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상담 네 번째 꼭지는 강의편 끝나고 상담편인데, 첫번째 질문은 내용이 찌질하기 짝이 없고 답변도 시시하기 짝이 없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이런 시구가 떠오른다. 이런 시시한 연애상담이 계속된다면 필자의 연재도 여기서 그만 때려치워야 하나? 하여간 가보자. 또 어떤 객쩍은 소리를 씨부려 놨을꼬? 어이쿠!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여자인가 본데, 상처받을까 두려워 지레 겁을 먹고 상대가 다가오기도 전에 마음을 정리해 버린다고. 이에 대한 강신주의 답변은 사랑의 고통을 감내하라는 거다. 흔한 이야기다. 결혼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 양이면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식의 시시한 이야기. 사랑은 뜨거운 군고구마 먹기와 같다고. 비유도 유치하다.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군고구마가 뜨거워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넘어지고 자빠지며 자전거를 배우듯이 과감하게 사랑해보라는 권유다. 참 이걸 상담이라고 하고 나자빠졌나? 환자가 의사에게 ‘배가 아파요.’ 하니까 의사가 ‘그게 인생이랍니다. 견뎌보세요.’ 이런 돌팔이 수작이 아닌가? 이래서야 의사 맞나?
철학은 의사결정의 과학이다. 의사결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연애할 에너지가 없는 이유는 환경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립을 타개해야 한다. 상담을 의뢰한 내담자는 인격적으로 미성숙하다. 인격이 성숙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 혹은 집단 속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배가 고파야 밥을 먹듯이 사랑이 고파야 사랑을 받아들인다.
과거라면 부모의 핍박 때문에 견딜수 없어서 시집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환경이 인간을 괴롭히므로 사랑이라는 탈출구로 내몰리게 된다. 현대사회라면 학교로 내몰리고 또 직장으로 내몰린다. 그 와중에 붕 떠버리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계속 엄마곁에 붙어 있는 사람 말이다. 딸을 계속 붙잡아놓는 엄마도 있다. 자식을 마마보이로 만든다.
그 경우는 환경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사랑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공부를 안했다면 부모의 핍박을 피해서 남자라도 사귀어야 한다. 명문대에 입학하면 엄마가 품에 끼고 딸을 놓아주려 하지 않겠지만 워낙 부모 속을 썩여대니, 에구 이 웬수야 얼른 시집이나 가버렷. 이렇게 되는 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철학의 답은 하나이다.
그것은 세상의 중심으로 쳐들어가라는 것이다. 남자를 사랑할 이유는 없다. 세상을 사랑하고, 천하를 받아들이고, 그 중심에 서면 자신이 갑이 되고, 자신이 리더가 되고, 자신이 의사결정권자가 된다. 그럴 때 전략과 전술이 나와주는 것이며 남자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가지게 된다. 내담자는 일단 자신이 없다. 전략전술이 없다. 세상을 지배할 힘이 없다.
여전히 세상을 모르고, 여전히 세상이 무섭고, 여전히 천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공부를 안했다는 반증인데 그런 사람은 상담을 구할 자격도 없다. 쫓아버려야 한다. 철학을 물으려면 철학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공자의 제자에 들어야 한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 스승 말을 듣지 않으면서 남의 스승 될 수 없다. 철학할 자격 없다.
상처받을까 두렵다는건 거짓말이다. 기본적으로 공자의 제자가 아닌 것이다. 철학에 관심없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좋은 말 해줘봤자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껍질은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공자의 제자가 된 사람, 그러므로 철학을 받아들인 사람만 철학을 물을 자격이 있다. 남의 스승노릇을 할 생각이 있는 사람만 진지한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다.
사랑이 고프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을 가르쳐줄 이유는 없습니다. 사랑이 매우 고파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이 권력자여야 합니다. 지식권력을 가진 사람만이 야심을 가지고 정부를 타도하고 혁명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권력자가 아니면 사랑하지 않습니다. 정치권력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주변환경 모든 것에 대한 지배권 말입니다. 화단을 예쁘게 가꾸거나 인테리어를 해보려는 것도 권력의지입니다. 권력의지가 있는 사람이 철학을 배우는 것입니다. 험한 곳에 던져 두면 권력의지가 생깁니다. 옛날에는 환경이 험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랑을 구했습니다. 지금은 무언가 지배하려는 욕망이 있는 사람이 사랑을 구합니다. 총이 없으면 싸우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먼저 총을 가져야 합니다. 먼저 세상에 대한 권력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철학입니다. 인지의신예라는 권력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