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보편성과 일반성
일반적으로는 보편성이나 일반성이나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 말이 그 말이다. 구조론에서 이를 구분하는 이유는 진리를 추적하는데 써먹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필자가 지금 이걸로 잘 써먹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성과 일반성에 대한 확실한 감각을 갖고 있으면 1초만에 진위판단을 할 수 있다.
간단히 사건이냐 사물이냐다. 사건은 다른 배경으로 출발해도 점차 패턴이 같아지고, 사물은 같이 출발해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사건은 일을 벌이는 주체가 있고 사물은 그 주체가 없다. 사건이 보편성이라면 사물은 일반성이다. 사건의 보편성은 주체의 것이며, 사물의 일반성은 자체의 것이다.
◎ 보편성 – 출발점이 다르지만 도착점은 같다.
◎ 일반성 – 외양이 다르지만 그 출발점이 같다.
보편성은 다르게 출발하나 점차 같아지고, 일반성은 출발점이 같으나 점차 달라진다. 보편성은 갈수록 비슷해지고 일반성은 갈수록 달라진다. 보편성은 그 구조의 뼈대를 보고 일반성은 그 사물의 외양을 본다. 뼈를 보느냐 살을 보느냐다. 구조론은 뼈를 보는 것이다. 사건의 보편성을 찾는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사람처럼 말을 할 것이고, 또 정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외계인이 사람처럼 말을 한다는 증거가 어딨어? 외계에 무슨 정부가 있지? 뻔하다. 외계인이 말을 못하고 정부가 없다면 팀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팀은 개인보다 강하다.
팀플레이가 안 되는 약한 외계인이 지구까지 건너올 능력은 없을 것이므로, 인간과 만날 수 있는 외계인은 일단 강하다고 전제해야 한다. 강하다면 당연히 팀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이게 보편성이다. 외계인과 지구인은 보편성에서 같다.
일반성은 다르다. 뿌리가 같은 것이 일반성이다. 한 뿌리에서 갈라진 갈라파고스의 핀치새가 여러 형태로 부리모양을 다르게 한 것은 서식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핀치새 부리모양의 다양성에서 100만년 전 최초의 핀치새가 갈라파고스에 상륙했을 때 그 족보의 같음을 찾는 것이 일반성이다.
질은 결합한다. 보편성은 질의 성질이므로 결합해야 하고 결합하려면 같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같지 않으면 결합을 못한다. 서로 출신지역이 다르고, 계급이 다르고, 학벌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고, 소득이 다른 두 남녀가 결합했다면 그들 사이에 뭔가 통하는게 있는 거다. 그게 보편성이다.
보편성은 다른 것을 같게 한다. 일반성은 반대다. 원래 같았는데 자라면서 점차 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공통점이 남아있는 것이 일반성이다.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가 각국으로 흩어지되 미국에 살면 치즈를 좋아하고 한국에 살면 김치를 좋아하게 된다. 이는 다양성이다. 뿌리가 같으면 일반성이다.
◎ 보편성 – 전혀 다른 배경의 두 남녀가 방해자를 극복하고 결합한다.
◎ 일반성 – 겉보기로는 매우 달라보이지만 둘은 출신지가 같다.
◎ 보편성 – 원래 다르나 의사결정원리에 의해 같아진다.
◎ 일반성 – 원래 같으나 환경의 차이에 의해 달라진다.
보편성의 반대는 특수성이고 일반성의 반대는 다양성이다. 특수성은 앞으로 같아지게 되어 있지만 아직 같아지지 않았다. 여기서 보편성은 공간개념이고 일반성은 시간개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보편성은 일단 다르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같은 점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속성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는 있어도 지나친 보편화의 오류는 없다. 그런 말은 언어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보편은 다르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므로 같다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성은 같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므로 다른 것을 같다고 우기면 오류다.
중요한건 보편성이 먼저고, 일반성이 다음이라는 점이다. 보편성이 상부구조 일반성은 하부구조다. 보편성은 마음을 보고 일반성은 몸을 본다. 바둑도 초반에는 이곳에 두거나 저곳에 두거나 분명히 다른데 본질은 같다. 가장 유리한 위치에 둔다면 보편성이다. 근데 후반으로 가면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데나 둘 수 없다. 그럴 자리가 없다. 어디에 놓든 몸통에 연결된다. 거기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상황이 자의에 반해 강제된다. 색을 다르게 칠해도 덧칠을 하다보면 점점 검게 되어버리듯이 의도대로 안 된다. 보편성은 맥락을 따라가고 일반성은 의미를 따라간다. 맥락이 의미보다 윗길이다.
맥락은 사건 안에서 위치를 추적하고 의미는 주어와 동사 사이에서 추적한다. 맥락으로 보면 문재인의 여론조사 주장은 이완구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국민여론에 대한 주의환기다. 자신이 국민을 존중한다는 어필이다. 의미로 보면 뜬금없이 돌출행동이다. 문재인의 자충수로 볼 수 있다.
맥락으로 봐야 정확한 사태파악이 가능하고 의미로 보면 말꼬리잡기가 된다. 미터법과 파운드법은 다르지만 의도가 같다. 보편성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한 점에서 만난다. 어느 방향으로 절을 해도 메카방향이 된다. 이건 일반성이다.
◎ 보편성/특수성 대 일반성/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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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사건 : 구체적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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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구조 해당 : 하부구조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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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추적 : 시간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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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따름 : 의미를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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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아니다 판단 : 있다/없다 판단
보편성은 추상적이고 일반성은 구체적이다. 보편성은 ‘이다/아니다’로 판단한다. 백인과 흑인은 보편적으로 사람이다.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보편적으로 사람이 아니다로 판단한다. 일반성은 ‘있다/없다’로 판단한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꼬리가 없다. 원숭이는 일반적으로 꼬리가 있다. 전체냐 부분이냐다.
보편은 전체를 보고 일반은 부분을 본다. 진리는 보편성의 모습으로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입시키면 일반성으로 나타난다. 그 일반성은 환경 안에서 다시 다양성으로 덧칠된다. 진리는 보편에서 일반으로 가지만 인간의 인식은 반대로 일반에서 보편으로 간다. 먼저 다양한 단서를 찾는다.
다양성이 먼저 포착된다. 거기서 추려서 일반성을 획득한다. 그 일반성에서 다시 보편성을 찾는다. 특수성을 벗겨내면 보편성이 보인다. 살인사건이 있다고 치자. 칼로 찔렀느냐 총으로 쏘았느냐는 다양하다. 다양성에서 일반성을 확보한다. 돈이 목적이라면 일반성이다.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
◎ 다양성 – 칼이나 총으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다.
◎ 일반성 – 돈이라는 하나의 일반적인 목적을 가진다.
◎ 특수성 – IMF나 이명박정권이라는 특수성이 범죄의 배경이다.
◎ 보편성 – 나쁜 정치가 인간을 망친다는 보편성이 찾을 진리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IMF 같은 사태가 일어나면 이혼이 증가한다든가 하는 사회현상이 있다. 뉴욕 지하철의 낙서를 지웠더니 범죄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건 범인을 검거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보편성으로 올라가야 진짜 해결은 가능하다.
그러려면 먼저 특수성을 찾아야 한다. IMF 때문에 범죄가 증가했다거나 이명박정권이 들어서자 사기꾼이 늘어났다면 그건 특수성이다. 여기서 찾아야 할 보편성은 나라가 흔들리거나 대통령이 멍청하면 범죄가 늘어난다는 보편성이다. 다양성에서 일반성을 추리는 방법으로 범인을 잡는다.
◎ 다양성은 다양한 범죄의 유형을 포착한다.
◎ 일반성은 거기서 하나의 범죄목적을 추출한다.
◎ 특수성은 하나의 시대적 배경을 포착한다.
◎ 보편성은 거기서 인간의 본질을 추출한다.
특수성에서 보편성을 찾는 방법으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다. 일반성은 하부구조를 해결하고 보편성은 상부구조를 해결한다. 보통은 무슨 일이 있으면 범죄자 개인을 비난한다. 이는 일반성 해법이다. 조현아를 징역 10년을 때리자는 식이다. 보편성은 세습문화를 비판한다. 세습이 재벌 뿐인가?
일본 정치인의 세습, 중국 지도부의 세습, 북한 통치자의 세습, 남한 대통령의 세습에 재벌세습이 묻어가는 것이다. 세습은 민주주의 미성숙의 증거다. 총체적 역량부족이며 고도성장시대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증거다. 개발시대는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추구해서 세습이 등장한다.
개발시대가 끝나면 창의시대가 열린다. 성숙한 비판문화가 상품의 질을 끌어올린다. ‘그런 제품은 나도 만들 수 있다’는 모방수준에서 벗어나 패션트렌드를 선도한다.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후진국을 엿먹일 작정을 하고, 창의자가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여 트렌드를 바꿔버린다는 단계다.
세습을 끝내야 이 단계가 된다. 보편자 다음에 일반자가 있다. 일반자는 보편자 안에서만 호흡할 수 있다. 보편자와 일반자를 안다면 나침반으로 삼아 무엇이든 척척박사로 풀어낼 수 있다. 판단하는데 2초가 걸릴 이유가 없다. 그냥 척 보고 아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풀어낼 단계까지 훈련해야 한다.
보편성 (普遍性)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통하는 성질.
일반성 (一般性) 전체에 두루 해당하는 성질.
국어사전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구조론으로는 차이가 있다. 보통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일반성을 찾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구조론을 배웠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땅콩회항이 일어나면 조현아 나쁘다고 비난할게 아니라 이게 다 세습문화 때문이다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보편성 훈련으로 도달할 수 있다.
보편성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의도를 가지고 남보다 한 단계를 더 보는 거죠. 피래미에 불과한 조현아 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지식인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가서 정치권과 기업에 광범위한 세습문화를 지적해야 합니다. 다양성/일반성, 특수성/보편성의 나침반으로 거의 감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건이든 일단 눈에 보이는 증거로부터 추론이 시작되므로 다양성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일반성으로 나아가지요. 거기서 결론을 내리는게 보통인데 의도를 가지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