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백중으로 나왔지만 고전한건 안철수 김한길이고, 문재인과 박원순을 미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큰 승리다. 무엇보다 기울어진 선거판에서 치러지는 시합인데다, 대통령 바뀌고 첫 선거는 언제나 그렇듯이 여당이 먹는 판인데, 박근혜 지지율이 아직 높은데도(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명박이처럼 10퍼센트 찍었어야지.) 특히 서울에서 압승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통령 임기가 4년 남아서 중간평가는 아니고, 보통 집권 초반에 강하게 개혁드라이브를 거니까 첫 선거는 여당이 이긴다. 이번에도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스매싱을 때렸다. 세월호 때문에 오발탄 되었지만. 여당이 첫 선거 지면 그걸로 정권 끝이다. 바로 레임덕 들어간다. 그런데 그렇게 되었다. 우리가 이겨도 그냥 이긴게 아니고 차기 대선과 관련하여 아주 의미있게 이겼다.
4년전과 달라진건 제주와 인천을 잃고 서울, 세종, 대전을 가져온 것이다. 인천은 송영길도 세월호 비극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이 컸다. 인천 배가 가라앉았으면 인천시장을 갈아치우는게 맞다. 송영길은 영종도에 말도 안 되는 수십조짜리 신도시를 건설한다는둥 하며 안상수 흉내를 많이 냈다.
게다가 인천과 제주도는 중국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개발광풍이 남아있는 고장이다. 그러므로 짚어볼만한 것이 인천과 제주가 중국발 개발광풍 때문에 보수를 편들었다면 다른 곳은 개발시대가 끝났다는 거다. 우리가 시대의 흐름을 탔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긴 것이 맞다. 의미있는 승리다.
경기도를 진 것은 안타깝지만 공천이 좋지 않았다. 남경필이 조상대대로 수원의 빈촌에 터를 닦은 지역토호인데 김진표는 수원의 부촌에 산다. 뭔가 포지션이 어긋나 있다. 최문순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최문순은 영서사람이라 영동의 최흥집을 이긴 거다. 춘천과 강릉이 붙으면 원주가 캐스팅보트인데 감자 먹는 영서사람이 꼴에 쌀 먹는다고 유세 떠는 영동사람을 찍을 리 없다.
지방선거는 지역, 인물, 정당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경기도에서 남경필은 제주도의 원희룡과 마찬가지로 새누리 입장에서 좋은 카드다. 다음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으로 바꿔서 경기도를 한 번 밀어볼만 하다. 특히 우리가 충청을 싹쓸이한 것은 차기 대선과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가 있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박근혜의 무능을 알아본 것은 중요하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시켜 보자. 나는 특히 초중학교때 좋은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 교사가 나쁜 정도가 아니라 저 정도면 또라이가 아니냐 싶은 경우도 있었다. 담임은 아니었지만 운동장에서 자기 신발을 벗어 아무 잘못도 없는 초등학생을 미친 듯이 구타하는 광경을 본 적도 있다. 폭력선생의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요즘이라면 경찰 불러야 할 판. 게다가 그 교사는 여학생 여러 명을 한꺼번에 패서 울린 적도 있다. 자기 반 학생도 아닌데 말이다. 내 주먹이 운다는 느낌. 김흥국 콧수염을 달고 있는게 생긴것부터 그냥 조폭이었다.
1학년때 담임에게 뺨맞은 사건의 상처는 아직도 각인되어 있다. 어떤 이유로도 교사가 어린이를 구타하면 안 된다. 초딩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게 잘못임을 납득하지 못한다. 그냥 선생이 우리편이 아니고 적인가봐 하고 동물적 본능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교사의 능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눈빛으로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동물적 직감이 있기 때문에 교사가 또라이인지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교사가 또라이라고 판단해 버리면 그 순간부터 삐딱선을 타는 거다. ‘내가 선생보다 더 똑똑한데?’ 이 생각이 어린 나를 비뚤어지게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실험 때 선생님이 틀렸다고 믿은게 구조론을 연구한 계기다.
뭐야? 선생이 나보다 모르잖아. 선생이 틀렸음을 입증하겠어. 이런 거. 선생이 우습게 보이면 말을 안 듣는다. 교육은 이미 망한 거다. 학생들끼리 경쟁시키는 즉 선생이 우습게 보이기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보자.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방법은? 석유가 터지는 거다.
교육은 석유와 같다. 석유를 맘껏 나눠주듯이 교육은 공공도서관에서 지식을 맘껏 나눠주는 거다. 위키백과사전처럼 수업료도 안 내고 맘껏 가져가는 것이 교육이다. 석유가 터졌는데도 경쟁을 시켜서 이기는 넘에게만 기름을 주겠다면? 석유가 터졌는데도 거지 된 나이지리아 되는 거다.
경쟁교육이냐 혁신교육이냐는 석유가 터졌는데 기름을 나눠주느냐 알아서 챙겨가느냐다. 석유가 터지면 사회주의로 가는게 맞고, 인터넷이 터지면 무료로 가는게 맞고, 교육이 터지면 혁신교육으로 가는게 맞다. 석유를 무료로 나눠주지 않으면 그것은 석유가 안 터진 것이며, 교육이 안 터진 것이며, 그 경우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것이며, 초딩때의 필자처럼 교사를 우습게 알게 되는 거다. 교육은 할머니가 손주에게 사탕 나눠주듯이 막 나눠줘야 시스템이 돌아간다.
교육감 선거를 보면 보수남인의 한계를 볼 수 있다. 노론은 진보라서 단결해 있으므로 조선의 왕들은 남인에게 권력을 줘서 견제하려 했지만, 남인은 보수꼴통이라 단결이 안 된다. 모르는 사람들이 노론을 보수라고 하는데 이건 세도정치로 당쟁이 망한 이후의 조선 말기를 잘못 갖다대는 거다.
이데올로기를 봐야 한다. 노론이 차별을 반대하는 진보이고 남인은 차별을 주장하는 보수다. 남인은 영남남인이나 호남남인이나 충청남인이나 간에 단결이 안 된다. 보수후보들이 단일화 못하듯이 안 되는 거다. 같은 차별주의자들끼리 모여서 서로 차별하는데 단결이 되겠나?
강원도만 해도 영동과 영서가 입장이 다른데 호남선비와 영남선비가 뜻이 맞겠는가? 풍류가 발달한 호남유림이 보기에 영남선비들은 시조도 모르고 그림도 모르고 도통 아는게 없어서 대화가 안 되는 거다. 반대로 영남유림이 보기에 호남선비는 상것들이나 하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는게 양반이 아니고 상놈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남인은 당연히 분열한다. 정권을 줘놔도 뺏긴다.
흔히 보수는 단결하고 진보는 분열한다고 하지만, 교육감은 보수가 분열하고 진보가 단결한다. 왜인가? 일대일의 법칙 때문이다. 보수는 진관체제이고 진보는 제승방략이다. 작은 싸움은 진관체제가 이기고, 큰 싸움은 주코프의 전술이 이긴다. 진보는 큰 규모의 일대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큰 승부를 하면 주코프가 이기듯이 진보가 이긴다. 모택동은 장개석을 이겼고, 보응엔지압은 프랑스를 이겼고, 주코프는 만슈타인을 이겼다. 전쟁은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항상 이겼다. 전쟁은 사생결단하는 큰승부이기 때문이다. 큰 승부는 이기는 공식이 있다. 실패한 제승방략이라도 아는 사람이 제대로 하면 이긴다는 말이다. 중국 땅이 넓고 러시아 땅이 넓으니까, 프랑스에서 베트남까지 거리가 머니까 큰승부의 법칙이 작동해서 진보의 방법이 먹힌다는 거다.
모르는 사람들이 박원순 포스터가 잘못됐다고 하는데 엄청난 착오다. 진보의 문제는 모르는 넘들이 주제에 아는척 하는데 있다. 박원순 포스터는 압승한 결과에서 보듯이 아주 잘 만든 거다. 엄청난 종교적 임팩트가 있다.
큰 데서 승부가 난다. 가장 어리석은 착각은 나경원이 피부과 때문에 졌다거나 이회창이 아들 병역 때문에 졌다는 착각이다. 정몽준이 이 착각에 빠져서 농약급식 타령을 일삼다가 제대로 깨졌다. 이 새뀌는 변희재 자문을 받아서 선거운동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경원이 패배한 이유는 박근혜보다 잘생겼기 때문이고 이회창이 패배한 이유는 경상도 성골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는 큰 데서 승부가 나는데 작은 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작은건 입증하기 쉽기 때문이다. 작은건 바람을 쉽게 일으키지만 곧 역풍이 있고, 또 역풍의 역풍이 있으므로 착시현상을 유발할 뿐 큰 효과 없다.
대통령 선거를 해도 부통령은 대통령과 대칭관계에 있는 사람을 뽑는다. 젊은 노무현과 노장고건으로 합을 맞추듯이 말이다. 나경원은 박근혜와 포지션이 겹쳐서 팀이 깨진 이유로 망한 거다. 박근혜라면 오세훈이나 남경필같은 젊은 남자가 합이 맞다. 오세훈은 제 분에 못 이겨 대권 노리고 오바하다가 자멸한거고.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가 우리가 승리한 선거인 이유는 중국붐을 탄 제주와 인천을 빼고 개발광풍이 끝났다는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의식이 족하면 예절을 안다고 개발시대냐 예절시대냐에서 예절시대로 역사의 바람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바람을 탄 쪽에서 계속 이기는 거다. 물론 기울어진 축구장 상황은 북한이 존재하는한 그대로이므로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승기는 잡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