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년 전 쯤일 거다. 친구의 후배라는 사람이 사무실로 필자를 찾아왔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했다는데, 결론은 ‘도를 아십니까?’였다. 전공은 기억이 아리까리하지만 하여간 공학도였다.

애잔한 거다. 이공계 취업난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멀쩡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삐끼짓을 하고 있다니. 하긴 이 정도는 약과다. 창조과학회라는 정신병자집단에 비하면.

세상은 넓고 황당한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믿는다. 그러한 믿음이 위험하다. 창조과학회가 정신병원이 아닌 대학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단이 검증되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는 증거다. 검증되지 않는 집단은 많다. 사실 한국 연예인의 상당수는 도박에 빠져 있고, 영화계는 얼마전까지 조폭들이 충무로를 지배했다.

김기덕 감독은 악어촬영 첫날 업자에게 귓방맹이를 맞았는데 ‘충무로는 원래 이런 바닥이구나.’하고 받아들였단다. 사실 그 바닥이 그랬다. 충무로가 살아난건 그때 그시절 임화수 애들이 나이들어 떠났기 때문이라고.

재벌 중에 상당수는 점쟁이의 자문을 받고 있다. 한보가 오행의 토생금을 적용하여 제철업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유명 종교인 중의 다수는 사기꾼이다. 대범하게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운다.

놀라시라. 더 충격적인 일도 있다. 한국의 보수는 무려 친일매국세력이다. 나열하자면 많다. 독재자 딸까지 안가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겉으로는 멀쩡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경쟁에 의해 검증되기 때문이다. 또라이들은 경쟁과정에서 탈락한다. 또라이 수법으로 중간까지는 올라가도 정상까지는 못 간다. 문제는 이러한 검증의 원리가 십분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검증을 피해가는 테크닉이 있다.

이석기들은 왜 또라이짓을 할까? 그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손해지만 부분적으로는 이익이다. 반칙을 하는 자가 일시적으로 이기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다.

우리가 이석기들을 배척해야 하는 이유는 양의사가 한의사를 반대하는 이유와 같다. 그런데 그 한의사들도 민간요법 하는 사람은 반대한다. 한의사와 침구사 간의 갈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예컨대 사이비 목사가 무안단물로 병을 치료하면 어떨까? 의료계가 무안단물로 병을 치료하든, 대학병원을 찾아오든, 개인병원을 찾아가든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봐줘야 할까? 천만에.

분명히 말한다. 무안단물과 의료계는 공존할 수 없다. 배척이 맞다. 의료는 치료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양의사가 보면 한의사는 시스템이 아니다. 한의사가 보면 침구사는 시스템이 아니다. 무안단물은 시스템이 아니다.

법률적 판단은 법률에 의거해야겠지만, 정치적 판단은 정치에 의거해야 한다. 적을 이롭게 하는 자가 적이다. 이석기들은 예전부터 새누리를 이롭게 했다. 그들은 진보의 적, 민주의 적이다.

무안단물은 의약품이 아니다. 무안단물 때문에 의료계가 피해를 본다. 옴진리교는 종교가 아니다. 옴진리교 때문에 종교가 피해를 본다. 이석기들은 진보가 아니며 민주도 아니다. 우리가 피해를 본다.

녹취록이 충격을 준 것은 그들이 정부를 전복하겠다는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상상이상으로 바보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데 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학격률은 50퍼센트다. 2명 중 1명은 운전면허를 따지 못한다. 이유가 뭘까? 차사순 할머니는 왜 수백번 시험에 떨어졌을까? 한글을 못 읽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사실상 한글시험이다.

무면허자가 가만 있으면 죄가 아니나 핸들을 잡으면 유죄다. 한글 모른다고 죄가 아니나 한글 모르면서 핸들 잡으면 유죄다. 이석기가 가만있으면 무방하나 바보이면서 국회의원 선서를 했으면 유죄다.

의원선서는 대한민국과의 약속이고 이석기가 그 약속을 어겼으므로 유죄다. 그것이 법률의 어느 조항을 위배했는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나,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유죄다.

문도리코는 거짓말을 했으므로 유죄다. 전여옥은 표절을 했으므로 유죄다. 이석기는 의원선서를 배반했으므로 유죄다. 현재까지 국정원은 이석기를 처벌할 법조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어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석기가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의 책임은 광범위하다. 우리가 박근혜의 부정선거를 따지는 것도 정치적 책임을 논하는 것이다.

법으로 가면 헌법재판소로 가도 박근혜가 이긴다. 강용석은 법률을 어겨서 의원직을 사퇴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국민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다.

박근혜는 TV토론에서 문재인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이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박근혜는 TV토론에서 대통령 하야를 약속했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

물론 박근혜가 명시적으로 하야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필자의 해석이다. 마찬가지로 이석기의 발언은 해석되는 것이며, 그가 의원선서를 배반한 것으로 해석하는게 맞다.

국회에 등원한 이상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의원선서의 정신이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적과의 공존이다. 민주주의는 적과 같은 공간에서 공존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무엇인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어느 집단이든 반대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석기의 회합장소에 새누리당도 한명 가 있어야 한다. 국정원도 거기에 와 있다는 전제로 발언해야 한다.

이석기의 발언 및 그 패거리의 발언내용에는 어디에도 새누리당원이 그들 사이에 끼어있다는 전제가 없었다. 이게 바로 무안단물이다. 사이비다. 돌팔이다. 시스템의 부정이다.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끼리 발언이 허용되지 않는게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국회에서는 여야가 공존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반대파도 포용한다는 전제로 해야 한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48퍼센트를 배척하는 발언을 하면 곧바로 셀프탄핵이 되는 것이다.

이석기 패거리의 발언에는 새누리당이 한 명도 그 장소에 와 있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갔으므로 그들의 행동은 절대로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진보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축과 대칭의 구조로 이루어진 고도의 시스템이다. 반대파가 있어야 그 대칭이 성립한다. 반대파도 그 장소에 와 있다는 전제를 깔지 않는 모든 행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통제수단이 없는 즉 사이비 집단일 뿐이다.

그 지점에서 그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정체를 부정했다. 이석기는 헌법을 존중한다는 의원선서를 어겼다. 헌법이 민주주의를 명시해놓고 있고 이석기가 그것을 어겼다. 대한민국과의 약속을 어겼으므로 당연히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석기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석기를 검증못한 통합진보당은 해산해야 한다.

박근혜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으면서 이석기는 봐주고? 어림도 없다. 이석기는 사퇴하고, 통합진보당은 해산하고, 국정원은 해체하고, 박근혜는 하야하라. 어느 한 놈도 나는 용서할 수가 없다.

  •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 또라이는 검증과정에서 걸러지므로 정상까지는 못 간다.

  • 또라이를 거르는장치는 공적인 시스템이다.

  • 민주주의 시스템은 적과의공존에 따른 대칭구조의 작동이라는 전제를 깐다.

  • 적과의 공존원칙을 위배하는 방법으로 검증을 피해가는 깍쟁이가 있다.

이석기 패거리는 교묘한 방법으로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린한 깍쟁이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틈새시장을 구축하는게 허용될 수는 없다. 이석기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무안단물에 발명특허를 줘라.

#

생각학교의 교과서 생각연구가 나왔습니다.

의외로 재미있다는 독자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drkim's profile image

drkim

2013-09-01 00:08

Read more posts by thi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