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항상 적을 필요로 한다. 미국은 수많은 범죄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내용을 여러번 말했는데, 추가설명 요청이 있어서 글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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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 미지의 위험에 대처하려면 정기적으로 소집훈련을 해야한다. 그 이전에 충분한 긴밀도로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백지상태에서 처음 집단을 만들고 소집하자면 그 과정에 막대한 귀차니즘 비용이 발생한다.
문명사회에는 이미 집단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우리가 이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지만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같은 장면이라면 다르다. 성찰이 필요하다.
집단의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소집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이며, 훈련되지 않은 집단에 있어서 이는 매우 힘든 일이다. 용이하게 소집하는 방법은 물질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다. 70년대라 치고, 월남에 돈벌러 가자고 꼬드기면 우르르 모여든다. 이때 제공되는 이득은 소집과정에 소비되는 귀차니즘 비용을 능가하는 충분한 이득어야 한다.
이득을 주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까, 거짓말로 둘러칠 수 밖에 없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피해를 막아준다고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가상적의 설정이다. 조폭이면 경쟁관계에 있는 조폭의 행패를 막아준다고 둘러대는 방법을 쓴다.
집단이 의사결정할 현안이 없으면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다. 의사결정능력을 잃은 집단은 망한다. 태평성대를 누리다 침략당한 조선왕조와 같다. 집단은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쉬지 않고 전쟁을 한 못된 나라가 흥하는 예가 많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물적 심적 비용이 들고, 비용부담은 현찰을 소모시키고, 현찰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질 리 없으므로, 가상현찰을 발생시켜야 하며, 가상현찰은 가상적을 막는다는 거짓말의 형태로 조달된다.
◎ 인간은 집단 단위로 의사결정을 한다.
◎ 집단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소집되어야 한다.
◎ 집단의 소집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 비용을 아끼려고 소집을 그만두면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다.
◎ 정기 소집훈련을 하지 않은 집단은 의사결정능력 상실로 멸망한다.
◎ 민주주의는 의사결정능력유지를 위한 정기 소집훈련이다.
◎ 비민주 집단은 본능에 기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소집훈련을 한다.
◎ 소집 주체는 귀차니즘 비용을 초과하는 이득을 제시해야 한다.
◎ 이득으로 제공할 돈이 없으므로 거짓말로 둘러쳐서 충당한다.
◎ 거짓말은 가상적을 만들고 적을 막아주는 이득의 형태로 제시된다.
◎ 만약 이러한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으면 자신이 적당이 되어 괴롭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그 사회의 실체는 모호하다. 가족이나 부족은 잠정적 존재이며 가족단위, 부족단위 문제가 불거져야 비로소 기능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가족도 없고 부족도 없다. 혹은 그 존재가 희미하다.
평소에 집단의 구성원간 결속은 긴밀하지 않다. 쓰나미가 덥쳐도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게 된다. 집단이 위기 앞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하려면 충분한 소집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인간은 이득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적을 만들어내는 본능이 있다. 적이 있어야 긴장하고 긴장해야 머리가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를 사용하기 위해, 혹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과 집단에 긴장을 불어넣으려 하며 그 방법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대칭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이야 어떻든 일단 대칭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판단보다 일단 판단을 경험해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만한 사회라면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미적거리기보다는, 점을 치거나 심지뽑기로 판단하는게 낫다. 옳거나 그르거나 간에 무조건 판단을 많이 하는게 유리하다.
물론 문명사회에서 이런 식은 곤란하다.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덥치는 판에 도쿄전력 사장이 심지뽑기를 하거나 혹은 점장이를 찾는 방법으로 판단하면 곤란하다. 그러나 원시사회라면 점을 열심히 치는 그룹이 과단성있게 행동하여 미적대는 그룹을 이긴다.
동전이 뒤집어져서 점괘가 나오는 장면을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다. 공격하자고 했는데 후퇴하자로 잘못 알아듣고 군중을 혼란에 빠뜨리는 멍청이들이 어디나 있으니깐.
대칭원리에 따른 가상적 만들기는 게임이나 스포츠 놀이나 학습에서 두루 관찰된다. 공부를 해도 ‘이 때려죽일 영어단어놈’ 하고 하나씩 때려잡는 학습법이 효과가 있다. 인류가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자신과 집단을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에 가둬두려는 것이다.
이 원리는 게임, 경쟁, 시장, 전쟁, 정치, 오락, 도박, 문화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된다.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긴장을 조달하려고 하는 사람은 마녀사냥을 획책한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긴장을 조달하는 방법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도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비용에는 선거에 드는 현찰 뿐 아니라 관심을 쏟아야 하는 심리적 비용까지 포함된다. 특히 정치시스템의 작동방식을 모르고 지능이 떨어지는 일베충들에게 민주주의는 납득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들은 확실히 민주주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차라리 동던을 던지는게 낫지.
가상적 만들기, 왕따시키기, 이지메하기, 증오하기, 점치기, 내기걸기 등은 지능이 떨어지는 자들이 자신과 집단을 긴장시켜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는데 쓰는 방법이고 민주주의하기, 축제하기, 예술하기, 창의하기, 경쟁하기, 놀이하기, 사랑하기는 지능이 높고 사회관계가 긴밀한 집단에서 자신과 집단을 긴장시키는 방법이다. 어떻든 인간과 집단은 긴장된 상태에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