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죽인 그때 그 사람들**

2003년 12월 19일 대선 1주년 기념행사. 바람찬 여의도에 노빠들은 모이지 않았고, 명계남이 연단에 올라 논객들 이름을 불러댔지만 무대로 나와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노무현은 그 자리에 모인 몇 안 되는 젊은이들에게 시민혁명을 외쳤고 나는 탄핵을 예감했다. 대통령 입에서 ‘시민혁명론’ 나왔으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노무현은 궁지에 몰렸다.

부시의 덫에 오지게 걸렸다. 모두가 노무현을 배신했다. 배신자 명단은 이해찬, 유시민, 김근태, 정동영, 강금실, 천정배, 김두관, 신기남, 추미애, 고건이다. 더 있을지 모르겠다. 고건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 이해찬도 잘못한 게 없다. 단지 배신했을 뿐이다. 그들의 배신을 나무랄 수는 없다. 배신할만 하니까 배신한 것 아니겠는가? 늦었지만 복기해보자.

너무 많은 인간이 좁은 공간에서 일제히 비벼댄 게 문제였다. 이들은 나름 대선후보다. 이해찬, 유시민, 김근태, 정동영, 강금실, 천정배, 김두관, 신기남, 추미애, 고건들은 모두 대통령을 할만한 자격이 있었다. ‘바보 노무현도 하는 대통령을 똑똑한 내가 왜 못해?’ 이런 식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 장차 대통령이 될 사람은 없을 터이다. 왜냐면 배신했으니까.

대선후보가 내각에 잔뜩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였다. 이들은 경쟁자를 의식하여 서로 총질을 해댔고 노무현이 유탄을 맞았다. 그래서 배신자다. 이들은 드림팀이 아니라 팀킬이었다. 왜? 그들은 각자 자기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병이 존재하는 한 왕자의 난은 일어나고 만다. 왜 이자겸,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들이 일어났는가?

사병을 거느리고 있으면 어떻게든 난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구조적인 문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송태조 조광윤의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이 유명하다. 술을 먹여놓고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조광윤이 측근들에게 술을 먹이고 말하기를. ‘나는 요즘 걱정이 되어 통 잠을 이루지 못한다네.’ ‘천하가 두루 안정되었는데 누가 모반이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너희들의 충성심은 내가 잘 알지만 너희 부하들이 ‘황포가신黃袍加身’의 일을 꾸미면 어쩔 것이냐?’ 이는 조광윤의 부하들이 개봉부 금군대장이던 조광윤에게 술을 잔뜩 먹여 잠들게 만들어 놓고 몰래 황제의 옷을 입혀 쿠데타를 일으켰던 일을 말한다. ‘너희가 나를 옹립했듯이 너희 부하가 너희를 옹립하면 어쩔 것이냐? 황금이나 받고 은퇴하는게 어떠냐?’

부하들은 병권을 내놓고 대신 황금을 얻었다. 배주석병권은 20년 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개봉부 금군 지휘관은 병권을 내놓는 대신 황실과 혼사를 맺는다. 둘째, 지방에 있는 절도사는 임지를 바꾼다. 셋째, 지방 병사들 중에 정예는 중앙의 금군으로 차출한다. 넷째, 지방의 재물은 서울로 대거 가져간다. 다섯째, 무신의 임무를 문신으로 바꾼다.

조광윤은 1차 배주석병권으로 개봉부 금군을 장악하고, 8년 후에 2차 배주석병권을 일으켜 지방 절도사의 병권을 빼앗았다. 조광윤은 20년간 집요하게 개혁을 추진해서 마침내 변방을 안정시켰다. 그래도 딱 하나 해결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동생 조광의다. 술을 먹여놓고 쿠데타를 일으킨 황포가신이 사실은 친동생이었던 조광의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겁쟁이 박정희가 술에 취해 있을때 김종필이 쿠데타를 주도한 것과 비슷하다. 조광의가 조광윤을 독살했다는 설도 있다. 배주석병권은 미완의 작품이다. 이후 송나라는 안정되었지만 조광의 후손은 정강의 변으로 금나라에 끌려가고 남송은 태조 조광윤의 먼 후손이 승계하게 된다. 정강의 변은 영가의 난, 토목의 변과 함께 중국 한족의 3대 굴욕사건이다.

조광윤이 계획대로 수도를 방어에 유리한 낙양으로 천도했어야 배주석병권은 완성되는 것이었다. 개봉부는 방어가 어려운 황하중하류 평야지대의 도시다. 동생 조광의는 여러모로 이방원과 비슷하다. 조광윤도 천재지만 송나라 문치를 완성한 사람은 조광의다. 천재 한 명으로는 나라가 옳게 서지 않는다. 이성계, 이방원에 세종까지 3대를 가야 안정된다.

노무현 시절에 고만고만한 이해찬, 유시민, 김근태, 정동영, 강금실, 천정배, 김두관, 신기남, 추미애, 고건들의 도토리 키재기식 내부경쟁 때문에 망가진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에게 술을 먹여놓고 병권을 빼앗았어야 했다. 이들은 모두 자기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사병혁파가 정답이다. 문재인은 운이 좋다.

문재인 주변 인물은 사병을 보유하지 않았다. 원래는 껄끄러운 무리들이 있었는데 죄다 국민의당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술에 약을 타서 먹이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술을 처먹었는지 아니면 누룩을 처먹었는지 몰라도 하여간 자율배주석병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박지원 이자겸, 안철수 경대승, 김한길 정중부, 천정배 이의민, 정동영 최충헌이 그들이다.

그때 그 시절 이해찬, 유시민, 김근태, 정동영, 강금실, 천정배, 김두관, 신기남, 추미애, 고건은 입을 모아 말했다. ‘노무현이 지가 나 빼놓고 잘 되는가 봐라. 절대로 안 되지. 암만. 안되구 말구. 내가 힘껏 도와줘야 노무현이 산다구.’ 이런 식이다. 그들이 노무현을 도왔다는 것은 노무현을 죽였다는 말이다. 힘껏 도우면 죽는다. 비정한 권력세계 작동원리다.

노무현은 이들을 내각에 들이지 않거나 숫자를 조절하고 서열정리를 해줬어야 했다. 노무현은 너무 착했고, 너무 많이 내각에 들였고, 그들을 너무 믿었고, 서열정리를 못했고, 특히 열린우리당 창당전후로 천신정이 오버했다. 이들은 정권재창출로 공신이 되었는데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훈장을 두 개씩 달고 공공신이 되었다. 이쯤 되면 막간다. 누가 말리랴?

지금 이낙연부터 조국이나 임종석 등 요직에 오른 인물 중에 배주석병권을 발동해야 할 만큼 강력한 사병집단을 보유한 인물은 없다. 역대 왕조들이 건국직후에 공신학살을 지행한 것은 이들의 권력이 비대해져서 나라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옆에서 비비고 있으면 안 된다. 아기는 자궁 속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클 인물이라면 바깥으로 빠져줘야 한다.

경마로 치면 외곽으로 삥 돌아들어오는 추입마가 이긴다. 불안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봉주, 이상호, 김어준, 표창원, 손혜원, 정청래들이 불안요소다. 이들은 SNS로 독립세력을 만들고 각자 자기세력에게 아부한다. 교통정리 들어가줘야 한다. 내가 문재인이라면 오바맨들에게는 절대 요직을 안 준다. 자기 지지자에게 아부하는 자들은 내쳐야 한다.

그나마 표창원은 철이 든 거 같지만 손혜원은 역사공부 안 한 티를 기어코 낸다. 제발 책 좀 읽어라. 인간들아. 왜 그렇게 공부를 안 하는가? 배주석병권 정도는 알아야 시국을 논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정봉주, 이상호, 김어준, 표창원, 손혜원, 정청래들 중에 문재인을 위협할 사람은 없다. 정봉주나 표창원, 손혜원, 정청래에게는 술을 먹이지 않아도 해결된다.

배신자들이 악한 마음을 먹고 배신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이 역사공부를 했다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포지션에 가 있었는지 알고 적절히 처신했을텐데 말이다. 알만한 이해찬도 몰랐고 똑똑한 유시민도 몰랐다. 정치인들이 역사와의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역사가 등을 돌린다.그들은 역사에 의해 배신당한다. 역사는 역사의 결을 따르니까.

drkim's profile image

drkim

2017-05-22 15:49

Read more posts by thi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