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가는 조직
뉴턴은 자연이 하나의 통합적 존재임을 규명했다. 그것은 첫째 인간 입장에서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며, 둘째 그러므로 인간이 자연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통제가능성이다. 뉴턴 덕분에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자연이 통합적 존재이므로 그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도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자연을 통제하려면 말이다. 자연은 만유인력에 의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뉴턴 3법칙과 같은 보편원리에 의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인간사회도 만유인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 3법칙도 존재해야 한다.
만유인력이 자연의 의사결정원리라면 인간의 의사결정원리는 존엄이다. 존엄은 인간이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에 서려고 하는 행동원리다.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에서 소외될 때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정해진다. 반대로 만인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서서 존엄을 얻을 때 편안해진다. 아기는 엄마의 지켜보는 시선 안에서 편안해지고 연기자는 팬들의 지켜보는 시선 안에서 편안해진다.
인간은 가족과 부족, 종교, 국가의 방법으로 통합을 꾀한다. 거러나 축이 내부에 있으면 외부에 대해서는 등을 돌리게 되므로 이 방법은 제한적인 성공에 그치게 된다. 작게 통합할수록 크게 분열하게 된다.
가족, 부족, 종교, 국가의 일시적인 성공에 고무된 사람들은 ‘늑대가 나타났다.’, ‘종북이가 나타났다.’, ‘동성애자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차별주의 방법으로 집단의 적을 생산하며, 그 적과의 대칭구도를 통해서 내부적인 결속을 꾀하는 통합의 전술을 쓴다. 이 방법을 쓰면 집단을 분열시키는 나쁜 사람이 리더가 된다.
가족주의로 가면 할배가 짱 먹고, 부족주의로 가면 깡패가 짱 먹고, 종교주의로 가면 광신도가 짱 먹고, 국가주의로 가면 독재자가 짱 먹는다. 이 방법들은 집단을 외부로부터의 타격에 취약하게 하므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타격이 없는 고립된 지역에서는 성공한다. 그러므로 사이비 집단들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깊은 산골이나 격리된 오지로 이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축을 앞에 두고 집단이 한 방향으로 전진할 때 인간은 자연히 통합을 유지한다. 이 상황에서는 억압적인 방법으로 통합을 꾀할 필요가 없다. 이때 적은 존재하지 않으며 집단 중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리더가 된다. 이 방법은 진리, 학문, 교육의 방법이다. 이 방법에 주목한 최초의 사람은 공자다.
뉴턴의 3법칙은 모두 자연의 운동을 설명한다. 자연은 운동할 때 힘의 통합을 거친다. 인간사회가 한 방향으로 전진할 때 통합되듯이 자연도 한 방향으로 전진할 때 통합된다. 지구가 둥근 이유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둥근 이유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하는 것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통합된다.
인간 역시 운동할 때 통합을 유지한다. 반대로 인간사회의 모든 차별주의는 그 운동을 정지시킨다. 가족주의, 부족주의, 종교주의, 국가주의는 일정한 시점에 인간사회의 진보와 발달을 정지시킨다. 모든 정지한 것은 사회를 분열시킨다. 달리는 버스가 갑자기 정지하면 승객들이 넘어지는 것과 같다.
정지한 존재는 내부의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하는 존재는 외부의 에너지를 쓰므로 분열되지 않는다. 정지한 것은 닫혀 있으므로 외부의 에너지를 쓸 수 없어 제한된 에너지 자원을 두고 분열된다. 운동하는 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통합된다.
식물은 자라지 않으면 죽는다. 동물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인간은 진보하지 않으면 죽는다. 인간으로 하여금 계속 가게 하는 것은 진리 뿐이다. 진리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므로 죽지 않는다. 가족, 부족, 종교, 국가는 모두 사회 내부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계속 가지 못하고 정지하게 된다. 누군가를 죽여야 하기 때문에 전진을 멈추게 된다. 오직 진리만이 인간사회 바깥에서 에너지를 조달한다.
가족은 할배가 죽어야 유산을 통해 결속을 유지한다. 부족은 적대세력을 쳐야 현상태가 유지된다. 종교는 교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데서 조직을 유지하는 에너지를 얻는다. 국가는 전쟁을 통해 결속력을 얻는다. 끝없이 대결하면서 누군가를 해쳐야 조직이 유진된다. 그 대결의 타겟을 잃을 때 조직은 느슨해진다.
식물은 지구 바깥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죽지 않지만, 동물은 지구 안에서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수명이 정해져 있다. 동물은 덩치를 키울수록 우둔해져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동물다움을 잃는다. 그러다가 공룡처럼 멸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