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소화하기 어려웠던 말은 “알아서 하라”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능력대로 스스로 하는 것을 좋게 보지만 일본에서는 지시받은 대로 확실히 하는 게 더 좋다. 지시받은 이상을 하면 혼날 때도 있다. 팀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당돌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잘하거나 못하거나 개인의 생각이나 기량 자체를 평가하지만 일본은 각자 맡은 영역을 제대로 처리해 넘기는 게 중요하다. 회사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상사에게 물어보며 일을 진행해야 하고 개인의 생각이 개입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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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네가 알아서 해라!’다. 공자는 군자를 길렀으니 군자는 외국에 사신으로 가서 임금을 대리하여 의사결정하는 사람이다. 임금이 시킨대로 말만 전달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형편을 살피고 허실을 탐하여 임기응변하니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능력이 요구된다.

통신사로 일본에 간 학봉 김성일은 말 한 마디로 풍신수길을 제압했으니 시키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한 것이며, 독도를 두고 담판한 안용복 역시 본인이 알아서 한 것이다. 맹자의 호연지기가 그 안에 있고 인상여의 완벽이 그 안에 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고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든 것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니 역시 알아서 한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창의성과 도전정신과 활력이 ‘네가 알아서 해라.’ 하는 그 한 마디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아서 하는가? 안회의 인仁과 자공의 지智와 자로의 의義를 순서대로 적용하면 된다. 신信과 예禮로 마무리하면 더욱 좋다.

알아서 하는 문화는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가르치는 일본에 없고, ‘남의 일에 나서지 말고凡事不當頭 돈 안 되는 일에 참견하지 마라少管閑事’는 말을 생활신조로 삼는 중국에도 없는 것이다.

‘남에게 폐 끼치면 안돼.’ 하고 아이를 가르치는 일본과 ‘우리 애 기죽이면 안돼!’ 하고 역성드는 한국의 차이는 크다. 뒤로 빼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기죽지 말고 알아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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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6-07-0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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