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깨달음인가?
정상에 무엇이 있는가? 아무 것도 없다. 정상을 다녀와서 거기에 아무 것도 없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신기한 사람이다. 당신이 있었잖아. 당신이 있는 정상과 없는 정상이 같을 리가 없잖은가? 세상과 함께 그림을 그려간다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 세상이라는 캔버스를 어떤 색으로 칠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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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깨달았다는게 아니다. 하도 말이 안 통하니까 차별화 하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거다. 진짜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깨달음은 이루어진 나의 사실이 아니라 발견된 여러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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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거리… 그들은 도로에 검은칠을 하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인들은 복장을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가 좋아서 선택했다고. 과연 그럴까? 내가 좋다는게 뭐지? 검은 색은 때가 타지 않아서? 튀지 않으므로 남의 시선이 불편하지 않아서? 아무 색이나 잘 어울려서 부담이 없으므로? 그건 자신이 선택한게 아니다.
점원은 말한다. ‘요즘 이 옷이 많이 나가요.’ 그 옷을 산다. 점원이 선택한 것이다. 남의 쳐다보는 시선들이 선택한 것이다. 왜 자신이 선택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 솔직해지라는 거다. 그 복장에는 집단의 스트레스가 반영되어 있다.
한국의 교실.. 선생부터 무채색.. 강철수 화백의 발바리가 있던 촌스런 70년대 줄무늬옷이 아직도 먹힌다. 구석기냐?
노르웨이 아이들.. 선생부터 빨갱이.
진짜는 무엇인가? 그것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무엇을 만드는가? 그림을 만든다. 핀란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다. 왜 이 색깔의 옷을 입지? 좋아서? 아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은 가짜다. 아이들은 힘을 합쳐서 이런 교실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들이 교실을 칼라로 칠하기 시작한 거다.
내가 선택한건 가짜다. 자신이 만든 것이 진짜다.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 팀플레이다. 내가 선택해서 홈런을 치는게 아니고 팀이 협력해서 승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홈런이 좋아서 그래서 홈런을 치지.’ 이게 아니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관점이 없으면, 절대 좋은 디자인은 나올 수 없다.
내 맘에 드는 차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도로를 어떤 칼라로 색칠할 것인가에 맞추어서 차를 선택하는게 맞다. 인류의 대표자 마음으로 지구를 디자인한다는 관점을 얻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무채색 도로풍경을 디자인했다. 한국인들은 무채색 교실풍경을 디자인했다. 한국인들은 힘을 합쳐서 도로에다 검은칠을 하기 시작했다. 왜 깨닫지 못하는가? 당신이 보이지 않는 힘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왜 깨달음인가? 말이 안통하니까 깨달음이다. 말로 안 통하면 깨달음으로 통해야 한다.
멀리서 봐도 한국인지 아닌지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