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가, 부는게 바람인가? 이 말을 우습게 보지 말라. 여기서 전율함이 있어야 한다. 바람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막 불어대는 것인가 아니면 불어대는 것이 있고 우리가 그것을 바람이라고 명명한 것인가? 답은 후자다. 부는 그것이 바람이다. 무엇인가? 사물로 볼 것인가 사건으로 볼 것인가다.
바람은 사물이다. 부는 것은 사건이다. 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의 연결이다. 사물이라면 일단 고체로 된 물체다. 세상이 고체로 되어 있는가? 벌써 뭐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고체든 기체든 액체든 플라즈마든 물질의 상태에 불과하다. 그 성질이 끼어들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세상을 물질로 보고 사물로 보는 것인가? 보이기 때문이다. 기체는 일단 잘 안 보인다. 액체는 경계를 정하기가 어렵다. 플라즈마는 본 적이 없다. 보이는 이유는 보기 때문이다. 보는 자는 누구인가? 관측자다. 관측자가 개입해 있다. 그렇다. 관측자가 개입했다면 이미 틀려버린 거다.
예컨대 이런 거다.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아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저렇게 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되었다. 그러므로 무슨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논리는 사건 안에서 대칭을 이룬다. 모르는 사람을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나도 본받자.
자신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왜 이야기에 자신을 끌어들여 자기소개를 하지? 사건 안에서 대칭을 조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억지 대칭을 위해 관측자를 사건에 개입시킨다. 방탄소년단이 어쨌거나 간에 왜 당신이 감동하고 교훈받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찌질하게 그러는 거지? 무식한 짓이다.
바람이 분다. 그것을 본다. 바람과 관측자인 사람이 대칭된다. 이건 틀려버린 것이다. 닫힌계가 아니라 열린계다. 외력이 개입했으니 틀어졌다. 구조는 닫아걸어야 보인다. 구조는 뼈다. 뼈는 안에서 찾아야 한다. 부는 그것이 바람이다. 여기에는 대칭이 있다. 세게 부는 고기압과 덜 부는 저기압이 있다.
바람이 분다고 하면 시선이 바람에 쏠려버리므로 부는 정도의 차이에 주목하지 않는다. 부는 그것에 주목해야 고기압과 저기압의 대칭을 포착할 수 있다. 사건을 포착하고 에너지를 포착한다. 뭐든 대칭이다. 대칭은 사건 안에서 조달되어야 한다. 안에서 대칭을 찾지 못하면 관측자가 개입해 대칭시킨다.
틀려버렸다. 사과가 떨어지는가? 아니다. 떨어지는 그것이 사과다. 떨어지는 것은 중력이다. 당신이 사과라고 믿는 것은 중력과 전자기력이다. 떨어지는 것은 사건이며 우리는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사물로 보면 사과를 결정하는 것은 사과 안의 당분과 섬유질 따위다. 맛과 향과 색깔이 사과를 구성한다.
사건으로 보면 사과를 결정하는 것은 사과나무와 지구와 태양과 바람이다. 사과를 구성하는 것은 충분한 일조량과 좋읕 토질과 적절한 수분과 신선한 바람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통제가능한가? 일조량은 조절된다. 토질은 거름을 주어 개선할 수 있다. 물이 부족하면 수로를 확보하여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과를 구성한다고 믿는 맛과 향과 색깔은 통제되지 않는다.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원래 그렇다. 실패다. 물질의 사과는 통제되지 않지만 사건의 사과는 통제된다. 더 많은 일조량과 적절한 습도와 좋은 영양소로 사과의 맛과 향과 때깔을 좋게 할 수 있다. 사과는 사과 밖에서 결정된다.
햇볕과 물과 바람과 습도와 토질은 사과 밖에 있고 사과나무에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그것은 그것에 있지 않다. 사건은 주변환경에 의해 격발되고 기승전결로 진행되며 기가 승을 승이 전을 전이 결을 통제하여 진행하면서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는 일방향성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대칭을 찾을 수 있다.
기와 승이 대칭되고 승과 전이 대칭되고 전과 결이 대칭된다. 당신은 참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 자 이제 당신은 사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과에 대해 말해보자. 당신은 본능적으로 물질 사과에 주목한다. 사과의 맛과 향과 때깔을 이야기한다. 3분 지났다. 더 할 이야기는 없다. 아이디어는 고갈된다.
창의력은 형편없다. 사람들은 당신을 보고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이건 실패다.자 사과에 대해 말해보자. 당신은 햇볕과 물과 흙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대구의 일조량과 장수의 일조량을 비교해보자. 대구사과가 좋은 사과인가 아니면 장수사과가 좋은 사과인가? 풍기사과도 나서준다.
해주사과는 요즘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지역이 더 토질이 좋고 바람이 신선한지 당신은 말할 수 있다. 매우 많은 것을 말이다. 당신은 세시간도 넘게 떠들 수 있다. 관점을 바꾸니 갑자기 풍성해진다. 세상이 만만하게 보인다. 별거 아니네. 아는척 하기 쉬워. 전문가라고 해서 별 수 있겠어?
남들이 안을 바라볼 때 전문가는 단지 바깥을 보고 있을 뿐이야. 거기에 에너지 공급원이 있지. 전문가는 바깥으로 나가서 에너지 공급루트를 틀어쥐고 판을 좌지우지 하는 거라고. 비전문가는 안에 갇혀서 보이는 사물에 홀리지. 보이는 것에 홀리지 말고 사건을 연결시켜가며 맥락을 찾아가야지.
어떤 것은 어떤 것이 아니다. 오직 외력에 대한 맞대응이 있을 뿐이니 외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규정되며 이것은 양자역학과 잘 맞는 관점이다. 바람이 부는 것인가? 당신은 바람을 말할 수 있나? 바람은 북풍과 남풍이 있을 뿐이다. 당신은 봄바람과 가을바람을 논할 수 있다. 바람은 바다가 만든다. 왜?
바다는 온도가 균일하기 때문이다. 바닷물은 적도든 북태평양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대서양과 북태평양의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다. 바다의 기온은 일정하므로 하와이라도 덥지가 않다. 낮에는 해풍이 불고 밤에는 육풍이 분다. 서해의 바람은 오후 1시에 서울에 도착하고 오후 4시에 강원도 영서에 이른다.
오후 4시부터 갑자기 영서지방에 후두둑 하고 지형성 강우가 내리면 인천바람이 불어서 거기까지 도달한 것이다. 바다의 낮공기가 빠르게 팽창하기 때문이다. 모두 연결되어 한 덩어리로 되어 있다는 말이다. 조폭들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모든 조폭은 죄다 하나의 그룹이다. 마피아도 마찬가지다.
유니온을 영화에서 노조라고 잘못 번역해서 망쳐놓는다. 족보라고 하는게 낫다. 마피아는 모두 하나의 그룹이다. 모두 연결된 하나를 보지 못하면 마피아를 이해한게 아니다. 사건은 연결에서 시작된다. 비로소 전모를 보게 된다. 전모를 보면 다음 단계의 예측이 가능해져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방탄소년단이 왜 떴을까? 방시혁이 똑똑해서? 우리는 입자에 주목한다. 얘네들 얼굴이 잘 생겼네. 춤을 잘 추는구만. 아니다. 그것은 파편화된 것이다. 전모를 보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청소년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소년들의 권력의지를 포착하라.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권력에 도전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제안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소년들이 합류하여 벌이고 있는 거대한 게임의 이름은 방탄소년단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발굴하는 게임이며 이 게임은 무조건 청소년이 이기고 기성세대가 지도록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가 가지지 못한 예리한 촉각을 내세워서 기성세대가 절대 풀 수 없는 퀴즈를 제출한다. 비틀즈가 떴을 때 그랬고 서태지가 떴을 때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물건이라면 기성세대가 절대 포착하지 못하지. 왜냐하면 그들의 후각은 이미 썩었거든. 그런 내밀한 권력투쟁이다.