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사탄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모든 문제에 명확한 답을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원래 답이 없는 문제가 있다. 신과 신이 바둑을 둔다면 무승부가 나야 한다. 문제는 흑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흑이 몇 점 유리할까? 덤은 원래 네집 반이었는데 지금은 중국은 7집 반까지 올라갔다.

덤이 자꾸 올라가는 이유는 그동안 고수들의 기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고수는 흑을 선호한다. 덤을 주더라도 흑이 이길 수 있다. 신은 당연히 흑을 쥔다. 사탄은 백을 쥔다. 덤은 많이 올라간다. 덤이 열집 반을 넘겨도 아마 신이 이길 것이다. 무조건 공격이 유리하다.

모순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창이 이긴다. 구조론의 정답이 그렇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라면 어떨까? 수비가 유리하다. 축구든 야구든 기본적으로 수비가 유리하다. 왜? 인간은 하수니까.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을 만방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굳이 무리하여 이기지 않았다.

다음날 신문에 ‘조훈현 개망신, 초반에 돌 던져!’ 이렇게 날까봐 조심스럽게 두어 반집승을 설계한다. 무엇인가? 신은 흑을 쥐고 대승할 수 있지만 그러다 한 번이라도 지면 ‘신이 사탄에게 만방으로 깨져. 럴수럴수 이럴 수가. 근데 신 맞나? 가짜 아냐?’ 곤란해질 수 있다.

무엇인가? 이 세상은 잘게 쪼개고 들어가면 시간의 앞과 뒤, 공간의 좌와 우가 없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반드시 있어야만 존재가 성립한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 때문이다. 구조론은 전체≫부분이므로 전체가 앞선다. 시간의 선후는 전체가 아니므로 구조가 붕괴한다.

세상이 작동하는 것은 50 대 50으로 교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51 대 49다. 톱니는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다. 미세하게 수비가 유리하다. 그러나 신은 공격을 선택한다. 왜? 신은 반칙을 하기 때문이다. 신은 외부환경을 이용한다. 그 환경의 이용은 반칙으로 보여질 수 있다.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 세상은 신의 홈그라운드다. 세상이 뉴턴의 기계론, 결정론적 세계로 세팅되어 있다면 신과 사탄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나게 되어 허무하다. 그러나 우주는 무승부가 되면 애초에 우주가 만들어질 수 없으므로 기본 수비가 약간 더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대신 공격은 약간의 반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신은 흑을 쥐고 반칙해서 이긴다. 반칙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조훈현은 일본에서 배워 온 새로운 수로 서봉수를 이겼는데 서봉수 입장에서는 반칙이다. 신은 신수新手를 둔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수를 던진다.

세상은 대칭으로 조직된다. 대칭은 무승부를 낳으므로 대칭만으로는 세상을 건설할 수 없다. 세상은 동動이며 동은 비대칭을 쓴다. 공격은 동動이므로 비효율이고 수비는 정靜이므로 효율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의 대결에서는 정이 이긴다. 수비가 이긴다. 수비가 효율적이다.

축구시합이라 해도 공격수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패널티킥이라 해도 공격수는 실축할 가능성이 있지만 골키퍼는 실축이 없다. 키커가 공을 차려는 순간 물방귀가 나와서 골대를 맞히는 일이 있지만 골키퍼는 그런 일 없다. 무조건 수비 잘 하는 팀이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대결이며 신의 대결로 가면 다르다. 신은 바람을 부린다. 바람이 공을 휘어들어가게 만들어서 골인을 시킨다. 신은 공격이 맞다. 왜냐? 신은 외부조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살짝쿵 느리게 가도록 만들어 버리는 꼼수를 쓴다. 왜? 신이니까.

정리하자. 세상은 뉴턴의 결정론, 기계론적으로 아귀가 딱 들어맞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다. 왜? 그 세계는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전략은 적을 속인다. 신은 속임수를 쓴다. 결정론적 세계는 전략이 없고 속임수가 없어 무승부가 난다. 우주는 무승부가 없게 세팅되어 있다.

우주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사건을 이룬다. 계속 변화한다. 우주의 근본은 무승부가 없는 비대칭의 세계, 전략의 세계, 꼼수의 세계, 외부환경을 개입시키는 세계, 51 대 49의 세계이다.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간과 인간의 대결에서는 무조건 수비를 잘 하는 쪽이 이긴다.

수비가 효율적, 공격이 비효율적이다. 신과 신의 대결은 무조건 공격이 이긴다. 창과 방패가 대결하면 무조건 창이 이긴다. 당신은 인간이므로 방패를 선택한다. 그러나 신은 창으로 당신을 이긴다. 바둑의 고수는 흑을 쥐고 새로운 수를 두어 이긴다. 반드시 외부의 힘을 이용한다.

왜? 세상은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 안에 칸을 딱 잘라서 여기만 하고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우주는 붕괴한다. 우주라는 건축이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은 기초부터 기왓장까지 전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든 외부에서 개입한다.

수비가 유리하므로 수비만 하겠다는 집단이 보수라면,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공격으로 이기는 세력이 진보입니다. 진보는 젊은 물을 끌어들여 외부 힘으로 이깁니다. 노무현이 인터넷으로 이긴게 대표적입니다. 오바마는 이민자를 끌어들여 외부 힘으로 이깁니다. 한국과 일본, 미국의 보수화는 지리적 격리와 고립으로 끌어들일 외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지식인들의 자폐증 진보주의는 죽음으로 가는 특급열차입니다. 진보는 외부와 폭넓게 연대하지 않고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무조건 개방만이 진보의 살길입니다. 진보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친해야 합니다. 시장과도 친해야 하고 자본을 적대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신의 방법입니다. 이기려면 모두 이용해야 하니까 친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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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5-10-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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