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어디에서 나는가? 무조건 집단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도록 대오를 조직하는 쪽이 이긴다. 즉 자기편이 어디에 있는지 눈으로 잘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쪽이 이기는 것이다. 움직이는 쪽이 자기편을 잘 볼 수 있다. 움직이면 흐름이 생기고, 흐름을 타면 자기편의 진군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술의 요체는 적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데 있다.
포위전에서는 포위한 쪽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므로 움직이기가 쉽다. 그러므로 포위하면 이긴다. 중요한 것은 집단의 치고나가는 방향성이다. 포위한 군대는 전체가 가운데 구심점이 되는 가운데 한 방향을 바라보므로 방향성이 있다. 병사들 서로간의 의사결정 관계가 긴밀해진다. 반면 포위된 군대는 모여 있으므로 긴밀한것처럼 보이지만 의사결정으로는 흩어져 있다.
포위된 군대는 모든 병사가 360도로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부대는 깨져 있다. 병사가 좌우의 자기편 병사를 보지 못하면 곧바로 대오가 붕괴된다. 대장을 눈으로 볼 수 없으므로 대장의 지시를 전달받을 수 없다. 알렉산더는 항상 선두에 섰다. 병사들이 모두 자기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A는 동료보다 반보 앞으로 돌출해 있고, B는 동료보다 반보 뒤로 물러나 있다. 포위된 군대는 동료가 자신의 시야각 밖에 있으므로 불안해진다. 동료를 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친다. 반면 포위한 군대는 모든 병사가 좌우에 있는 동료병사보다 반보 뒤로 물러나 있으므로 자기편을 잘 볼수 있어서 안심한다. 동료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조금씩 전진하게 된다.
그런데 수만명의 대군이 평원에서 회전을 벌인다면 커브의 곡률이 낮으므로 포위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밀고 당기다 보면 커브의 곡률이 높은 돌출부는 반드시 생겨날 수 밖에 없고 그곳부터 뚫리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전군이 붕괴되고 만다. 반대로 포위한 군대는 설사 돌출부가 생겼다 해도 뒷걸음질을 치다보면 저절로 돌출부가 메꿔진다.
밀고당기는 전투가 일어나면 포위된 쪽은 불리한 돌출부를 없애기 위해 뒷걸음질을 하므로 원의 반경이 좁혀져서 더욱 돌출부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뒷걸음질을 하다가 가운데 밀집하면 동료들 사이에 몸이 끼어서 운신할 수 없으므로 전투불능이 된다. 포위한 군대는 이를 노리고 더욱 포위망을 좁혀온다. 그러므로 승패는 포위된 시점에 이미 정해져 있다.
전쟁의 기본은 2 대 1 공격으로 숫적 우위를 이룬 상태에서 상대방의 돌출부를 잘라먹는 것이다. 그런데 포위된 쪽은 몇 명이 가운데 끼어 있으므로 숫자가 모자라 2 대 1의 숫적우위를 만들 수 없다. 기병으로 몰이를 하면 적이 뒷걸음질을 하다가 뾰족한 돌출부를 만들게 되는데 그 돌출부를 잘라먹으면 된다. 포위를 통한 숫적 우위 방법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집단이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조직할 때 승리할 수 있다. 2대 1을 만들면 무조건 이긴다. 그런데 그 2는 의사결정의 2라야 한다. 의사결정하려면 눈에 보여야 한다. 자기편이 눈에 보이고 대장이 눈에 보여야 한다. 움직이면 자기편이 보인다. 흐름을 만들면 자기편이 보인다. 적을 포위하면 자기편이 보인다. 정치판도 그러하다.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안 보여서 지는 거다.
추가
외형을 보지 말고 의사결정관계로 보라. 언제든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는 구조, 의사결정과 명령전달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면 이긴다. 강으로도 이기고 유로도 이긴다. 돌파로도 이기고 포위로도 이긴다. 흩어졌다 모이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몽골기병과 같다. 하나의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그 상황에 맞는 작전을 도출해낸다. 어떻게? 우리는 동서남북 네 방향을 알지만 수렴방향과 확산방향을 모른다. 평면의 방향을 알지만 입체의 방향을 모른다. 몽골군은 대장이 신호용의 명적을 쏘면 모든 병사가 그 신호용 화살이 날아가는 한 방향으로 일제히 쏜다. 가운데를 빵 때려놓고 일거에 덥친다. 적의 대오는 단번에 붕괴되고 만다. 동서남북 말고도 가속도와 기세에 의해 이루어진 또다른 방향이 있는 것이다. 에너지의 방향성에 진정한 답이 있다. 서구는 대칭을 모르므로 한계가 있다. 대칭을 아는 동양이 그 대칭을 제어하는 에너지의 방향을 알면 완벽하다.
정치든 경제든 그러하다.대개 지도자의 어떤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라 지도자가 확실한 에너지의 방향성을 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에너지의 방향은 포위전과 같이 변에서 중앙으로 치고들어올 때 성립한다.혹은 돌파전과 같이 치고나가는 기세를 이룰 때 얻어진다.정치인이 중도파로 시작하면 반드시 실패한다.중도는 양쪽에 포위되어 의사결정에 실패하기 때문이다.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다.포위전과 같이 동료와 한 방향을 보게 해야 한다.에너지의 방향성이 드러나는 의사결정구조를 만들면 중도파는 자연히 따라온다.반대로 중도파의 비위에 맞춰주면 중도파는’쟤 대가 약하군!깡다구가 없어.’하고 등을 돌린다.중도파는 환상이다.중도파는 정치적으로 중간이 아니라 좌우 어느 쪽이든 확실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는 쪽에 붙는 사람들이다.포위전이든 돌파전이든 병력 전체가 한 방향을 보게 의사결정구조를 만들면 거기에 붙는 집단이 중도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