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 반은 사기다

시장에서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물론 그럴 때도 있다. 그러나 경쟁을 시켰더니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존재다. 과연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일까?

구조적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으며, 그러므로 무턱대고 경쟁시키면 안 된다. 신혼부부가 여행 중에 호텔을 고르는데 한 쪽은 가격이 10만원이고 다른 쪽은 100만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서비스 품질이 같다면 당연히 10만원을 선택한다. 그랬다가 그 부부가 이혼하면 누구 책임일까? ‘나를 십만원 짜리로 봤다 이거지?’ 그렇게 되는 부분이 있다. 교육과 의료다.

미국식 의료보험으로 가면,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데, 폭리를 취하는 나쁜 병원을 선택한다. 생명이 걸린 문제니까. 죽음을 앞둔 환자라면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최고의 병원을 찾아보는게 맞다.

정부에서 의료수가를 정해서 환자의 선택권을 없애야 한다. 선택한다는 사실 자체가 큰 부담이다. 사람들이 콩나물값 50원은 잘 깎지만, 캐나다 구스다운은 가격선택을 못한다. 그걸 입어봤어야 알지.

걸핏하면 현기차 비싸다고 난리치지만, 막상 매장에 가면 죽어보자고 풀옵션을 고른다. 쓰지도 않는 기능을 전부 선택한다. 자기 한 사람이면 모를 일이지만 가족의 목숨까지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쓰는 TV나 냉장고는 최고급으로 사들이면서도, 주부가 혼자 쓰는 세탁기는 사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 빨래는 주부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세탁기에게 뺏기기 싫다. 이렇듯 꼬여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스트레스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 자체가 굉장한 압박이 된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는 나쁘다.

그런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한다. 산전수전 다 겪어봐야 큰 인물 된다. 그러므로 좋은 선택을 권할 수는 없다. 초반에는 더러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한다. 때로 나쁜 선택도 해봐야 한다.

◎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출세한다. ≫ 전국민이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달음박질치면 나라 망한다.

그러므로 합리적 선택을 하자고 캠페인을 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정영역에는 선택지 자체를 막아야 한다. 일부는 선택을 막아놓고, 일부는 열어놓되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보라고 권장해야 한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쁜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 국가기간산업은 나쁜 선택을 하면 안 된다. 그 부분은 자유로운 선택권을 막아놔야 한다.

자식이 바이얼린 하겠다면서, 최고의 악기를 사달라고 하면 부모는 ‘싸구려 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단다.’ 하고 꾸짖는게 옳을까? 아니면 집 팔아서 비싼 악기 사주는게 맞을까? 이건 예민한 문제다.

나쁜 선택이 오히려 좋은 선택으로 되는 경우는 많다. 그래서 전 국민이 파가니니를 사들이면? 나라 망한다. 일부는 제한을 걸고, 일부는 자유롭게 경쟁하되 나쁜 선택도 말리지 않는게 정답이다.

박정희는 근검절약 한다며 국민들에게 흑백TV를 강요했다. 북한도 보는 컬러 TV를 못보게 막았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 결과 경제가 망했다. 나쁜 선택이 경제를 발전시킨다. 비싼 옷 사 입어라.

말은 이렇게 하고, 값싼 싸구려 옷 입는 현명함을 발휘한다. 나쁜 선택은 타인에게 권하는 거다. 미쳤지. 내가 왜 나쁜 선택을 하냐고? ‘여러분은 나쁜 선택해서 애국하세요. 나는 얌체니까 안해요.’

국민이 근검절약하면 디자인 수준이 낙후해져서 먹고 살 길이 없다. 나쁜 선택이 좋은 선택이며, 좋은 선택은 오히려 나쁜 선택이다. 그러므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랬다가 폭주하면 나라 망한다.

과외를 금지시켜야 한다.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면 과외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까지 과외를 한다. 어쩔 수 없다. 폭주하는 거다. 반드시 제한을 걸어야 한다. 닫기와 열기는 동시에 가야 한다.

상부구조가 있다. 선택지 안에서 선택하는게 아니라 선택할까 말까를 먼저 선택한다. 백화점에서 가격표를 들춰보고 샀다는 사실 자체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치는 사람도 있다. 좋은 거다.

이런 분이 애국자다. 물건값 깎을 사람이면 시장에서 사는게 맞다. 백화점에 왜 가냐고? 백화점에는 물건사러 가는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한 집단지능에 참여하여 인류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가격표 있으면 명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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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3-12-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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