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왜 모든게 잘 안 될까? 그들은 우리보다 500년 앞서 서구문물을 접했지만 그동안 달라진게 없다. 인도에서 아이큐가 서울대 평균 정도 되는 수재들만 모아도 한국인 숫자만큼 될텐데 말이다.
인도에도 도시가 있고 상류사회가 있고 그곳에는 천재들이 바글바글 모여들텐데 말이다. 그게 다 힌두교 때문이고 카스트 때문이다. 카스트는 깨끗함과 더러움을 차별하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인도인들은 외국인에게 수드라 계급을 준다. 더럽다는 말이다. 이 논리는 원래 기득권들이 좋아하는 논리다. 인도를 침략한 외국의 깡패들은 재빨리 인도의 깨끗하다/더럽다 논리를 자기것으로 한다.
◎ 인도인 – 너희 외국인은 더럽다.
◎ 침략자 – 어쭈! 너희가 더 더럽다는 것을 증명하마.
이러면서 인도문화에 동화되고 만다. 핵심은 모든 의사결정의 지연이다. 왜냐하면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화의식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정화하다가 시간 다 보낸다.
더러운 사람들과 손잡고 무슨 일을 할 수가 없다. 애초에 팀은 깨지고 마는 것이다. 왕자와 거지 대결로 알려진 인도 총선에서 노점상 출신의 나렌드라 모디가 네루.간디 집안의 라훌 간디를 이겼다.
거지가 왕자를 이겼다. 더러운 거지가 깨끗한 왕자보다 의사결정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결정속도가 경쟁력임을 인도인들도 간파하기 시작한 거다.
◎ 바보 김영삼 대 천재 김대중 – 동작은 바보가 더 빠르다.
◎ 서민 김대중 대 귀족 이회창 – 동작은 서민이 더 빠르다.
◎ 상고 노무현 대 설대 이회창 – 상고가 동작은 더 빠르다.
◎ 경리 이명박 대 방송 정동영 – 명박이 동작은 더 빠르다.
언제나 빠른 넘이 느린 넘을 이긴다. 서민 대 귀족의 구도로 가면 야당이 이기고, 기업 대 지식의 구도로 가면 여당이 이긴다. 정치는 언제나 빠른 넘이 이긴다. 문제는 박근혜다. 근혜는 느리다.
느린 박근혜가 선거국면에서는 갑자기 빠른 행보를 보여주었다. 천막당사, 새누리 창당, 이준석과 손수조 영입 등 몇몇 의사결정은 제법 동작이 빨랐다. 그런데 이 중 다수는 이명박의 작품이다.
문재인이 느려도 안철수보다는 빠르고 정몽준보다 빠르다. 더 빨라져야 한다.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간다. 박근혜 70퍼센트 찍었다. 왜 몰락했을까? 느렸기 때문이다.
선거국면에서 박근혜의 빠름들은 참모의 조언을 들었거나, 배후에서 조정하는 자의 치밀한 준비 덕분이다. 박근혜도 딱 하나는 빨랐다. 재빨리 TV 앞에 선 것이다.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은 빨랐다.
그게 다였다. 그건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느린 정동영도 카메라만 나타나면 동작이 빨라진다. 그건 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공주라서 행사는 잘 한다. 원래 공주가 하는 일이 그거니.
옷도 재빨리 갈아입고 화장도 빠르게 잘 한다. 그러나 언론 앞에서 하는 쇼 외에는 모든게 느렸다. 사실 아무 것도 안했다. 왜? 안해봤으니까. 박근혜가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딱 인도인 방식이다.
박근혜가 야당할 때는 한달에 하나 정도의 의사결정만 해도 된다. 강단이 있다는 것만 보여줘도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하루에 보고서 30개를 읽어야 한다. 강희제는 많을 때 하루 400건씩 처리했다.
대통령은 TV 앞에서 미소나 지으면 되고, 외국 정상과 악수나 하면 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다가 선거철 되면 갑자기 좀 설쳐주면 되고, 이렇게 생각한 거. 그 선거철이 무리수를 낳았다.
1년동안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놀다가 선거철 되자 갑자기 선거의 여왕으로 돌아와서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한 거다. 자기 부하 희생시키는 최악의 수법이다.
‘한국인 너희들 다들 공무원 싫어하지 않아?’ 이런 거다. 그러자 공무원들이 태업을 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속에 세월호는 가라앉았다. 공무원은 원래 졸라 갈궈야 일하는 집단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만큼 공무원을 자주 칭찬한 대통령은 없다. 두 분은 입만 열었다 하면 공무원을 칭찬했다. 왜? 그만큼 부려먹었기 때문이다. 백가지 일을 줬는데 댓가로 칭찬이 없을 수 있나?
대통령이 유능하면 공무원 많아도 괜찮다. 공무원은 시키면 한다. 안 시키면 안 한다. 공무원 탓 하는건 대장이 병사 탓하는 거다. 이순신과 원균은 같은 병사를 지휘했지만 다른 성적을 냈다.
똑같은 공무원이 노무현이 지휘할 땐 일을 잘했고 박근혜가 지휘할 땐 일을 안했다. 그럴 때는 장군을 바꿔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이순신을 자르고 원균을 임명한 임명권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프로야구팀만 해도 성적이 나쁘면 감독을 갈아치운다. 감독 바꾸면 성적 올라간다. 문제는 재벌구단주가 유능한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왜? 유능하니까. 그래서 프로야구판에 말이 많다.
박근혜 당선되자 ‘차라리 잘됐다. 대한민국은 한 번 폭싹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거다’ 하는 사람들 많았다. 지방선거 투표 안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인들 아직 정신 못차려서 더 망해야 한다고.
그 분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이 망하면 이웃이 죽는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차라리 잘됐다고 말할 것인가?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할 것 아닌가? 나이브한 생각 버리자.
남북전쟁에서 링컨은 북군이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도 지휘관을 계속 바꾸었다.맥클라렌에서 번사이드로, 후커로, 미드로, 그랜트로 계속 바꾸어서 마침내 이겼다. 남부는 그냥 리가 계속 싸웠다.
안되면 바꿔야 한다. 그랜트가 다른 장군들보다 유능한가? 아니다. 그랜트는 리와 남부의 맹장 스톤월이 없는 서부에서 손쉽게 이긴 거다. 중요한 것은 계속 바꾸다보면 손발이 맞아진다는 거다.
쉬지 않고 의사결정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 되면 갈아야 하고 갈아봤자 별 수 없으면 한 번 더 갈아야 한다. 이것 저것 다 해봐야 데이터가 누적되어 국민이 이건 안 되고 저건 되고 알아챈다.
투표를 해서 이기면 좋고 지면 데이터를 쌓는다. 투표해서 이기든가 아니면 지더라도 이기는 방법을 찾아내든가다. 어쨌든 우리에겐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이 있고 저쪽엔 지금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