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있다

종이는 앞뒤가 있다. 앞면을 휴지통에 버리면 뒷면은 묻어간다. 앞면 하나를 버렸을 뿐인데 뒷면까지 둘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것이 구조론이다. 그런데 종이를 한 장으로 안 보고, 굳이 앞면과 뒷면으로 각각 나누어 별도로 바라보겠다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그 사람은 의도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면과 뒷면을 각각 봐야할 때도 있다. 뒤집으면 앞면이 뒷면되고 뒷면이 앞면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돈다. 그러나 그것은 구조론적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감추어진 의도다. 구조론적인 상황은 안 보려고 하고 비구조론적인 상황만 골라서 보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다.

모든 그림에 원근법과 소실점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원근법이 필요없는 그림만 골라서 그리려고 한다면 미술의 발전은 없는 거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피해가겠다는 의도다. 왜 숨으려고 하고 피하려고 하지? 왜 전체를 보려고 하지 않고 숨어서 부분만 보려고 하지? 그 의도가 비겁한 거다.

세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있으며, 본질이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현상이 본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는 식의 순환론적인 태도라면 저의를 감추고 있다. 진심을 은폐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도 모른다. 자신이 자꾸만 회피하려는 의도를. 영화 ‘굿윌헌팅’에서 ‘맷 데이먼’의 연기가 잘 표현한다.

갈림길에서 왼쪽 아니면 오른쪽이다. 자신이 오른쪽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왼쪽을 선택한다. 맷 데이먼은 어린시절의 버려진 트라우마 때문에 버림받을까 두려워서 먼저 버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머리로는 그 반대쪽을 선택하지만 이미 호르몬이 나와버렸기 때문에 몸이 반대로 가고 만다.

인간은 호르몬에 약한 존재다. 자신의 행동이 이성적 판단인지 호르몬의 유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종이는 양면이 있지만 한 장이다. 한 장을 통째로 보지 않고 양면으로 나누어 보겠다는 사람의 의도는? 그 사람은 일하기 싫은 거다. 일하려면 개입해야 한다. 개입하면 1이 된다.

개입하지 않고 밖에서 보면 2다. 개입하면? 외부에서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 대상은 1로 반응한다. 그게 구조론이다. 그런데 일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개입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자동차의 엔진이 바퀴를 굴리든, 바퀴가 엔진을 굴리든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그 차는 내가 운전할 차가 아닌데 말이다.

그 사람은 운전할 생각이 없는 거다. 각각 나누어 보는게 편하다. 자연은 하나의 통짜덩어리로 존재한다. 인간은 하나의 인류로 통합되어 있다. 이 말은 통합되어 있을 때 그 자연이라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류가 통합되어 있을 때 그 인류라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1인데 경상도와 전라도 둘로 나누어 보려는 사람은? 대통령 될 생각이 없는 거다. 대통령이 되면? 전라도와 경상도로 나누어져 있는게 지도자를 힘들게 하는 거다. 결국 지도자가 될 마음이 있는 사람만 전체를 보려고 한다. 대통령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전라도와 경상도를 나누려 하는 사람은?

일할 생각이 없는 거다. 대한민국을 전진시킬 생각이 없다. 대통령 일을 태업하는 거다. 인류호라는 자동차를 운전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구조론이 먹히지 않는다.왜? 필요없기 때문이다.사지가 멀쩡한 사람에게 휠체어는 필요없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필요없을지 모르나 인류에게 필요하다.

왜 자기소개 하느냐고? 왜 현재의 자기입장을 들이대느냐고. 누가 당신 사정 물어봤냐고. 중요한건 당신의 형편이 아니라 인류하고도 미래의 사정이다. 그런 사람은 늙어서 휠체어를 타야 할 때 후회하는 거다. 현재의 자기는 빼고 인류를 보라. 미래를 보라.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라. 구조를 보라.

엄마곰과 아기곰이 있다면 엄마곰을 쏘아야 한다. 아기곰을 쏘면 숲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엄마곰이 덥치기 때문이다. 분명 엄마곰은 어딘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아기곰과 엄마곰을 하나의 곰가족으로 보지 않고 각각 나누어 보는 사냥꾼은 죽는다. 그러나 어차피 사냥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상관없다.

진리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관없다. 인간이 그 대상을 통제하려고 하므로 사건으로 보고, 일로 보고, 에너지로 보고 통짜덩어리로 보아야 한다. 팔짱끼고 멀리서 지켜보겠다는 사람은 구조론을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태도가 틀려먹은 것이다. 세상을 구조로 보지 않아도 된다. 보는건 되는데 실패한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와 잎을 각각 나누어 보는 사람은 그 나무를 옮겨심을 수 없다. 일을 하려니까 문제가 된다. 동물과 식물을 각각 나누어 보고 하나의 생태계로 보지 않으면 동물이 굶어죽는다. 그러나 동물원 관리자가 아닌 다음에야 상관없는 것이다. ‘나는 관심없걸랑요.’ - 이런 자기소개는 필요없다.

통합적인 관점은 현장에서 일할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다. 애초에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구조론은 필요가 없다. 최근 천안함과 관련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의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생각해보면 되는데 생각하지 않는다. 대세가 기울면 흐름을 따라가는 거다.

이명박근혜를 찍은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판단을 한 것인가? 지능이 떨어지는가? 의도가 영향을 미친 거다. 호르몬이 판단한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사정의 100퍼센트는 알 수 없다. 모르는건 공란으로 놔두고 아는 부분만 판단하면 되는데 그렇게 못한다. 그러면서 점장이 점괘는 잘 믿는다.

순수하게 이성으로 판단하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대개 이성은 잠들고 호르몬이 결정한다. 몸이 가는대로 마음이 따라간다. 몸은 과거에 갔던 길로 간다. 물론 어린이는 예외다. 어린이는 호기심이 왕성해서 낯선 길로도 곧잘 간다. 그러나 어른은 늘 가던 길이 아니면 못 간다. 호르몬 때문이다.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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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5-04-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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