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앞글과 이어짐)
역사는 변방에서 중심을 치는 부단한 도전이다. 역사를 추동하는 에너지의 낙차는 반드시 변방에서 나온다. 중앙은? 지대효과 때문에 안 된다.(지난번 칼럼 ‘효율전략과 기회전략’ 참고.)
중앙은 너무 많은 톱니바퀴들이 주변과 물려서 에너지가 없다. 트래픽이 높아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쪽을 건드리면 저쪽이 덧나고 저쪽을 해결하면 이쪽이 탈 난다.
무엇인가? 조선족에게 물어보면 민족은 한민족이고, 국적은 중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그들도 백 퍼센트 바뀐다.
스탈린은 러시아에 반기를 들고 있는 그루지야 출신이다. 체첸사태로 잘 알려진 체첸이 그루지야 인근이다. 모름지기 그루지야 남자라면 러시아인 모가지를 하나는 따와야 장가들 자격을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러시아와는 철천지 원수였던 것이다. 과거 러시아가 흑해로 진출하기 위해 터키와 충돌하면서 수백 년간 피의 역사는 계속되었다.
그루지야 출신의 스탈린이 소련의 독재자가 된 것은 비유하자면 일본의 식민지인 조선 출신의 인물이 일본의 왕이 되어버린 격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러나 친일파는 그런 이유로 변절했다.) 그런데 왜?
터키의 국부 케말 퍄샤는 터키의 무슬림들에게 무수히 학살당한 그리스 하고도 마케도니아 혈통이다. 얼굴 생김새가 그렇고 파란 눈이 그렇다. 물론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었으므로 투르크인이라고 말할 근거는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그에게 질문했다는 거다. 우리가 조선족 가수 백청강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지듯이.
“너 우리의 철천지 원수인 그리스인이야 아니면 우리 무슬림 형제인 투르크인이야?”
당시 오스만제국이 그리스 일부를 점령하고 있었다. 오스만제국이 그리스에서 쫓겨나면서 기독교도와 무슬림 사이에 피가 피를 부르는 학살극이 반복되었다. 케말 파샤는 무수히 곤란한 질문을 당한 것이다.
그런 질문을 당한 사람이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다. 그들은 변방의 무리들이다. 그루지야는 러시아의 변방이고 케말 파샤의 출생지는 터키의 변방이다. 한국에서도 변두리 바닷가 출신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차례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이유가 있다.
변방의 장점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쪽에 올인한다는 거다. 거기서 가속도가 얻어진다. 에너지의 낙차가 크다.
도쿠가와 막부를 엎은 것은 조슈와 사쯔마번 하층무사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막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신분이 하락한 하층민 집단이었다. 그들이 대업을 이룰 때 도쿄의 잘난 지식인들은 아무 것도 못했다.
항상 그렇다. 중앙의 지식인들은 아무 것도 못한다. 의미있는 의사결정은 항상 변방에서 일어난다. 트래픽이 높은 중앙은 걸리는게 너무 많다. 이걸 선택하자니 저게 걸리고 저걸 얻자니 이게 걸린다. 스탠스 꼬인 민주당 구조와 비슷하다.
민주당은 진보당과 통합하다가 지대가 상승해서 졸지에 중심이 되어버렸고, 새누리는 이명박과 차별화하여 지대하락으로 졸지에 변방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다시 포지셔닝하면 된다.
변방출신은 혈혈단신이다. 잃을게 없다. 걸리는게 없다. 중국의 한족들은 항상 양다리를 걸친다. 한족은 언제나 분열한다. 하나가 모택동편에 붙으면 하나는 장개석 편에 붙는다. 그들은 의사결정이 안 된다. 좌고우면 한다.
국공 내전때 모택동편에 선 조선인 독립군들은 그런거 없다. 그냥 총대매고 앞장서는 자에게 올인한다. 양다리 걸치지 않는다.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 모택동은 변방의 조선인 덕분에 앉아서 대륙을 주웠다.
한족들은 청나라 잔당인 동북의 군벌과 만주에 상륙한 일본을 이이제이로 교착시켜놓고 중간에서 어부지리를 꾀하는 꽁수를 두려고 한 것이다. 그들은 잔대가리 굴리다가 망했다. 중앙의 방식은 늘 이렇다.
민주당 일부도 친노와 이명박이 서로 싸우게 만들어 동시에 죽는 이이제이 전술을 썼다. 그들은 친노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다. 그냥 이명박과 싸우다 죽기를 원했다. 그러니 스탠스가 꼬인 거다. 그래도 친노가 덜 죽으니 ‘죽은 걸로 치자’는 캠페인을 지금 벌이고 있다. 이게 중앙이 망하는 공식이다.
한국에서 수도권, 혹은 중부지역 출신 정치인 중에 성공하는 자가 없는 것도 이와 같다. 항상 김종필 술수로 영호남이 서로 싸우게 하여 솥발구도로 교착시켜놓고 이쪽저쪽을 오가며 중간에서 잔대라기 굴리다가 망한다. 동서고금에 예외가 없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도 대개 변두리에서 기반을 닦았다.
◎ 역사는 변방이 중심을 치는 것이다.
◎ 고립된 지역에서는 주류의 소국주의-생존전략이 이긴다.
◎ 개방된 지역에서는 비주류의 대국주의-세력전략이 이긴다.
변방출신은 애매한 태도를 취하다가는 조선족 백청강처럼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수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이 빠르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상금 수천만원을 아낌없이 기부해버린다.
이기려면 애초에 변방에서 출발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변방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중앙에서 태어나 버렸다면? 이미 중앙이 되어버렸다면? 그 경우는 더욱 큰 목표를 세워서 변방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우리가 이 정도로 만족하겠다면 중심이 되지만, 세계시장을 다먹겠다는 계획을 세우면 당장 변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일본이 몰락한 이유는 스스로 만족하여 중심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히딩크처럼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해야 하는데 이미 배가 부르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경상도의 주류의식이다. 그들은 주류인가? 아니다. 그들은 비주류다. 이번에 20-30대가 수도권에서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그들은 완벽하게 역사의 비주류가 되었다. 비주류가 주류인척 한다면 그게 허위의식이다.
비주류가 주류인척 하는 방법은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범위를 좁게 잡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는 일단 논외로 하고, 북한은 적국이니 우리편 아닌 걸로 치고, 좌파-빨갱이들도 나쁜놈들이니 아닌 걸로 치고, 20-30대도 무개념이니 빼고.. 이렇게 계속 팔다리를 잘라내면 대구가 한국의 중심이 된다.
◎ 소국주의, 생존전략 – 주류의식
◎ 대국주의, 세력전략 – 비주류의식
역사의 기본 줄거리는 생존전략을 꾀하는 소국주의와 세력전략을 꾀하는 대국주의의 충돌이다. 변방이 대세력주의로 소생존주의를 표방하는 중심을 치는 형태로 역사는 진보해 왔다.
이탈리아의 통일, 러시아의 제국주의, 중국의 부상,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지금 한국도 그러하다.
노무현 주의는 대한국주의다. 동북아중심국가를 꿈 꾸며 북한과 손잡고 러시아의 가스를 쓰고 중국에서 일자리를 만든다. 대세력작전이다. 반면 수구꼴통은 어떤가? 일본에 의지하며 미국의 은혜를 갚고 경상도에 눌러앉는 소생존주의다.
왜 수구는 일본, 미국을 의지할까?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전한 고립을 원하며 미국, 일본은 영토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안심이 되고 북한, 중국, 러시아는 영토가 붙어있어서 불안한 거다.
문제는 진보꼴통들이 조중동을 따라배우기 하며 소국주의로 간다는 거다. 그들이 소국주의로 가는 이유는 무식하기 때문이다. 겁이 나서다.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상아탑에 안주하고 있으니 도무지 아는게 없고, 아는게 없으니 겁이 나고, 겁이 나니까 고립주의로 가는 거다.
그들은 천만리 밖의 인구도 없는 소국 핀란드를 섬기는 이유는 격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마 핀란드가 한국을 치겠느냐 말이다. 수구꼴통이 설마 미국, 일본이 영토가 격리된 한국으로 쳐들어 오겠느냐 하는 것과 같은 심리다.
반미는 우리의 정답이 아니다. 자주가 정답이다. 대륙진출이 정답이다. 북한을 안고, 러시아의 가스를 쓰고, 몽골의 석탄을 때고, 중국을 우리의 안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을 멀리하자는 소국주의를 버려야 한다.
큰 꿈을 가져야 우리가 변방이 된다. 그래야 우리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작은 꿈을 가지고 스스로 주류를 자처하는 허위의식에 빠지면 딱 경상도꼴 난다. 한국의 텍사스가 된다. 아이큐 87된다.
정리하면.. 고립된 지역에서 일시적으로는 소국주의-생존전략이 먹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립되어 몰락을 면할 수 없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주류가 되면 지대가 올라서 의사결정이 느려지므로, 결따라가는 원리에 따라 결정하기 쉬운 것만 결정하는데, 그것은 마이너스를 행하여 자기 팔다리를 잘라내는 것이다. 중러빼고, 북한빼고, 좌파빼고, 20-30대빼고, 막말김용민빼고, 레이디가가 빼고, 무한도전 빼고.. 계속 마이너스 하다가 말라죽는다. 이를 타개하려면 변방으로 가야하는데 그 방법은 큰 꿈을 가지고 큰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북한 먹고 중러먹고 전 세계를 다 먹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트래픽이 낮아지고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꿈을 키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한번 좌절할 때마다 목표를 두배씩 상향조정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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