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는 어디서 나왔을까?

자유게시판 상동님과의 대화에서 가져옵니다.

이런 이야기 할 때는 먼저 ‘구조어’에 대한 주의가 있어야 합니다. 구조론은 메커니즘입니다. 메커니즘이 질입니다.(원래는 시스템인데 편의상 메커니즘이라고 하겠음. 메커니즘에 에너지를 태우면 시스템.)

구조론은 메커니즘이므로 개인 차원이 아닌 세력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A나 B를 보면 안 되고 A와 B의 사이를 봐야 합니다. 그냥 사이를 봐도 안 되고 그 사이의 집을 봐야 합니다. 낳음의 자궁을 봐야 합니다.

진보가 주류되면 보수로 변질된다는 생각이 있는데 헤겔의 관점입니다. 일견 맞는 말이기는 하나, 이는 하부구조를 피상적으로 관찰한 것이고, 구조의 본질로 보면 그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밀가루를 헝겊으로 덮어놓으면 쥐가 생긴다는 자연발생설입니다. 근데 틀렸습니다. 쥐는 안 생깁니다. 쥐가 몰래 들어온 거죠.

근데 사람들이 대개 하부구조만 피상적으로 관찰하므로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그렇게 말해도 됩니다. 사람이 나이들면 보수로 변한다고 해도 됩니다. 말은 되는데 그것이 과학적 사실은 아닙니다.

지구는 돌지만 돌지 않는다는 전제로 말해도 됩니다. 사실은 해가 서쪽으로 가는게 아니고 지구가 동쪽으로 가는 겁니다. 근데 해가 서쪽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해서 두들겨 맞는 일은 없습니다.

수학자는 원래 눈금자 안 쓰지만 편의상 그렇게 해도 됩니다. 그러나 우주에 로켓을 쏘아보내는데 그런 식으로 대충하면 그 로켓은 나로호꼴이 나고 마는 겁니다. 나로호 2차발사 실패.

과학을 할 때는 절대로 엄밀주의로 가야하고 구조론 사이트에서는 역시 본질을 논해야 합니다. 본질로 보면 헤겔식 진보가 보수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는 순환의 오류입니다.

애가 어른되고 다시 어른이 애되는게 아니고 늙어죽습니다. 어른이 애를 낳는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일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근데 편의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에요.

봄이 여름되고 여름이 봄되지 않습니다. 그건 내년이고 올해는 끝났어요. 한 해는 봄으로 시작되어 겨울로 끝납니다. 겨울이 봄 안 됩니다. 그건 새해니까 새로 계산해야 해요.

중학교 3학년이 다시 1학년 되는게 아니고 고등학생 되는 겁니다. 1학년은 3학년 되고 3학년은 1학년 되고? 천만에. 메커니즘 중심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말한 바 있지요.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는게 아니라 노무현현상을 지지한다.’

‘나는 유시민을 지지하는게 아니라 유시민세력을 지지한다.’

개인은 변절할 수 있지만 그건 논외입니다. 세력 중심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진보가 보수되는 일은 없습니다.

진보는 무언가 창의하는 것이고 보수는 그것을 사용하는 일입니다. 잡스는 창의하고 건희는 사용합니다. 잡스는 진보고 건희는 보수입니다. 이건 절대적입니다. ‘근데 잡스가 공화당 찍었는뎅?’ 이런 엉뚱한 소리 하면 안 되지요.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로 변하면 진보가 보수된게 아니고, 두 개의 사건으로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진보의 김지하와 보수의 김지하는 구조론적으로 별개의 두 사건입니다. 구조론은 사건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본질을 논하자는 겁니다. 창의하는 사람이 창의하고, 창의는 진보이고 새누리당 안에서도 창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당 안에서 상대적인 진보입니다. 진보주의자는 아니라도 진보는 진보에요.

발자크나 달리는 보수주의자이지만 본질에서 진보입니다. 조중동도 원래 진보가 만든 겁니다. 저놈들이 훔쳐서 쓰는 거죠. 모든 언론은 본질에서 진보입니다. 그러니까 조중동은 언론이 아니고 장사죠.

길거리에서 산 5만원 짜리 그림이 알고보니 유명화가의 500억짜리 그림으로 판명되면 5만원짜리가 500억짜리로 변한 거지요. 변하긴 뭘 변해? 지가 멍청해서 못 알아본 거죠.

그림은 변하지 않았고 그림값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눈 먼 봉사들이 변했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건 개그맨의 재치일 뿐 존재의 사실이 아닙니다.

요리사는 진보이고 그 요리를 먹는 고객은 보수입니다. 요리사가 자신이 한 요리를 먹으면? 가게가 망한 거죠. 요리사는 요리사입니다. 요리사는 고객되지 않습니다. 요리사가 남의 식당에 고객으로 가면? - 이건 어깃장입니다. 꿀밤이 세 방.(열린계는 논외)

요리사는상부구조 고객은 하부구조이며 구조론은 상부구조 위주로 판단합니다. 일의적으로 통제되는 제어장치가 상부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모래시계의 윗부분만 논하고 아랫부분은 논외로 한다는 거지요.

닫힌계 안에서 주다와 받다는 동시에 일어나는데 주다만 쳐주고 받다는 논외입니다. 머리는 있는데 팔다리는 없다. 사람입니다. 팔다리는 있는데 머리는 없다. 사람으로 안 쳐줍니다. 그거 사람 아닙니다. 이건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겁니다.

종소리는 종에서 나오는 겁니까? 아니죠.

이번 문제는 종소리가 어디서 나오는가입니다.

소리가 거문고에 있다 하면 갑 속에 놓았을 젠 왜 울지 않았나.

소리가 손가락 끝에 있다면 그대의 손가락 위에선 왜 안 들리나.
若言琴上有琴声 放在匣中何不鳴
若言声在指頭上 何不于君指上聴

힌트 – 이건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두 번 생각해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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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2-12-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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