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의 죽음

우리는 ‘사람사는 세상’을 원했다. 바램은 꺾였고, 용산의 비극을 필두로 도처에서 사람이 죽어갔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면 자기 책임은 없다는 식의 무서운 말들이 태연하게 행해졌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확률로 보아야 한다. 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어난 모든 의사결정이 사고의 원인이다. 선장의 무리한 변침이 사고의 직접원인이라고 하지만, 선박의 구조적인 결함들도 보인다.

‘바닥짐ballast이 없는 배는 똑바로 항해를 못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과도한 변침만으로는 배가 자빠질 수 없다. 바닥짐이 배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름을 아끼려고 바닥짐을 뺀 것이 아닐까?

3층짜리 배를 5층으로 증축했다는 설도 있다. 증축한만큼 바닥짐을 더 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처음 배를 짓고 허가를 받을 때 공무원들에게 주는 뇌물은 이 바닥에 널리 알려져 있다.

조금만 기준을 위반하면 더 적은 기름을 쓰고 더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선장은 도망쳐야 한다. 승객의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 선사의 비리가 밝혀지는게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결함이 많다. 배가 기울었더라도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수단이 없었다. 출입문도 배가 기울어 하중이 실린 상태에서 안에서 열고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한다.

버스가 전복되었을 때는 비상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선박의 유리창도 비상시에 깨고 나올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대부분의 인원이 갑판보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갑판이 물과 가까워서 더 위험하게 생각된 것이다. 교사들도 영상 13도의 차가운 물에 학생들을 뛰어들게 할 수 없었기에 일단 실내에서 대기하게 하였다가 갑작스럽게 배가 기울자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선원들이 구명벌을 펼쳐주어야 했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 승선한 인원은 24시간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제도를 마련했어야 한다. 이 외에도 많은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20년전 서해페리호의 침몰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받은 것이 없다.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기준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더라도 헬멧을 쓰는 시대이다.

http://www.businessinsider.com/communication-charts-around-the-world-2014-3/ ?IR=T&=&tru=CbaUH#.UzbI6vldWQH

얼마전 페북에 나돌았던 글이다. 한국인의 의사결정 구조가 특이하다. 진실이 아닌 것을 대충 진실이라 믿기로 한다. 원칙대로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좋은게 좋다는 식이다. 터무니없는 낙관이다.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면 죽는다. 이명박 이후 모두가 거짓말의 대가로 되었다. 국정원부터 거짓말에 앞장섰다. 대통령은 거짓 공약을 발표해 놓고도 사과도 않는다. 국정원 범죄를 태연히 관행이라고 한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않는 나라에 희망은 없다. 답은 자명하다. 대한민국은 신용사회로 갈아타야 한다. 선장은 최초의 사고 이후 조타불능상태에서 한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왜 선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모두 파악되어 있다. 한국인은 원래 그렇게 한다. 한때 사실이었던 것은 한국인들에게 사실이다.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사실이다.

진실이라고 우길 1퍼센트의 꼬투리만 있으면 한국인들에게는 그게 진실이다. 그냥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에게는 사실이다. 무인기가 북한 소행으로 의심되면 곧 그게 사실이라는 식이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 대한민국은 태평양에 뜬 작은 배다. 거짓의 바다에 빠진 대한민국호는 위기다. 진실이라는 바닥짐이 필요하다. 진실은 힘이 있다. 기울어진 배도 다시 제 자리로 복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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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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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4-04-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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