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다. 제목 한 번 세게 가네. 제목이 세면 내용은 보나마나 맹탕인 거다. 이성과의 관계에서 성적인 부분을 크게 보지 말아야 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뭔가요? 질문이 간단하네. 이에 대한 강신주 답은 보나마나 맹탕이다. 하반신 불구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건데 그다음은 횡설수설. 하여간 성을 과대해석하지 말라고. 그리고 사랑하라고.

주인공이 되라고. 섹스가 중요한데, 흠 섹스가 중요하지 않은건 아닌데 얼레리 꼴레리. 섹스만 찾다간 섹스 끝나고 그다음에 뭐할건데? 그러니까 타협하지 말고 사랑을 하라고. 돈이니 학벌이니 이런거 버리고 진짜로 진짜로 아셨죠? 에헴! 다섯 페이지나 써놓긴 했는데 읽어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섹스에 대해 질문했는데 섹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섹스는 육체로 하는게 아니라 뇌로 하는 거다. 지능과 섹스에 대한 관심은 비례한다는 말도 있다. 남자는 몇 초에 한 번 섹스를 떠올린다는 말도 있는데 대개 과장이다. 하여간 생각할게 없으면 섹스를 생각하는게 남자다. 여자는 남자가 섹스를 생각하는 정도만큼 먹는 것을 생각한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섹스는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섹스를 떠올린다는 것은 에너지가 빠졌다는 의미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집중해 있을 때는 섹스를 떠올리지 않는다. 섹스는 남자와 여자가 하지만 사실이지 사랑은 우주와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세상과의 관계맺기다. 세상에 대한 그대의 입장이 당신의 사랑을 결정한다. 섹스는 그 세상과의 긴밀한 접촉이다.

그 말은 당신이 뿌리없이 붕 떠 있는 존재이며, 세상과 긴밀한 관계맺기에 실패해 있으며 그러므로 당신의 뇌가 매우 고통스러워한다는 말이다. 당신의 뇌는 매우 욕구불만인 상태이다. 이태의 남부군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지리산 빨치산 중에 여성도 있었지만 성에 대한 관심은 거세되어 있었다고 한다. 여군하고 같이 생활해도 그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왜? 그때 당신의 뇌는 충분한 정보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입으로 음식을 먹지만 뇌는 섹스로 정보를 먹는다. 뇌가 정보를 요구할 때 충분한 정보를 주면 섹스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다. 반대로 뇌가 허기져 있을 때 섹스를 갈구하게 된다. 초패왕 항우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하다. 삼국지연의의 여포도 그러하다. 영웅의 마지막 허무한 순간이다.

당장 전투에 뛰어들어 적장의 목을 베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므로 여체를 탐한다. 뇌가 정보를 요구하니까 대타로 성에 대한 정보를 준다. 남자 고등학생은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으므로 야동을 본다. 뇌가 지식을 달라고 하니 섹스를 준다. 공부하려면 집중해야 한다. 뇌가 에너지를 먹어치운다. 섹스를 상상하면 뇌가 매우 집중하게 된다. 업되는 거다.

뇌가 반드시 지식을 요구하는건 아니다. 교과서적 지식은 현대의 것이다. 사냥을 나선 부족민이라면 발소리를 죽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 있다. 나무 위의 재규어가 습격할지도 모른다. 바위 뒤에서 곰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숲에서 갑작스럽게 노루가 뛰어나올지도 모른다. 사냥꾼은 극도의 민감한 상태에 자신을 두는 거다.

모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사슴이 눈앞에 나타났다면 화살을 빼든 사냥꾼의 마음은 섹스에 몰입한 사람과 같다. 사냥이 끝나면 전투를 끝난 후의 병사와 같은 마음이 된다. 뇌는 에너지를 쏟아내고 기진맥진해진다. 호르몬에 푹 담겼다가 나온 상태가 된다. 그야말로 곤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시합을 마치고 탈진한 운동선수처럼.

그렇다. 사랑에 섹스가 중요한건 아니나 섹스가 당신의 에너지를 매우 소모시키듯이 당신은 하는 일에 빠져들어야 한다. 병사는 전투에 빠지고, 선수는 시합에 빠지고, 예술가는 연주에 빠지고, 작가는 글쓰기에 빠지고, 장인은 작업에 빠진다. 당신의 뇌를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아주 진을 빼놔야 한다. 격전을 치르고 난 병사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현대인이 섹스에 집착하는 것은 그 원시의 사냥터를 떠났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뇌의 요구를 십분지 일도 충족하지 못하게 되었다. 당신의 섹스에 대한 관심은 패배한 항우가 우미인에게 집착하는 것처럼 공허하다. 섹스에 집착하는 당신은 어쩌면 패장이다. 공부하기 두려워 야동 찾는 고딩이다.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려는 사람이다. 그건 패배한 것이다.

자연상태에서 부족민은 섹스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미모에도 관심이 없다. 아프리카라면 결혼상대의 조건은 아이를 셋 낳았는지다. 아프리카 여성은 남자의 성기가 큰 것을 불만으로 친다. 재력에도 관심이 없다. 일단 재화가 없다. 일부다처제라면 남자를 보고 결혼하는게 아니다. 남자와 결혼하는게 아니라 여자들의 그룹이 좋은 그룹인지를 보는 것이다.

동물 중에 인간만큼 성에 집착하는 동물은 없다. 인간의 성에 대한 관심은 뇌가 일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 인간은 호르몬이 쏟아져서 마음이 황홀한 상태가 된다. 일하지 않고 그 황홀한 상태로 들어가려다보니 섹스가 쓰인다. 섹스에 집착한다면 자신의 일을 찾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뇌는 부단히 정보를 요구하지만 그 정보가 교과서는 아니다.

손으로 흙을 만지고, 뺨으로 공기를 스치고, 물속에 발을 담그고, 촉감을 느끼는 것이다. 뇌는 그 정도를 요구한다. 진한 꽃향기와 과일향기를 맡을 때 뇌는 적극 반응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문제해결의 정답에도 호응한다. 결론은 뇌를 일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섹스는 거기서 유래한 파생상품이라는 말이다. 섹스 그 자체가 중요한건 아니다.

뇌가 섹스를 상상하고 그만큼 정보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덜 하다. 모니터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한 현대인들이 문제다. 하여간 진흙탕에 뒹굴든 사람의 신체와 뒹굴든 인간은 가능하면 뇌가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 뇌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그 대가는 크다. 무심한 상태로 있으면 스님처럼 견딜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육체에게 밥을 줘야하듯이 뇌에게 정보를 주고 뇌를 일시켜야 하며, 그 일은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도록 긴장되고 긴밀하고 열정적인 것이어야 하며, 섹스는 그렇게 뇌에 지불해야할 대가의 일종이고, 뇌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실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섹스를 대가로 지불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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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7-05-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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