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호 잘 가고 있나?

정치의 본질은 의사결정구조 싸움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거나 혹은 갖춘 것처럼 잘 포장하는 쪽이 승리한다. 물론 한국 정치의 특수성에 따른 지역주의, 반공주의 등 다른 요소도 있다.

그런 특수성은 논외로 하고 정치의 본질만 보자면 정치는 의사결정구조다. 그런데 우리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세팅해놓고 있느냐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빠르게 옳게’ 결정할 수 있느냐다.

문재인 캠프의 출정식을 보면 사실 답답하다. 재벌총수 나이가 80이라도 그룹 비서실은 30대 젊은이로 채운다고 한다. 한때는 구조조정본부라는 이름으로 유지가 되었는데 요즘은 어쩌는지 모르겠다.

40이면 이미 촉이 죽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386 비서들 힘으로 되었다. 그러나 지금 정치판을 보라. 박정희, 김종필 콤비가 해먹을때 몇 살이었는가? 하나는 40대초반 그리고 하나는 30대 애송이였다.

전두환, 노태우 일당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이겨서 해먹은 거다. 운명의 며칠 동안 그들의 쿠데타를 막아야 할 사람들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거다.

장면총리는 왜 당하고 말았나? 정승화는 왜 당하고 말았나? 법질서를 뛰어넘은 초법적 상황에서 행동력있는 젊은이를 못 이긴다. 문재인 캠프의 면면을 보면 고리타분한 할배교수로만 모아놓은 느낌이다.

옳고 그르고 간에 결정은 내릴 수는 있겠는가? 승부처에서 하루에 100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이 100가지 결정을 모두 일관되게 한 방향으로 몰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 가능한가?

옳은 결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몽준의 배신, 후단협의 발호 같은 헷갈리는 상황에서의 빠른 결정은 어렵다. 당시 실제로 많은 쟁쟁한 인물들이 정몽준 집에 찾아가서 빌자는둥 바보짓 했다.

그냥 결정을 하는게 아니다. 잘못된 결정은 즉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미 전령이 출발했더라도 오토바이로 추격해서 붙잡아세워야 한다. 그런 현장 일을 과연 늙다리 교수들이 해낼 수 있느냐 말이다.

그들이 버스나 타봤는지 서울시내 길이나 아는지 모르겠다. 전에도 말했지만 캠프에 소파 놓여져 있으면 진다. 엉덩이를 10분 이상 붙이려고 하는 자가 캠프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날 샌 거다.

원래 젊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밀 때는 나이든 부통령을 옆에 끼워서 안정감을 주고 반대로 늙은 인물을 세울 때는 젊은 부통령을 옆에 붙여서 균형을 맞추는 거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캠프는?

브리지에 들어갈 핵심 의사결정그룹은 평균 나이가 45살 밑이어야 한다.

젊은이들로만 모여도 안 된다. 정치의 핵심은 사신 보내기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을 보내면 모가지가 잘려서 온다. 후단협이 뜰 때 일이다. 안희정, 이광재, 백원우, 천호선 등이 한화갑 노인과 대화가 안 된거.

광재 .. “화갑노인님 후보님이 찾으시는데요?”

화갑 .. “우와! 세상에 이런 일이. 미치고 폴짝뛰겠네. 동네방네 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세상에나 세상에나. 억울토다. 억울토다. 아이구 숨넘어간다. 무현이가 글쎄. 후보 하나 달았다고 내한테 인사하러 오란다. 그것도 광재를 시켜서. 광재 저 새파란 놈이 내한테 들이댈 군번이냐고. 아이구 내 숨넘어간다. 아니 지들이 찾아와서 무릎꿇고 기다려도 내가 만나줄까 말까 한 판에. 동네방네 사람들아. 내가 이렇게 모욕을 당했다.”(필자 각색)

이렇게 된 거다. 추미애가 틀어진 것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설렁탕 안 사줬다는건 빈 말이고 실제로는 이런 류의 내막이 있다. 설렁탕이고 자시고 간에 전화 연락이 제대로 안 되었다. 라인이 없었다. 의전문제다.

몽골은 시비를 걸 때 사신을 보냈다. 코라즘은 몽골사신을 죽인 죄로 나라가 지도에서 지워졌고 고려는 몽골사신 저고여를 죽인 죄로 40년간이나 침략을 당했다. 사신을 잘 보내고 잘 받는게 정치의 요령이다.

일본이라면 봉건영주 행차에서 길앞잡이 역할이 문제다. 몽골사신이 되면 죽었다고 복창해야 하듯이(사신의 임무는 이웃나라에 가서 시비를 걸고 목이 잘려서 돌아오는 역할일때가 많다.) 길앞잡이는 목숨 내놓는 직업인데 할복이 주업이다.

보통 끗발 떨어지는 시골 영주가 화려한 행차를 하고, 한편 도쿄의 지체높은 쇼군 측근은 가난해서 초라한 가마를 타고 가는데 길에서 마주치면 길앞잡이가 서열을 확인해서 교통정리를 하는 거다.

잘못해서 지체가 낮은 사람이 대로를 행차하게 하고 지체가 높은 사람이 옆골목길로 피신하게 되면 그 길앞잡이 놈은 목이 달아난다. 하인들의 숫자에 밀려 골목길로 피신해 주었던 도쿄 귀족이 쇼군에게 달려가서 ‘세상에나 세상에나’ 하고 수선을 떨며 한화갑이 앞에 했던 말을 복창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는 원래 답은 없는 것이어서, 일본의 야꾸자들도 결국 부하의 손가락을 자르는 걸로 매듭을 짓고 마는 것이다.

◎ 야심만만한 시골 영주 – 일부러 소동을 부려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위에서 문책이 떨어지면 부하를 할복하게 한다.

◎ 할 일없는 도쿄의 중신들 – 괜히 나서서 이런 일을 중재해주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양쪽 가문을 왔다갔다 하며 ‘내게 맡겨. 내가 해결해주마’ 하고 중간에서 삥을 뜯는다.

무슨 뜻인가? 후단협의 작동원리는 할 일없는 민주당 중진들이 한참 기세를 올리는 시골영주 노무현그룹과 몰락한 도쿄귀족 한화갑그룹 사이에서 중재를 하는 것으로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들이 일제히 노무현 캠프에 신호를 보내왔다. “한화갑이 그래도 좌장인데 노무현이가 후보 하나 달았다고 인사를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암만. 내가 가서 한화갑이를 잘 타일러볼까? 근데 설렁탕 값은?”

이게 설렁탕이다. 영배형님 본심은 그러니까 내가 나서면 화갑노인의 진노를 달래어 잘 중재를 할텐데 왜 설렁탕값을 안주냐 말이다. 그래야 중재라도 할거 아닌가 말이다. 돈 달라는게 아니고 중재를 해줄테니 권한을 달라 이건데.

물론 거마비라도 줘야 움직이지 맨 입에 움직일 리는 없다만. 이건 필자가 각색하여 하는 말로 당시 분위기가 그런 식이었다는 거고. 어쨌든 노무현 후보 입장에서는 씨알이 먹히지 않는 영감쟁이들 미친 소리고.

필자가 하려는 말은 첫째가 신속한 의사결정인데 이건 젊은 30대 중심으로 의사결정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고, 둘째는 어떤 결정을 내릴때마다 반드시 일어나는 뒷탈을 누가 중재할거냐인데 박지원, 이해찬이 맡아야 한다는 거고.

이를테면 설렁탕 값은 이해찬, 박지원에게 받아가란 말이다. 원래 일은 그렇게 한다. 그러므로 본격적으로 대선캠프를 띄울 때는 박지원, 이해찬 쯤의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집어넣어서 면모를 갖추는 거다.

아직 대선캠프가 아니고 경선캠프지만 9월에 대선 들어가면 진짜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출정식 모양새 이건 답답한 거다. 정책자문한다는 모질이 대학교수들이 뭐 제대로 일 해내는 거 못봤다.

그런 자들은 모두 내부의 적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발목잡는 거 뿐이다. 하긴 발목잡을까봐 이름이나 올려준 거겠지만 말이다.

정치는 의사결정이다. 빠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그 구조는 지난번에 말한대로 본진은 강하게, 후보는 온건하게다. 노무현 때는 본진이 없었다. 후보가 강하고 본진이 허하니 팀이 돌아갈 리 없다.

정상적인대선 캠프라면

◎ 민주당 – 한나라 저 배부른 귀족놈들은 씨를 말려야@#$%^&*(~

◎ 노무현 – 어허 이 사람들 보게나. 닥쳐!(찡긋 신호) 내게 맡겨.

민주당은 강력하게 이회창을 치고 노무현은 짐짓 말리는 척 해야 한다. 악역을 맡아줄 시누이가 있어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하겠느냐 말이다. 악역은 당이 하고 대선후보는 주인공을 하는 거다. 그런데 거꾸로 되었다.

이번에는 이해찬, 유시민, 박지원이 악역을 해줘야 한다. 세 분이 돌아가면서 직격탄을 날리고 문재인은 배용준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말리는 척 해야 한다. 이게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다.

◎ 의사결정 구조 - 당은 강하게 후보는 온건하게

◎ 의사결정 그룹 – 30~40대 젊은이 위주로
◎ 사신, 중재그룹 – 50대 이상 원로그룹

대강 이 형태로 세팅을 해야 한다. 원로들은 뒤에서 중재하며 설렁탕(돈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인사를 의미한다.) 배급을 맡고, 30~40대 젊은이 중심으로 수뇌부 팀을 꾸려서 강력하게 치고나가야 한다.

하루에 수십가지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도 있다. 총명해야 한다.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촉이 살아야 한다.

이런 구조를 만들면 거대한 그물이 세팅된다. 표는 낚시로 낚는게 아니라 이런 그물로 감싸는 거다. 사람이나 이념이 아니라 이 시스템이 신뢰를 얻는 거다.

물론 최후에는 후보 자신이 잘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바보가 아니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에이 바보가 어딨어?’ 하겠지만 정치인 95퍼센트가 바보다.

이인제바보, 정몽준바보, 손학규바보, 이재오바보, 김문수바보, 추미애바보, 정동영바보.. 이런 애들은 딱 봐도 바보 맞잖아. 아닌가? 자기에게 손해되는 결정을 계속 내리는 자가 바보다.

근데 정치인 대부분은 그렇게 한다. 김두관도 하는거 보면 상당히 바보 냄새 난다.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리면 되는데 염동연, 이강철 수준의 브로커들에게 엮여서 손해 되는 결정을 계속 내린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는 일단 바보는 아니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유리한 상황에서만 움직이는 점에서 세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이 정도만 해줘도 대단한 거다. 근데 이 정도 할 수 있는 사람 드물다.

두 번째 조건은 스트레스에 강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공동체적 본능에 의한 것인데 이 경우 자신에게 불리하고 공동체에 유익한 결정을 내린다. 정몽준짓 딱 그거.

귀족으로 자란 정몽준이 산전수전공중전을 겪어봤겠나 말이다. 가만 있었으면 대통령까지 되었을지 모르는데 멘붕에 빠져서 배신을 때린다. ‘그냥 가만있기’ 이거 얼마냐 쉽냐 말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

스트레스에 빠지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배가 살살 아프고, 목구멍으로 신물이 넘어오고, 현기증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힘이 풀리기 때문이다. 이건 물리적 현상이라서 어쩔 수 없다.

정주영이 과거 대선 나왔다가 개표 끝나고 “내표 다 어디갔어?” 하고 소리 질렀다던데 그런 거다. 유리한 정보만 봐야 그 나이에 건강이 유지되는 거다.

박근혜는 스트레스에 강하지만 침묵모드에 빠지는 병통이 있다. 이 점을 계속 추궁하면 금방 무너진다. 쉴새없이 몰아쳐야 한다. 안철수는 스트레스에 강한지가 검증되지 않았다.

지금의 침묵모드가 혹시 박근혜 병이 아니냐 하는 의심이 있다. 고도의 전략으로 은인자중모드를 선택한 건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멘봉 중인지 알 수가 없다. 떠도는 설에 의하면 박경철이 안철수 아버지와 의논해서 서울시장 출마여부에 간여했다는데 낭설이겠지만 이런 말이 떠돈다는 자체로 안철수가 얼마나 국민을 답답하게 하고 있는지 알만한 거다.

계속 국민을 답답하게 하여 고통을 주면 국민은 그거 다 속에 담고 있다가 언젠가 복수한다. 안철수는 본인이 스트레스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이 결정권자가 되면 자신이 아닌 스트레스가 의사결정을 한다. 스트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날난다. 명박은 사이코패스라서 아마 스트레스 안 받을 거고. 고약하지만 그것도 장점.

국민이 사이코패스에게 5년간 당했으니 이번에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사람을 뽑을 거다. 그러나 반대로 유약해지지는 말아야 한다. 혹은 옆에 젊은이와 강한 사람을 붙여서 역할분담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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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2-06-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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