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호남정치인이 크지 못한 것은 천신정 때문이다. 천신정과 박지원의 발목잡기가 인재의 씨를 말렸다. 특히 정동영이 자기가 크기 위해 호남정치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은 좋은 호남쪽 파트너를 가지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서로 견제한 결과 색깔없는 고건이 먹은 거다. 앞으로 임종석, 이낙연, 송영길, 김홍걸에게 기대를 걸어볼 밖에.

호남인구가 원체 적어서 그런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터이다. 인구로 말하면 수도권이다. 서울, 경기 출신 인물 중에 제대로 큰 인물이 없다. 지금 뜨는 사람은 거진 부산쪽 사람이다. 박원순, 문재인, 김무성, 조국은 부산 출신이고 안철수는 부산 근처다. 단순히 인구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호남인구가 수도권으로 옮겨서 그렇지 원래 적지 않았다.

인물은 작심하고 키우려고 하면 순식간에 커준다. 좁은 지역에서 인물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예는 역사적으로 매우 많다. 이순신, 권율, 원균 등은 대개 한 동네 이웃이었다. 조선시대 인물 중에 반은 선조임금 때 나왔다. 인재의 자궁이 있는 것이며 자궁이 세팅돼야 인물이 나와주는 것이다. 일본이라면 거의 세습정치인이 해먹는데 인재가 크는 원리는 같다.

인재의 자궁이 세팅되는 것이며 그 자궁에서 인재가 복제되는 것이다. 호남인재가 크지 못한 이유는 인재의 자궁이 세팅되어야 하는데 그게 뭔가 결맞음이 어긋나서 잘못된 경우다. 한번 결맞음이 깨지면 계속 깨지게 되어 있다. 박원순, 문재인, 김무성, 조국, 안철수가 죄다 한 지역 출신이지만 정치적인 성장 배경은 전부 다르다. 같은 물에서 놀지 않았다.

박원순은 시민운동, 문재인은 인권변호사, 김무성은 상도동 직계, 안철수는 기업인, 조국은 교수다. 성장배경이 확연히 다른 거다. 이렇듯 각자 다른 물에서 놀아야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연고를 따져보면 다 연결이 된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면 인재가 우르르 복제되어 쏟아진다. 박원순과 문재인은 서로 만날 일이 없어서 친하지 않다.

그런데 박원순 친구가 문재인 친구다. 이게 굉장한 힘이 된다. 즉 박원순, 문재인, 김무성, 안철수, 조국이 전혀 친하지 않다고 해도, 선후배로 보고 지역연고로 보면 다 동문이고 어쩌고 해서 서로 엮이는 것이다. 이들의 중간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전화하고 어쩌고 해서 힘을 만들어준다. 이게 핵심이다. 보이지 않게 팀플레이가 연출되는 것이다.

노무현과 포지션이 겹친 부산경남쪽 정치인 중에 큰 인물 없다. 김광일, 김정길, 박찬종, 이기택, 조경태, 제정구, 장기표, 최병렬, 이인제 등이 노무현과 경쟁한 부산 쪽이나 상도동계인데 이들은 노무현을 시기하다가 멸종했다. 호남인재가 크지 못하는 이유도 같다. 나와바리가 겹치면 서로 총질해서 다 죽는다. 인물 하나를 키우려면 기본 열 명은 죽어야 된다.

그렇다면? 이낙연, 송영길, 김홍걸, 임종석 등이 서로 포지션이 겹치지 말아야 하고 성장배경이 달라야 한다. 송영길과 임종석은 같은 운동권 출신이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중간에서 이들 모두와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천신정은 서로 비벼서 망한 거다. 비빈다는 말은 경마장에서 경주마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다.

1번마와 2번마가 선두에서 비비다가 3번마에게 우승을 내주는 식이다. 박원순과 이재명은 초반에 문재인에게 조금 비비다가 곧 그만두었다. 다행이다. 안희정이 질기게 비벼댔지만 안희정은 충청도이고 문재인은 부산이라 출혈이 적었다. 같은 지역출신이 비비면 최악이 된다. 대부분 비비다가 같이 망하는게 정치판의 비극이다. 빌어먹을 조경태짓 말이다.

결론적으로 호남정치인이 크려면 인물들이 서로 성장배경이 달라야 하고 나와바리가 겹치지 않아야 하며 한곳에서 비비지 말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중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어서 교통정리와 팀플레이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맞아지면 인재가 일제히 큰다. 부산이 그런 조건이 갖춰진 지역이라서 인재가 많이 나온 거다.

이낙연 지사는 중앙에서 비벼대지 않고 외곽으로 슬그머니 빠져서 찬스를 잡은 경우입니다. 특별히 사고치지 않고 가만이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도 천정배는 지갑을 주울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가만이 있으면 되는데 정동영은 가벼워서 가만이 있기에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두커니 서 있으면 안 되고 외풍을 타지 않는 안전한 변방으로 이동해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은 부산으로 탈출하여 중앙정치의 외풍을 피해 있었고, 이낙연은 전남으로 탈출하여 중앙정치의 외풍에 다치지 않았으니 현명한 기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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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kim

2017-05-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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