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방법
나는 하루종일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남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는줄 알았다. 어느 때 인간들이 도무지 생각을 하지 않고 맹한 상태로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살펴봤다. 봤더니 사람들은 나처럼 행동이 어리버리하지 않았다.
다들 눈치도 빠르고 분위기파악도 잘 하고 있더라.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들 알고 있더라. 다들 열심히 챙기고 있는 것이었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의식하고 있더라. 서로를 평가하고 계급을 정하고 있었다. 쟤는 모지리야. 쟤는 찐따야.
옆동네 얘들이 북천다리 넘어 우리 동네까지 들어왔어. 이런 식의 대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황당하다. 왜 그런걸 조사하지? 왜 남을 쳐다보지? 왜 남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보는 거지? 그들은보이지 않게 정글에서의 서열싸움에 열심인 것이었다. 저런 짓을 하다니.
충격을 받았다. 나도 저들처럼 다른 사람을 쳐다봐야 하는가?나도 저 어리석고 치열한 눈치경쟁의 세계로 들어가야만 하는가? 포기한다. 그 게임에서 나는 이길 수 없다. 고스톱을 쳐도 백전백패다. 잡기라고 불리는 것은 대부분 못했다. 노래, 춤, 운동, 게임 다 못했다.
인간들은 나와 다른 존재다.받아들여야 했다. 인류와 나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틀어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나는 하루종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들은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실이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타인의 뇌 속으로 들어가볼 수도 없고 말이다.
가만이 앉아있으면 몸이 찌푸드드 하고 머리가 잘 안돌아가므로 걸어다니며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10년간 걸어다니게 되었다. 물론 십년간 걷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도 제법 했다. 커피나 차를 마셔도 머리가 상쾌하고 개운해진다.단 것을 먹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개를 숙이고 땅만 보고 걸어서 등이 굽어졌고 키를 손해봤다. 앞을 보면 생각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흥분하고 흥분하면 걸음이 빨라진다. 밥먹을 때도 생각하며 밥을 먹기 때문에 흥분해서 빨리 먹게 된다. 어렸을 때는 자주 체해서 활명수를 달고 살았다.
가마솥 밑바닥 숯검정을 긁어서 녹인 엿에 타서 먹기도 하고 바늘로 손가락을 따기도 수없이 했다.되도록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상태로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명상에 중독되었다. 생각을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럴 때 기분이 좋아진다. 그 쾌감에 중독된 것이다.
생산성이 있으므로 계속한다.생각이 막힌 적은 없다. 수학문제 풀 때는 생각이 막히지만 명상은 다른 거다. 명상은 메커니즘을 찾는다. 언어가 명상의 주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없이 어휘를 받아들인다. 선이 뭔지 악이 뭔지 도무지 생각을 안한다. 그냥 막 쓴다.
선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의 진보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권력행동을 하여 타인의 호응을 끌어내어 사건을 다음 단계로 연결시켜 가는 것이다. 악은 그 반대행동이다. 이렇게 개념을 정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안에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럴 때 납득이 된다.
메커니즘이 포착되지 않으면 납득되지 않는다. 불쾌하다. 어색하다. 똥 누고 밑을 닦지 않은 느낌이 된다. 납득될때까지 생각을 했다. 왜? 기분이 나쁘니까. 어색하고 불편하니까. 땀을 흘렸을 때 목욕을 하면 개운한 것과 같다.생각해서 개념을 정리하면 개운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귀신이 뭔지 생각을 해보지 않고 그냥 귀신을 믿는다. 귀鬼가 신神이 있고 혼魂이 있고 백帛이 있고 기氣가 있으니 이는 모두 다른 거다. 귀, 신, 혼, 백, 기 중에 뭐가 귀신이야?어떻든 내부에 메커니즘이 발견되지 않으면 그것은 존재가 없는 것이다.
메커니즘의 작동과정이 보이지 않고 에너지의 입출력과 그 처리과정이 보이지 않으면 매우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것을 찾을때까지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머리에 생각할 거리가 꽉 차면 걸어다니게 된다. 걸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정리해야할 아이디어 밀렸다.
100개 정도는 항상 머리에 들어차 있었다.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가는 것이다. 인도는 날이 덥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다.석가는 걸어다니지 않고 나무그늘에 앉아서 명상을 했다지만 그건 인도의 날씨 때문이다. 4월과 5월에는 4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
6월부터 가을까지는 비가 1만밀리 내린다. 꼼짝없이 나무밑에 앉아있어야 한다. 한국인은 그럴 필요가 없다. 가부좌 틀고 앉아있는 인도인의 명상을 할 이유가 없다.언어가 중요하다. 유에프오처럼 미확인인데 어찌 비행이고 물체냐고. 이름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미확인이면 비행이라고 말할 수 없고 물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유에프오는 없다. 이런 식으로 일상적인 언어를 검증한다.그것이 나의 명상하는 방법이다. 메커니즘이 보이고 에너지 입출력과 그 처리과정이 보이면 만족한다. 국가든 민족이든 사랑이든 그렇다.
다 메커니즘으로 본다. 국가는 집단적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쓴다. 사랑도 메커니즘이고 행복도 메커니즘이다.메커니즘이 포착되지 않으면 불쾌해진다. 남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틀린 언어를 태연하게 쓴다. 그래도 괴롭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할 말 없다.
원래 다른 거다. 당연히 나와 비슷한 인간이 다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와 비슷한 인간이없더라는게 그간의 경험이다. 스승을 찾으려 했는데 그럴 낌새도 없더라. 포기한다. 스승을 찾는 플러스를 버리고 안 통하는 사람을 자르는 마이너스로 간다.
다들 박근혜 엉터리 언어에 불만을 느끼지 않더라. 원근법이 안 맞는 어색한 그림을 보고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더라. 고증이 틀린 영화를 보고도 화를 안 내더라. 초딩 때 나는 테두리 문제를 고민했다.그림을 그릴 때는 테두리를 그리지만 자연에는 테두리가 없다.
최근에는 테두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 뇌가 테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서양그림은 테두리를 희미하게 해놨다. 왜? 팔다리에 털이 많아서 실제로 희미하더라.나는 이 문제로 오래 고민했는데 이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더라. 남들은 이런고민 안 한다.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를 포기할 밖에. 하여간 동양화는 겁도 없이 선을 죽죽 긋는다.자연을 관찰해보면 선이 없는데 왜 함부로 선을 팍팍 그어버리는겨? 이건 정말이지 화가 나는 것이다. 특히 김홍도는 굵은 선을 마구잡이로 쓴다.
선이 굵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런걸 생각해야 한다. 머리가 빠개지도록 생각을 해야 한다.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생각을 해야 한다. 만족할만한 답이 나올듯 하므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