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어제 팟캐스트 녹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것일까? 역사에는 연대기와 열전이 있다. 연대기보다 열전이 재미가 있다. 열전이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엇인가? 초기조건이다. 소크라테스 뿐 아니라 4대성인은 모두 아는게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무엇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아는 것은 과학이고 철학은 애초에 다른 거다.

소크라테스의 의미는 열전에 있고, 그것은 흥미를 끌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며, 초기조건을 세팅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무지를 발견한 사람이다. 발견이 진짜다.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피력하든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인류를 대표하여 의사결정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혀 다른 거다. 무엇인가? 의사결정은 스타트를 끊어 족보를 남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대왕, 헬레니즘 문명으로 이어지는 족보에 의미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다만 높은 이름으로 그 헬레니즘의 족보를 대표할 뿐이다.

진정한 서양철학의 비조는 탈레스다. 탈레스가 처음 철학적 사유란 이런 것이다 하는 모범을 제시했다. 세계를 통합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시야를 제시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희랍문명의 설계자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은 상대방과 논쟁하면서 숨은 전제를 들추고 그 전제를 깨뜨린다는 점에서 구조론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이 결국 귀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법으로 얻어낸 유일한 지식은 무지의 지, 곧 ‘나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다’ 하는 것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건 안게 아니다. 말 그대로 그건 모르는 거다.

소크라테스의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지식의 발견에 실패한 사람이다. 다만 학문의 진정성을 드러내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는 오히려 진짜다.

진짜냐가 중요하다. 니체가 아는게 많아도 가짜다. 톨스토이는 아는게 없어도 진짜다.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진짜에 지식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진짜는 무엇인가?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소크라테스는 전제를 깬다. 전제는 상부구조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식이 상부구조에 종속된 하부구조이며 진짜가 아님을 폭로했다.

당신이 어떤 지식을 제시하든 거기에는 숨은 전제가 있고 그러므로 그것은 가짜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사람의 모든 지식은 대개 가짜다. 그러므로 나는 강신주든 니체든 맘놓고 토벌할 수 있다.

어차피 가짜니까. 진짜는 하나 뿐이다. 그것은 복제다. 상부구조에 의존하는 하부구조, 숨은 전제, 묵시적 가정에 의존하는 진술은 가짜이며 오직 A와 B의 관계만이 진실하다. 상호작용이 진짜다.

A에 의존한 B는 가짜지만 그러한 주종관계는 진짜다.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주고받음은 확실히 진짜다.소크라테스의 귀납적 추론은 진정한 지식에 도달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무지를 드러내는데 성공할 뿐이나 다만 소크라테스는 그 방법으로 대칭구조를 드러내어 진정한 지식으로 가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지와 무지가 대칭을 이루므로 무지를 뒤집으면 지에 이른다.

소크라테스는 하나의 단서를 제시하였고, 진정성을 보여주었고, 족보를 만들었고, 열전을 쓰고 그것으로 끝났다.소크라테스의 가치는 그의 지식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헬레니즘의 성취에서 나온다.

헬레니즘이라는 아들이 장하므로 그 어머니인 소크라테스도 위대해진다. 구조론은 소크라테스의 산파를 뒤집는다.진술에서 전제로 가면 무지에 이르지만 반대로 전제에서 진술로 가면 지에 이른다.

위하여를 깨뜨리면 의하여가 남는다. 가짜를 제거하면 진짜가 남는다. 어떤 가짜가 있는가?종교는 가짜다. 신이라는 상부구조에 의존하므로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필요없고 신에게 맡기면 된다.

성경책에 답이 있다. 유물론은 가짜다. 물질은 통합되지 않으므로 통합적 시야가 불필요하다. 존재의 생장에 맞서는 인간의 생장이 없다. 70억이 하나의 뇌를 이루는 그것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 유물론은 철학이 아니므로 마땅히 소거된다. 허무주의, 염세주의, 불가지론은 가짜다. 이들은 A와 B 사이를 연결하지 못하므로 의미가 소거된다. 의미가 없으면 당연히 존재가 없는 것이다.

일체의 소승적인, 고립주의적인, 파편화된 입장들은 소거된다. 전체가 통일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되지 않으면 방향성이 없고, 방향성이 없으면 생장이 없고, 생장이 없으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없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 철학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거된다.어떤 의도가 있는 것, 위하여가 있는 것, 일체의 신념에 기반을 둔 도덕적, 윤리적 당위와 작위는 가짜다.

천국을 가겠다거나,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거나, 노동자 농민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적이 들어가면 가짜다.소크라테스는 가짜를 쳤을 뿐 진짜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짜를 치면 남는 것이 진짜다.

무엇이 남는가? 포지션을 죽이면 관계가 남는다.정상은 뾰족한 것이다. 가짜를 제거하면 최후에 뾰족하게 남는 것이 있다. 그 곳은 하나의 작은 점이나 사방과 동시에 연결된다. 소실점처럼 그것이 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시작된다. 70억이 하나의 뇌를 이루고 단일한 의사결정을 하는 지점이 있다. 대승의 배가 출항하면 인류의 대표성이 있다.비로소 철학은 출범한다.

drkim's profile image

drkim

2014-03-07 15:01

Read more posts by thi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