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절하지 마라

울산의 한 사립고교 교장이 전교생을 모아놓고, 교사의 성적조작 범죄를 대신 사과하면서 108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과받은 학생들 기분이 좋았을까? 왜 학생들은 교장이 108배를 하는 동안 말없이 앉아서 고개숙이고 있어야 했을까? 학생들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왜 강당에 끌려와서 앉아있어야 했을까?

충격적인 것은 그 기사에 달린 리플들이다. 다들 변태교장을 찬양하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이건 전형적인 후진국 모습이다. 어떤 이유든 인간은 절을 하면 안 된다. 제사를 지낸다거나 하는 종교적 의례는 논외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꼬맹이였을때, 제일 역겨웠던 교육의 장면은, 부모나 혹은 선생이 자기 자식이나 혹은 자기 제자에게, 자기 종아리를 때리라고 회초리를 쥐어주는 범죄행위다. 정말 이건 끔찍한 거다. 기껏 가르치는게 폭력에 패륜인가? 평생 갈 트라우마를 심어주고 상처를 주려는 행동. 누굴 때려서도 안 되지만 더구나 부모나 선생을 때리면 안 된다. 선생을 때리느니 그 자리에서 사제관계를 끊는게 맞다. 이건 점잖지 못한 행동이며 초랭이가 방정을 떠는 짓이다.

학교는 교육의 현장이다. 교육은 법대로, 규정대로, 원칙대로 가는거지 저런 편법, 야매, 꼼수, 물타기, 야료를 가르치는게 아니다. 이건 전형적으로 봉건사회의 모습이다. 요즘 삼보일배하는 당이 있는데 패죽이고 싶다. 솔직히. 이석기 출당시키는거 하나가 힘들어서 삼보일배 하는 거다. 미친새끼들이 아닌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엄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무릎을 꿇지 말아야 한다. 교장이 스스로 무릎을 꿇었다. 교육을 패대기친 것이다. 이게 정치가의 행동일 수는 있어도, 교육자의 행동일 수는 없다. 정치는 사죄를 할 일이 있으면 사죄를 해야겠지만, 교육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사건은 문제교사와 국가시스템 사이의 문제이지 그 학생들과는 상관없다. 교육부와 관계가 있다. 시험부정의 피해자는 대한민국이지 학생이 아니다.

풍림화산이란 말이 있다. 기병은 바람처럼 몰아치고, 보병은 숲처럼 질서정연하며, 장교들은 불처럼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산은 움직이지 않는다. 산은 다케다 신겐이다. 리더는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산이 움직여서 전쟁에 패하고 만다. 부지기수다. 이괄의 난 때다. 이괄의 반란군이 도성을 점령하고 무악재에서 관군과 붙었다. 이괄은 항왜병을 주축으로 조총을 쏘았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어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 조총을 쏘기 어렵게 되자 바위 뒤쪽으로 진영을 조금 물리게 했다. 수帥자가 씌어진 원수깃발이 50미터 정도 뒤로 옮기자 그대로 전군이 붕괴했다. 산이 움직이면 병사는 동요되고 전군이 괴멸된다. 그대로 상황종료.

남북전쟁에서 남군은 북군을 차타누가 계곡으로 몰아붙여 북군을 전멸위기까지 몰아붙였다. 식량이 고갈되어 굶어죽기 직전에 그랜트 장군이 구원하러 왔는데, 남군은 고지에 진을 치고 북군을 고지로 유인했다. 지난번에 패주한 토마스의 부하들은 패전의 수치를 씻으려는 듯 무리하게 돌격하고 있었다. 남군의 유인전략에 속아 무리하게 고지를 기어오른 것이다. 그랜트가 군대를 정지시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전군이 붕괴할 찰나 기적이 일어났다. 고지로 북군을 유인하려던 남군이 고지를 넘어서 계속 도망가버린 것이다. 북군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 역할로 기슭에 포진해 있던 남군이 고지로 전술적 후퇴를 해오자, 후퇴명령이 떨어진줄로 착각한 고지의 남군이 그대로 도망쳐버린 것이다. 그걸로 상황종료. 이런 식의 황당한 패주는 역사에 매우 많다. 어떤 경우에도 리더는 경솔하게 군대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비수전투는 특히 유명하다. 전진의 부견이 112만 대군을 이끌고 8만군대로 맞선 동진을 칠 때의 일이다. 비수 강가에 진을 쳤는데, 동진의 장수 사현은 부견에게 편지를 보내, 강가에 포진해 있는 전진의 군대를 조금만 뒤로 물려주면 강을 건너가서 일전을 벌여 끝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부견은 동진의 군대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공격하여 섬멸할 계획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동진의 기병 8천명이 강을 건넜을 때 뒤로 조금만 물려주려고 하던 전진의 군대는 그대로 계속 뒤로 물러가서 그대로 괴멸했다. 뒤에 있던 부대가 후퇴명령이 떨어진 걸로 착각하여 무질서하게 내빼다가 좁은 협곡에서 자기편끼리 밟혀죽은 것이다. 8천명으로 100만명을 섬멸한 역사에 남을 전쟁이다. 어떤 이유든 대장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변태교장의 사이코 행동이 진정성 없는 쇼라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진정성 있는 똘끼발휘다. 세상은 넓고 괴짜는 많은 법이다.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지적하는건 그 행동이 비교육적이라는 거다. 선비는 저런 괴상한 행동, 돌발행동, 다수가 합의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자와는 절대 사귀지 않는다. 그런 괴짜행동은 거기에 모인 모든 교사, 모든 학생의 합의를 끌어낼 수 행동이 아니다. 그럴수록 규정대로, 원칙대로, 법대로 흔들림없이 대처해야 한다. 어떤 이유든 사람을 놀래키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며 말이나 개도 놀래키면 안 된다.

그런 행동은 본받을 교육자의 행동이 아니라 정치가의 꼼수다. 사과는 넙죽넙죽 잘 하는 도쿄전력 사장과 같다. 말로 때우려 하고 쇼로 때우려는 것이다. 설사 선의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고 해도 신문에 나올 행동, 해외토픽에 나올 행동을 하면 안 된다. 경솔한 행동이다. 그가 무릎을 꿇었을 때 대한민국의 모든 교장은 동시에 무릎꿇은 것이다. 개인의 행동이 결코 개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사구분도 못 하는가?

외국의 국가원수가 한국을 방문할 때, 조선시대 전통군인 복장으로 사열을 하는데 병사들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전통군인들은 철갑옷을 입은 갑사인데 두정갑을 입어서 고개를 숙일 수 없다. 숙이면 그대로 자빠진다. 옛 기록을 보더라도 병사들은 어떤 경우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육군에서 고개 숙여 경례를 하던가? 고개 숙인다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오마이뉴스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지구상에 고개 숙여 절하는 군대는 없다. 고개 숙이면 무거운 투구가 벗겨지기 때문이다. 투구 엄청 무겁다. 철갑옷이라 구조적으로 무릎을 굽힐 수 없다. 게다가 병기를 들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면 옆에 있는 동료병사가 창에 찔린다.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자기나라 군대에게 외국 정상에게 고개숙이라고 하는 지휘관은 매국노다. 상상할 수도 없다. 사열이란 장군과 병사가 눈을 맞추는 건데, 병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군기가 잡혔는지 알아볼 수가 없다. 모든 병사는 고개를 빳빳히 들고 눈을 부릅뜨고 외국 정상을 째려보고 있어야 한다.

올림픽 태권도 시합 때의 일이다. 많은 나라의 언론이 한국 태권도의 우스꽝스러운 절하기 룰을 지적했다. 창피하지 않는가? 절하면 이미 진 거다. 이미 승부가 났는데 왜 시합을 하나? 어떤 이유든 절하게 하면 안 된다. 존엄의 훼손이다. 짐승이면 괜찮다. 먹이만 주면 헤헤거리고 고개 숙이고 눈치본다. 인간은 어떤 경우라도 허리를 굽히지 말아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무엇이 교육인가? 케냐의 어떤 백인이 원주민 마사이족을 죽게 했다. 흑인을 매질하고 기둥에 묶어놨는데 다음날 보니 죽어 있었다. 백인은 변명하기를, 흑인은 원래 손 안 대고 자살하는 능력이 있으며, 묶어놨는데 스스로 죽었다고 말했다. 죽기 직전에 ‘나 죽어버릴거야.’ 하고 소리치는걸 들었다는 목격자를 증인으로 세웠다. 백인으로 이루어진 케냐 법정은 2년 동안 재판을 끌다가 흑인이 자살했을 가능성을 감안하여 과실치사로 2년형을 때렸다. 마사이족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을 죽였으면 큰 소 두 마리와 양 열 마리를 내놔야지 무슨 감옥행이란 말인가? 흑인의 피해는 전혀 보상되지 않았다. 무엇이 옳은가?

흑인의 입장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일대일 관계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성폭행을 해놓고 피해자와 합의하면 그만인가? 돈만 많으면 성폭행을 아무리 저질러도 괜찮겠네? 분명히 말한다.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질서와의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범죄는 문제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과의 사이에서, 아니 전 인류와의 관계에서 일어났다. 그는 사회의 신뢰를 파괴하여 인류를 해쳤다. 소 몇 마리 물어주면 살인해도 그만인가? 마사이족 룰로는 그렇다. 소만 내놓으면 된다. 왜 소를 내놓지 않고 범인을 감옥에 가두냐 말이다. 소를 내놓아라 하고 데모를 해봤지만 영국 법정은 꿈쩍하지 않았다.

중국학교 사진을 보자. 컨닝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이게 교육적인가? 이건 교육이 아니다. 교육파탄이다. 학생을 의심했다면 그 자체로 비교육이다. 차라리 컨닝을 하게 하는게 맞다. 시험부정이 일어나면 시험을 다시 치는게 맞지, 이건 아니다. 시험부정을 막는 실용적인 대응이지만, 이미 교육은 망해 있다.

교실이 지저분하다. 가난이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빈곤해도 의관을 바로 해야 한다. 차라리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서라도 페인트칠은 해야 한다. 떨어진 쓰레기는 주워야 한다. 다같이 맨바닥에 앉아서 수업해도 괜찮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앉아서 굶어죽을지언정 땅에 떨어진 밥알은 주워먹지 말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배우느니 차라리 죽창들고 북경으로 진군하는게 맞다.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조조가 실용적으로 중국을 잘 통치했지만, 대의명분을 잃었기에 위나라가 망했고, 8왕의 난이 일어나 진나라가 망했고, 한족이 흉노족, 선비족, 저족, 갈족, 강족의 다섯 오랑캐를 중원으로 끌어들여서, 16국을 세우게 하니 나라이름 외느라 지쳐서 역사공부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조조 한 명의 명분없는 행동이, 중국을 200년간 콩가루집안으로 만든 것이다. 설사 박정희가 정치를 잘했다 해도 그의 졸개들인 두환, 태우, 영삼, 명박, 근혜의 떼삽질은 모두 박정희에게 책임이 있다. 윗물이 썩으니 아랫물이 썩는건 당연하다. 선비의 대의명분을 따르지 않고, 소인배의 능력과 실질을 숭상하며, 편법과 꼼수로 가면 이렇게 된다. 그 후유증은 기본 이백년을 간다.

절대 절하지 마라. 200년간 천하가 아수라장이 된다. 조조가 한 번 위를 범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교육은 존엄에서 시작하여 존엄으로 끝난다. 더 배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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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3-11-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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