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수준이하
“사랑하면 결혼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이혼하라. 종교는 아편이고 사기다. 사랑은 몸이지 관념이 아니다. 몸으로 사랑하라.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라. 살다가 깨지면 아물게 될 것이고 다시 신나게 살아라.”
듣자하니 강신주가 강연다니며 대략 이런 소리를 했나본데, 참으로 젖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동네 형님이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걸치고 혀가 꼬이면 나오는 소리지 철학이 아니다. 장난하냐?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인류의 서식영역은 달까지 넓혀진 것이며,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지구를 넘어 우주 단위로 사고해야 하는 것이며, 철학자는 그렇게 인류의 지적 영토를 넓혀가는 개척작업이다.
전사는 총으로 물적 영토를 넓히고, 철학가는 사유로 지적 영토를 넓힌다. 그런데 물적 영토가 먼저다. 언제라도 하드웨어가 먼저다. 총이 먼저 가고 붓이 뒤따라 간다. 총도 없는 주제에, 입으로나 까부는 넘은 그 아가리를 찢어줘야 한다. 구라꾼 정도전도 칼잡이 이성계 정도는 끼고 작업들어가는 거다. 천둥벌거숭이로 가랴?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밟았거나, 광개토대왕이 북방을 토벌했거나, 알렉산더가 인도를 누볐다면 거기에 연동되어 많은 것이 동시에 결정되는 것이며, 인류의 삶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며, 그렇게 인류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철학이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총들고 갔지만 무려 철학가다.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가 헬레니즘 시대를 열었다. 인류의 가는 길을 바꿔놨다. ‘세계’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인류사에 진입시켰다. 그리스는 통째로 스승과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가 둘이서 지지고 볶고 해서 연출한 것이다.
컴퓨터는 286을 쓰면서 윈도우8을 깔았다고 자랑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100미터 달리기에 출전한 선수가 티키타카를 한다고 자랑한다면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절대적으로 하드웨어에 종속된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는데 달나라 패션은 이런 것이다 하고 자랑할 수는 없다. 알렉산더가 인도로 가지 않았다면 헬레니즘은 없다. 헬레니즘은 그리스의 것이 아니라 세계표준에 대한 그리스법이기 때문이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한 것은 인류의 삶의 경계가 부족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하드웨어 차원의 확인이다. 봉건시대의 신은 부족의 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소프트웨어고 국경은 하드웨어다.
강신주가 종교는 아편이다 어쩌고 하는건 그냥 뻘소리다. 미친 새끼. 약 먹었나? 농담으로는 해도 되지만. 그게 의사결정 단위의 문제다. 바보야!
베토벤이나 모짜르트가 교향곡의 작곡을 마치고, 자신이 작곡한 곡을 처음으로 연주해 봤을 때, 그 느낌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묻는 것은 철학이다. 뒷동산에 올라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고 하품이나 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다. 그게 철학이라면 그런 철학은 뒷집 똥개도 한다.
베토벤과 모짜르트의 음악은 그 시대에 등장한 국가주의, 절대왕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하드웨어가 되니까 소프트웨어가 치고 나간다. 아이폰이 없는데 IOS를 깔겠냐고. 멍청하긴.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를 듣고도 거기서 세계무대로의 데뷔라는 개념을 얻지 못했다면 아직 듣지 않은 거다. ‘아! 음악 좋아. 조쿠나!’ 하는 새끼는 쫓아버려야 한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듣고도 근대인이 못 되고 세계시민이 못 되었다면, 인류단위 의사결정에 참여할 맘을 얻지 못했다면 실패다. 안 들은 걸로 쳐라. 닥치라고.
무려 베토벤이고 무려 모짜르트인 것은 인류단위 의사결정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 간에 헛바람을 불어넣기 때문인 거다. 그래서 히틀러는 바그너 음악을 틀어놓고 헛지랄을 한 거다. 개념 좀 잡고 이야기하자.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거기서 더 이상 오를 고지가 없음을 확인했을 때 그 이미지가 어떤 건지, 그 느낌이 어떤 건지를 인터뷰하면 그건 철학이다. 철학은 70억 인류가 가는 방향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1도 틀어놓을 때, 그 절정의 순간에 느껴지는 오르가즘이다.
70억이 일제히 몸을 틀 때 전해오는 파동은 다른 거다. 그래서 아이폰 5 신제품이 나온다면 그거 먼저 사겠다고 본사 문앞에 텐트 쳐놓고 줄서서 기다리는 놈이 있는 거다. 좀 느껴보자는 거다.
김연아가 최고의 연기를 마쳤을 때. 그 순간 인류의 뾰족한 모서리 하나가 결정된 것이며, 70억 인류가 하나의 명확한 형태를 드러낸다면 그 끝단이 조금 더 선명해진 것은 철학이다. 제발 초딩 수준은 넘자. 애들 장난하나?
인류의 대표자가 아니면 철학 아니다. 철학은 알렉산더의 칼 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