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어떤 상태는 정, 정의 변화는 동, 동의 대칭은 동의 정, 그 대칭의 소실점을 움직이면 동의 동이다. 이때 소실점을 움직이면 자연히 균형이 맞아버리는 원리가 있다. 즉 어떤 두 집단이 대립하고 있는데 대개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신랑측 집안과 신부측 집안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다. 그게 저절로 맞을 확률은 시계 바늘 둘이 우연히 일치할 확률만큼 작다. 그러므로 조직은 깨진다. 그러나 그 접점을 살짝 이동시키면 균형이 맞아버린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다면 그 접점인 한국이 슬쩍 움직여줘서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때 약간만 움직여줘도 큰 효과가 일어난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위나라 군대와 손권의 오나라 군대는 병력수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그때 유비가 끼어들어 2만의 적은 군세로 손권편을 들었을 뿐인데 균형이 맞아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닥 했을 뿐인데 천하가 요동친다.

이 방법으로 힘들이지 않고 조직을 컨트롤할 수 있다. 그것이 동적균형이다. 동적균형은 소실점을 움직여서 끌어낸다. 소실점은 움직이는 유체의 기세, 치고나가는 방향성이다. 그 방향을 슬쩍 틀어주기만 해도 대군이 격파되고 천하가 안정된다. 유시민의 개혁당이 불과 2만의 급조된 당원으로 정몽준의 꿈을 박살낸 것과 같다. 정몽준으로 향하던 기세를 딴죽걸기로 슬쩍 틀어준 것이다.

동적균형을 이해하는 핵심은 위 순서가 반대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정≫동≫동의 정≫동의 동이 아니라 그 반대 순서다. 가만있는 정을 움직여서 동으로 만들 수 없다. 마이너스 원리에 따라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밖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이 아니라 팀이 답이다.

국가 안에는 답이 없고 외교에 답이 있다. 진보가 오류에 빠진 것이 이 때문이다. 풀뿌리로 당원을 모아 어떻게 해보려는건 미친 짓이다. 그리스의 시리자는 순식간에 정권을 잡았다. 바깥에서의 충격을 이용한 것이다. 통진당이나 정의당이 어떻게 해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신세라서 실패다. 물고기가 원하는 물은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외부로 뻗어나갈 생각이 없는 진보는 실패한다. 드물게 외부에서의 결정적인 타격이 올때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는 수도 있는데 이는 나무에서 감홍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러시아 혁명도 일본군의 침략이라는 외부타격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의 공산화도 마찬가지다. 행운은 자주 오지 않는다.

IMF라는 외부에서의 타격, 인터넷이라는 타격이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을 도운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역시 외부에 알려진 김대중의 명성, 외부에 나가본 적이 있는 김어준의 자신감으로 가능했다. 고립된 내부에서는 절대 답이 없다. 물론 이 초기세팅 단계를 지났다면 내부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꿰어야 할 첫 번째 단추는 무조건 외부에서 온다. 두 번째 단추부터는 내부에서의 준비가 쓰인다.

대개 일이 이루어지는 절차는 외부타격과 내부호응이 맞아떨어졌을 때입니다. 그런데 외부타격은 일단 나쁜 소식이라는 전제가 깔립니다. IMF는 나쁜 소식이고 인터넷은 좋은 소식인데 무조건 나쁘다고 전제하는 겁니다. 실제 역사의 많은 혁명들은 외부에서의 나쁜 소식에 의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외부는 나쁘다고 선언하고 반미, 반일, 반북, 반중, 반러를 외치다가 정작 외부에서의 결정적인 소식이 왔을 때는 그 외부와의 라인이 끊어져서 레닌 없는 스탈린으로 몰락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레닌처럼 외부로 나갔다가 들어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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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5-02-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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