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패는 바꿔야 한다**

진화는 계에 에너지 투입이 증대하는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일어난다. 에너지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주변부로 전파되며 계 내부를 균일하게 한다. 그러나 더 이상 에너지가 진행할 수 없는 말단부에서 에너지가 비축되므로 필연적으로 조직 내부에 국소적인 불균일이 발생한다. 이는 엔트로피의 법칙을 위반하는 듯 한 착시를 일으킨다. 거대조직은 핫스팟이 잘 형성되지 않으므로 역시 착각을 일으킨다. 인간의 많은 오판은 이 때문에 일어난다.

말단부의 불균일은 계 안에서 또다른 계를 만들 때까지 에너지를 비축하여 핫스팟을 이룬다. 핫스팟은 에너지의 진행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끊임없는 돌파를 시도하므로 계를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 예민한 상태로 만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계를 붕괴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최적화 된 구조에서 잘 관찰된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거대조직은 피드백이 발달하지 않아 조직이 긴장하지 않으므로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한다.

봉건국가에 신문명이라는 에너지가 들어오면 그 에너지는 남녀대결이든, 지역대결이든, 노소대결이든, 학력대결이든 어떤 대칭구도가 만들어지는 때까지 말단부에 비축되어 핫스팟을 이룬다. 핫스팟은 일시적인 엔트로피 감소를 이루었다가 어느 순간에 대칭을 붕괴시키며 커다란 이안류를 형성한다. 이때 핫스팟이 에너지를 비축하므로 변화는 생각보다 더디게 오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핫스팟이 붕괴되면서 만들어내는 커다란 이안류는 변화가 실제보다 빠르게 일어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인간의 오판은 필연적이며 첫 번째 패는 일단 바꾸는 게 맞다. 이는 확률에 대한 베이즈주의 이론과 같다.

모든 변화는 계 내부에 대칭을 이루고 다시 그 대칭을 깨는 ‘대칭≫비대칭’의 형태로 일어난다. 말단부의 피드백이 상부구조의 대칭을 깨는 힘을 모을 때까지 에너지가 비축되며 이때 조직은 스트레스를 받아 예민한 상태가 된다. 1987년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2014년 세월호의 풍경이기도 하다.

핫스팟이 이안류를 일으켜 분출한 에너지는 일단 잦아들었다가 주변부에 또다른 핫스팟을 형성하고 다시 붕괴되기를 반복하며 변화의 맥놀이를 이어간다. 그러므로 조직은 사선형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발전한다. 이에 젊은이의 희망과 낙담이 교차한다. 그럴수록 오판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진화는 지속적인 외부 에너지의 유입에 의해 일어나고, 외부에서 유입된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조직 내부를 불균일하게 하며, 사회의 모든 변혁은 그 불균일을 메꾸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변방에서 또다른 맥놀이를 일으키며 계는 다시 불균일해진다. 에너지는 처음 중앙에서 변방으로 전파되며, 변방에서 핫스팟을 이루었다가 이안류를 형성하여 중앙을 친다. 그러므로 모든 변화는 변방에서 소리 없이 온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이러한 자연의 진화원리와 연동되어야 한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이는 생물의 진화 뿐 아니라 물질의 진화나, 우주의 탄생, 자본의 팽창, 정당의 발전 할 것 없이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보편법칙이다.

◎ 진화를 추동하는 힘은 계 바깥에서 유입되는 에너지다.

◎ 에너지 유입은 토대를 균일하게 하는 쪽으로 압박을 가한다.

◎ 말단부에서 에너지가 비축되므로 국소적인 불균일이 일어난다.

◎ 계에 불균일이 포착되면 그 불균일을 메꾸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 빈부격차로 계 내부가 불균일하면 조직 내부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 예민한 상태는 작은 변화도 큰 파급력을 가지므로 기어이 일은 터진다.

◎ 예측은 확률 변수와 함께 이러한 파급력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 근대의 한 시기에 서구가 더 많은 핫스팟을 가지고 예민한 상태였다.

◎ 발견과 발명, 신종의 출현은 국부적으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

◎ 엔트로피 감소는 계에 스트레스를 증대하여 예민하게 만든다.

◎ 복원력에 의한 엔트로피 증대가 진화를 추동하는 에너지다.

◎ 인류 전체의 균일화 압력이 문명이 진보하는 본질이다.

◎ 자연계의 모든 변화는 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변혁의 에너지가 쉽게 주변부로 파급되고 또 중앙으로 피드백될 수 있도록 조직은 요소요소에 많은 핫스팟을 가져야 한다. 변방의 작은 목소리가 중앙에 전달되도록 조직 내부를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에 문화와 예술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크다.

drkim's profile image

drkim

2014-09-25 17:56

Read more posts by thi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