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issue/410/newsview?newsId=20130611000512350&issueId=410&page=1&type=all
매일경제 사설이다. ‘[사설] 남북당국회담 형식보다 내용에 승부 걸어라.’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형식보다 내용을 앞세우라고 썼지만 틀렸다. 구조론으로 보면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
기사 제목부터 그렇다. 제목은 형식이고 내용은 말 그대로 내용이다. 제목 안에 다 있다. 읽어볼 필요도 없다. 내용은 제목에 단어들을 추가하여 분량을 조금 부풀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
남북장관급회담, 외교안보장관회의, 615공동선언, 74공동성명,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천안함, 연평도, 탈북자, 국군포로, 한반도비핵화 등의 단어를 열거법으로 나열해 놓았다.
맹탕이다. 간장도 없고, 양념장도 없고, 소스도 없고, 채썰은 청양고추도 없고, 심지어 흔한 MSG도 없다. 원래 신문사설은 제목만 보는 거다. 신문사의 관심이 어디에 있냐를 전시한다.
내용은 나중에 흠잡힐 때를 대비하여 확실한 근거를 남기려고 따분한 단어와 숫자로 채워넣는 거다. 신문기사도 이럴진대 외교회담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형식이 결정한다.
남북회담은 오바마 시진핑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이것이 형식이다. 북경에서 결정된 것을 판문점에서 보고한다. 오바마 시진핑이 없었다면 남북한이 의자에 앉아보기라도 했겠나?
흔히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는 같은 사건이 반복될 때다. 구조론은 같은 사건이 반복될 경우 소거한다. 수학문제 풀 때와 같다. 군더더기는 약분하여 지워버린다.
새로운 사건이 성립할 때만 구조론이 작동한다. 그 경우만 의미있다. 언제라도 ‘형식우선 내용무방’이다. 형식(IOS)에서 애플에 밀리니까 삼성이 내용(슈퍼아몰레드)타령을 하는 거다.
지식인이라면 용기있게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용보다 형식으로 승부하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개성공단 회담 따위 다 필요없고 정상회담 한 번으로 결판난다.
이번 회담은 장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 정상회담 역시 형식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에서 북으로 두 번 올라갔으니까 이제 김정은이 남으로 내려올 차례다.
이거 안 되면 만사휴의다. 내년에 또 소동일어날 거다. 미군은 한반도를 훈련장으로 쓸 거고, 북한은 경기 일으키고, 시진핑은 짜증내고, 박근혜는 유령되고, 아베는 남포공단을 띄울거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수렁에 빠진 기분이 된다. 북한과 회담할수록 손해본다. 형식에서 틀어졌기 때문이다. 6자회담은 일본과 북한의 수교를 전제로 일본이 북한에 50조를 준다는 거였다.
납치사건이 불거져서 일본인들이 북한에 돈을 줄 마음이 없어지자 거기서 다 틀어졌다. 이후 6자회담은 형식없는 내용회담이었다. 뻔하다. 물주가 없어졌는데 무슨 장사가 되겠냐고?
일본에 핵이 터지고 조어도분쟁이 일어나자 외교고립으로 다급해진 일본이 북한을 기웃거리고, 이에 중국의 선제대응으로 북한지원을 약속한 것이 이번 오바마 시진핑회담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중국을 향해 기름달라는 말을 매우 복잡하게 한 것이다. 중국은 기름 줄테니 회담하라고 했고, 오바마는 중국포위전략을 조금 완화해줄테니 북한을 단속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모든 것은 윗선에서 결정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인만 괜히 스트레스 받은 것이다. 이런 엿같은 현실을 타개하려면 진실을 폭로하는 수 밖에 없다. 형식을 맞춰야 이야기가 된다.
정상회담이 두 번 있었으나 제대로 된 결실이 없었다. 우선 격이 맞지 않았다. 김정일의 신분은 독재노예이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유인이다. 노예와 자유민의 수평적 회담이 말이 되냐?
당연히 김정일이 단하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노무현은 단상에서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은 박근혜나 김정은이나 둘 다 세습노예다. 노예 대 노예로 신분이 맞다.
형식이 맞으므로 회담의 성과를 기대할만 하다.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미국에 미군기지로 사용할 부지를 내주고 미국이 평화협정을 받든가, 러시아가 남북한을 경유하여 일본까지 이어지는 가스관을 묻든가, 중국이 나진선봉에 항구를 필요로 하든가, 북경에서 평양경유로 서울까지 KTX를 연결하든가 할 때만 의미가 있다. 절대적으로 상부구조에서 결정된다.
동북아 차원의 큰 구상을 제출하지 않으면 회담은 실패다. 설사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신경전 건수만 생길 뿐이며 신경전은 흥미있는 넘이 이기는 게임이다.
미군의 한반도 훈련장화는 내년에도 되풀이 된다. 김정은의 신경증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땅 넓은 북한을 미군의 훈련장으로 써도 되는데 왜 비좁은 남쪽에서 군사훈련을 하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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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곧 죽어도 형식입니다. 내용은 비위 상하면 하루 아침에 엎어집니다. 형식에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일을 하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때려치우는게 맞습니다.정상회담을 전제로 하지 않은 남북당국회담은 불필요하며, 북미수교를 전제로 하지 않은 정상회담 역시 불필요합니다. 중미관계의 재설정을 전제로 하지 않은 북미수교 역시 기대할거 없습니다. 미국의 중국포위전략부터 풀어야 합니다. 전체를 건드리지 않은 부분의 성과는 언제나 도로아미타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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