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이 유생 역이기에게 항우의 전략에 대처할 계책을 물었다.

“옛날 은나라 탕왕은 하를 정벌하고 그 후대를 기杞에 봉하였고, 주나라 무왕은 은을 멸하고 그 후대를 송宋에 봉하였습니다. 이는 멸망한 귀족을 위로하고 천하에 인의를 과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왕께서 망해버린 육국의 후대를 찾아 왕호를 회복시켜 주면 그들은 대왕의 덕을 칭송하고 한漢에 귀부할 것이며, 대왕의 인덕은 천하에 널리 퍼져서 초패왕 항우도 대왕께 머리를 숙일 것입니다.”

유방이 역이기의 계책을 듣고 만족하였다.

“그대는 육국의 도장을 새겨가지고, 육국의 후대를 찾아 나의 명의로 그들을 왕에 봉하도록 하라.”

장량이 이 소식을 듣고 함 걸음에 달려와서 역이기의 계책을 따르면 안 되는 여덟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당장 그만 두십시오. 대왕께서 그동안 이루어놓은 사업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됩니다. 천하의 명사가 대왕의 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조금이라도 공을 세워 한 뼘의 땅이라도 봉지로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 육국 제후의 후대에게 왕위를 내려준다면, 대왕께서 신하들에게 내려줄 봉지가 없으므로 그들은 자신의 조국을 찾아 떠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대왕을 따르겠습니까?”

유방은 장량의 말에 탁자에 있는 음식을 바닥에 내던지며 역이기를 욕하였다.

“무식한 유생 놈 하나 때문에 천하의 대사를 그르칠 뻔하다니. 당장에 역이기에 내린 육국의 인수를 거두어오라.”

훗날 한기漢紀를 쓴 순열筍悅은 역이기의 계책에 대해 이렇게 평하였다.

“처음 진승이 멸망한 육국을 회복하고자 하였을 때는 자기들의 동맹군을 튼튼하게 하고 강대한 진나라에 많은 적군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진승은 당시에 천하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므로 육국을 세웠으나 그 결과는 자신의 세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것을 두고 허명을 쫒아 실리를 놓쳤다고 하는 것이다. 한왕도 진승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자신의 세력을 떼주고 적에게 도움만 주는 어리석은 계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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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사람은 역사공부를 해야 한다. 헛된 명성을 탐하여 자신을 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바보짓은 동서고금에 흔하다. 가깝게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적을 이롭게 하는 계책이었다.

자신의 권력을 깎아 상대방에게 떼어 준 것이다. 노무현을 쳐다보며 한 국자의 궁물이라도 떨어지기 바라던 궁물세력을 벙찌게 만들었다.

안철수가 갑자기 노무현 흉내를 낸다. 자기를 희생하여 만인에게 이득을 주겠다는 거다. 노무현의 부산출마가 그렇다. 자기 한 사람이 손해를 보고 민주당에 큰 이득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 안철수 짓은 무엇인가? 민주당을 희생시켜 자기 대권을 튼튼히 하자는 꼼수가 아닌가? 진정성 없는 거짓쇼에 불과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통령 선거는 권력을 세우는 자가 먹는다. 대통령의 권력이 강해야 한 표의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권력을 깎아 대통령을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면 유권자의 표값이 깎이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민주세력의 딜레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다. 권력은 나누면 사라진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사라진 권력을 어떻게 국민에게 되돌려줄 것인가?

참으로 얼빠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 주려면 자신이 권력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진짜 민주주의는 재벌과 조중동과 강남의 부당한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은 재벌과 조중동과 강남을 압도할 힘을 가져야 한다.

힘 없는 대통령, 권력없는 대통령, 6국의 재벌들에게 권력을 나눠줘버린 바보대통령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선거하면 언제나 보수가 이기게 되어 있다.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시합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화를 통하여 국민과 권력을 나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축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 자체가 함정이다.

진보가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개혁이다. 진보의 강력한 개혁은 개혁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창출한다. 그러므로 모든 개혁에는 얼마간 독재의 요소가 있다.

전광석화같은 개혁으로 굵고 짧게 독재를 끝내는게 민주주의다. 푸틴처럼 길게 가므로 독재가 나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보수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력을 팔아 정권을 창출하고, 진보는 재벌의 부당한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정권을 창출한다.

어떻든 권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 권력은 공천권이기도 하고 인사권이기도 하고 투표권이기도 하다. 그것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제정신이 있다면 재벌, 조중동, 강남, 기득권의 가진 권력을 빼앗을 강력한 대통령, 힘있는 대통령, 힘있는 정당, 강력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

힘없는 대통령, 약한 대통령, 힘없는 정당으로 기득권 내려놓겠다는 미친 짓을 하는 역이기를 축출해야 한다. 송호창 역이기, 김한길 역이기, 시골의사 역이기 기타등등 정치에 정자도 모르는 유생들이 쫙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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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4-04-0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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