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침팬지의 퇴행행동을 연상시키는 새누리 1인시위.. ‘박근혜님을’이라는 주어를 빼고 ‘도와주세요.’만 썼다. 유치한 꼼수.

침팬지 이야기는 여러번 했다. 늙은 수컷 침팬지의 퇴행행동에 대한 것이다. 젊은 수컷의 도전을 받아 챔피언 방어전에서 패배한 늙은 수컷 침팬지는 암컷들이 보는 앞에서 떼를 쓰며 바닥에 뒹구는데 그 행동은 어린이의 떼쓰기와 같다.

리더가 존엄을 팽개치고 떼를 쓰는 행동은 암컷들의 동정심을 바라는 것이다. 왜 암컷들이 편들어주지 않았느냐고 화를 낸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실패한다. 늙은 수컷의 떼쓰기를 보고 암컷들은 일제히 등을 돌린다. 왕좌의 교체다.

이를 인간의 도덕률로 보면 곤란하다. 어쨌든 침팬지는 인간이 아니니까. 젊은 수컷은 다르다. 싸움에 져도 떼쓰기 퇴행행동을 하지 않는다. 연부역강한 중년 챔피언 침팬지에게 도전했다가 실컷 두들겨맞은 젊은 수컷은 그 상황을 방관한 암컷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명씩 보복한다.

패배한 젊은 수컷은 늙은 챔피언의 눈을 피해 은밀히 암컷을 한명씩 때리는 것이다. 외곽을 빙빙 돌며 혼자 숨어다니다가 눈에 띄는 암컷을 때려준다. 이때 젊은 수컷의 못된 행동을 목격한 암컷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늙은 수컷의 편에 서서 못된 젊은 수컷을 퇴치할까? 아니다. 상호작용의 총량증대로 봐야 한다.

침팬지가 무슨 도덕을 알겠는가? 어쨌든 상호작용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폭력적이지만 어쨌든 스킨십을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젊은 수컷에게 시달린 암컷들은 젊은 수컷이 챔피언자리에 재도전을 할 때 그 젊은 수컷의 편을 든다. 암컷들이 젊은 수컷에게 당하고 있을때 늙은 수컷이 보호해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까.

이때 패배한 늙은 수컷의 떼쓰기 행동은 암컷들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늙은 침팬지의 뒹굴기 퇴행행동은 암컷을 때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한 물 간 것이다.

정답은? 집단을 긴장시키는 넘이 챔피언 된다. 무엇인가? 인간의 도덕률을 침팬지에게 적용하지 말라. 젊은 수컷이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집단을 긴장시켰다는데 유의하라. 집단을 긴장시켜 의사결정구조의 1을 도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침팬지 무리 전체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도록 긴장시킨 것이다. 최근 박원순 선거구호와 포스터를 보고 잘못된 전략이라고 시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모르는 소리다. 그들은 지난번 대선에서 박근혜에게 패한 문재인 캠프의 소극적인 선거전략을 떠올린 거다. 그때는 새정치 운운하며 문재인의 동선을 묶어버린 안철수의 견제에 스탭이 꼬인거다.

박근혜는 밝고 긍정적이고 힘찬 캠페인을 했는데 문재인은 소극적으로 했다. 그래서 졌다. 맞다. 그러나 박원순은 다르다. 중요한건 컨셉이다. 집단을 긴장시키기만 하면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든 그르든 당선된다.

활력있는 컨셉이든, 차분한 컨셉이든, 집단 전체를 하나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내는 자가 이긴다. 그 끈은 이명박이 써먹은 욕망의 끈일 수도 있고, 박근혜가 써먹은 복고주의 끈일수도 있고, 박원순이 쓰는 메시아적인 구원의 끈일 수도 있다. 젊은 침팬지가 쓰는 폭력의 끈일수도 있다. 박원순의 포스터는 기독교의 성화를 연상시킨다. BGM으로 가스펠 깔아줘야 할 분위기다. 임팩트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 분위기를 따라, 시대정신을 따라 컨셉은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임팩트가 있으면 차분한 전략이든, 활달한 전략이든, 난폭한 전략이든 상관없다. 도덕적으로 옳은 컨셉이 이기는게 아니고, 밝고 긍정적인 컨셉이면 이기는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임팩트가 있으면 이긴다.

젊은 수컷 침팬지의 난폭한 행동은 부도덕하지만 무리를 긴장시켰기 때문에 이기는 것이고, 늙은 수컷 침팬지의 떼쓰기 퇴행행동은 지금 새누리당이 하고 있는 박그네님(주어생략)을 도와주세요 1인시위와 같다. 무리를 긴장시키기는 커녕 웃음거리가 된다.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천막당사나 추미애의 삼보일배는 확실히 무리를 긴장시켰다. 야당입장이므로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가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의 몽골기병론도 한때 제법 무리를 긴장시켰다. 어떻든 무리를 긴장시키는 자가 이긴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전체를 묶어내면 이긴다. 반드시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를 예비해야 이긴다. 그러므로 같은 전술이라도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효과는 다르다.

늙은 수컷에게 도전했다가 실컷 얻어맞고 쫓겨난 젊은 수컷은 이를 갈며 무리 주변을 배회한다. 그리고 암컷을 만나면 때려준다. 중요한건 때렸다는 사실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다. 야당 입장이므로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가 있는 것이다. 젊은 수컷은 그렇게 한명씩 암컷을 포섭한다. 그런데 새누리는 여당이다.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가 없다. 완전히 잘못된 전략이다.

아침이 되면 침팬지들이 서열대로 광장에 나와 마운팅을 하는데 누구에게 먼저 인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젊은 수컷에게 두들겨 맞고 포섭된 주변부의 어린 암컷들부터 하나씩 젊은 수컷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

그러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되는 것이며, 이 뻔뻔한 방법으로 도전을 받은 늙은 수컷은 젊은 수컷에게 먼저 인사한 암컷을 때리거나 아니면 젊은 수컷을 무리에서 쫓아내야 한다. 정글의 공기는 험악해지고 긴장이 감돌게 된다.

중요한건 의사결정이다. 침팬지가 무슨 도덕을 알겠냐고. 암컷들은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마운팅으로 결정나는 다수결이 젊은 수컷에게로 향하면 늙은 수컷은 바로 응징 들어가야 한다. 이때 늙은 수컷이 힘에서 밀리면 데굴데굴 뒹굴며 서럽게 운다. 그리고 모든 암컷이 등을 돌린다.

그런데 늙은 수컷은 왜 이런 쓸데없는 퇴행행동을 할까? 백해무익한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한다. 암컷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약간이나마 무리를 긴장시키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발언권 있는 늙은 암컷 한 둘이 약간의 동정심을 표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의 역할은 집단 전체를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내는 것이며, 집단의 구성원 전체가 자기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며, 그것은 긴장시키는 것이다. 늙은 수컷의 떼쓰기는 고작 자기 자신을 긴장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어쨌든 침팬지 무리 입장에서는 그 퇴행행동이 신호탄이 되어 집단 차원의 확실한 의사결정이 된다.

존엄은 집단을 긴장시켜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어내는 것이다. 존엄을 얻은 자가 승리한다.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를 예비하는 자에게 존엄이 있다. 박원순의 포스터는 내부적으로 완결되어 있지 않다. 유권자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거기에 답해야 할 유권자의 퍼포먼스가 있다. 그러므로 집단을 긴장시킨다.

이 사진을 본 유권자들은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설마 수염을 깎겠지 하고 예상한다. 바로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다. 이것이 전략이다. 이 방법으로 유권자의 뇌를 자극하여 긴장시킨다. 박원순은 적어도 전략을 안다. 근데 사실 박원순은 요런 자질구레한 심리게임 연출한거 졸라리 많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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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4-06-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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