.
사랑에 이기는 법
인생에 이기는 법
창의에 이기는 법
게임에 이기는 법
전투에 이기는 법 골고루 갖추어져 있소.
살리는 법은 보너스로 들어 있소.
왜냐하면 모든 것은 즐기는 법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오.
돌아가는 판의 전모를 아는 자가 즐기고
즐기는 자가 이기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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